교회 목회자의 소득세 납부 문제가 다시 화두로 부상했다. 민주노동당이 100년 금기를 깨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17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12명의 대선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종교인 특히, 교회 목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헌법정신과 소득세법에 따라 세금을 내야한다고 촉구했다. 100년동안 성역처럼 간주되며 납세의무에서 자유로웠던 종교인들에게 납세의무 이행을 촉구한 것은 17대 대선은 물론 역대 대선을 통틀어 민주노동당이 처음이다. 정치권은 물론, 한국 사회에서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은 어느 누구도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 일종의 ‘금기’를 깨고 100년된 ‘금기’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권영길 후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유세를 벌인데 이어 12월 5일에는 목사 등 종교인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종교단체 납세문제는 지난 68년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도 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92년에는 개신교계 내에서 소득세 납부 찬반 논쟁이 일었다. 하지만 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민주노동당 중앙유세단과 당직자들은 금기를 깨고 지난달 말 민노당 유세단과 당직자들은 ‘목사 등 종교인의 세금 납부’를 촉구하는 유세를 단일교회로는 세계최대 규모인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가졌다. 민노당 유세단은 “소득이 있는 곳에는 당연히 세금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동안 종교인들의 소득은 법적 규정도 없이 관행적으로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아왔다”고 지적했다. 헌법이 명시한 납세의무에서 종교인들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현행 헌법은 누구에게도 사회적이나 계급적인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국민 누구나 납세의 의무를 지우고 있다. 또 조세법에도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비영리단체 일반에 대한 법을 적용해 회계의 투명성을 기하도록 하고 있고, 일본은 별도의 종교단체 회계기준을 정한 법까지 마련돼있는 상태로 외국의 경우 종교단체에 대해 회계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신 정부는 이들 단체에 대해 비영리법인으로 간주해 세제감면 혜택을 주고 있을 뿐이다. 개신교의 경우, 세무당국이 종교단체에 대해서 관행적으로 세금부과를 면제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종교단체의 경우 세금납부에 대해 종교단체별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개신교는 목사들이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있지만 가톨릭은 신부나 수녀들이 소득세를 내고 있다. 불교 조계종의 경우 승려 개인에게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있지만 소득이 있다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톨릭‘94년부터 소득세 납부’, 불교‘성직자 소득있으면 낼 것’, 개신교‘이중과세’ 국내에서는 대형교회일수록 회계처리가 투명하게 진행하지 않고 있다. 수입이 얼마이고 지출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졌는 지 밝히지 않은 채 연말에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간략하게 하고 넘어가는 식이다.민노당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신자수 500명 이상 규모의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연간소득은 5천만 원 정도다. 일부 대형교회의 담임목사는 연간 1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기준으로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연봉은 11억3천만 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가톨릭은 94년부터 교단 소속 신부나 수녀들은 소득세 신고, 신부들의 세금을 납부해오고 있다. 지난 92년 종교단체에 대한 과세문제가 교계내부에서 제기되면서 소득세를 내야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94년부터 신부와 수녀들은 소득세를 납부해오고 있다. 당시 국세청은 “종교인의 자율에 맡긴다”고 발표해 논란이 끝나기도 했었다. 사실상 이때부터 천주교에서는 주교회의를 통해 소득세를 납부하기로 결정하고 납부해오고 있다. 특히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그동안 자체 감사를 통해 신부들에게만 공개하던 회계처리를 올해는 외부회계법인에 맡겨 결산내역을 공개해 투명한 회계처리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개신교측 관계자는 “교회신자들이 이미 소득세를 다 낸 상태에서 낸 헌금 중에서 목회자의 봉사에 대한 보상금 형식으로 주는 것에 대해 세금을 내라는 것은 지나치며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목회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이 많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 측 김용신 기획특보는 “시민단체는 회원들이 낸 회비로 봉사활동비를 내면서도 소득을 신고하고 있다”며 “종교단체가 세금을 내지 말아야한다는 논리는 공무원이 국민들이 낸 세금에서 월급을 받을 때 세금을 내지 않겠다고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교회 목사들도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소득을 신고하고 면세점 이하인 소형교회의 목사들은 세금면제를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종교단체의 회계불투명으로 각종 사회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으로 검찰에 구속됐지만 비자금 사용부분에 대한 조사에서 최 전 회장은 비자금 중 상당액을 교회헌금으로 냈다고 해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아예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종교단체와 기부자 간에 허위영수증 발행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노당 여의도 순복음교회앞서 “목사님도 세금내요”유세 민주노동당은 세계 최대규모인 여의도 순복음교회앞에서 교회목사의 납세의무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노당 이홍우 선거대책본부장은 “민주노동당은 부패와 차별에 맞서 싸우는 것 뿐 아니라 이 사회의 불편한 진실인 금기를 깨는 노력을 하는 일환으로 여의도 순복음 교회 앞에 섰다”면서 “종교인에게 세금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내자는 게 민주노동당의 입장이며 권영길 후보의 절절한 마음을 국민여러분이 알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옥 녹색정치 사업단장도 “종교인도 당당하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적 의무인 납세의무를 다하고 보다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해야 한다”면서 “모든 국민에 대한 특권을 부정하는 법의 정신을 구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종교인들에 대한 납세의무 이행이야말로 이 나라 종교단체의 회계 투명성을 바로 잡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심 단장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대형 교회의 부동산 재산이 단순히 교인의 헌금으로만 조성된 것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은 이 사회의 막중한 책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박인숙 여성선거대책본부장은 “민주노동당은 거대한 삼성이라는 골리앗에 맞서 다윗의 힘으로 특검을 통과시켰다. 이제 새로운 금기에 도전한다. 선거 때마다 각 정당들은 종교단체에 대한 아무런 발언도 못하고 표만 구걸했다. 민주노동당은 그렇지 않다. ‘귀 있는자 들으라’라는 성경에 있는 말대로 목사님 제대로 세금내고, 비영리 법인 탈세 말고 제대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가 제안한 ‘종교인 소득세 납부’는 벌써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는 등 화두가 되고 있다. 권 후보는 종교회계처리지침을 만들고 종교법인법(가칭) 등을 두어 개별 종교단체별로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과 함께 목사 등 종교인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일정액 이상의 돈을 받는 이상 국민으로서의 납세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100년동안 금기시되어온 종교인의 세금납부 문제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어 이제 정치권과 한국사회가 답을 할 때라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