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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기술 유출에 몸살 앓는 한국 산업

기술피해 규모 2002년보다 187배 증가, 기술유출 방지 사회적 노력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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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호 ⁄ 2007.12.17 15:42:35

“휴~, LG일렉트로닉스와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은 너나 없이 한번씩은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을 갖고 있다.” 국정원 산업기술정보센터 관계자의 이야기다. 세계와 무한기술경쟁을 해야 하는 한국이 산업 스파이에 의한 기술유출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경제대국 부상을 꿈꾸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은 일본과 중국의 틈새에서 분투하고 있는 한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과거 정치공작의 산실로 악명을 떨쳤던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도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세계와의 산업기술 전쟁에서 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전위조직으로 탈바꿈할 정도로 산업기술 유출은 심각한 상황이다. ■첨단기술 산업 스파이는 내부의 적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당한 위기는 모두 내부자에 의한 것이었다. 쉽게 발견하기도 어렵다. 최근 발생한 현대자동차의 파워오토 변속기술은 2005년 말 중국으로 유출된지 2년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대표적인 기술유출 시도 사례를 보자. 2004년 LG필립스 LCD는 애써 개발한 차세대 기술인 TFT-LCD 6세대 컬러 필터 공정기술을 경쟁국인 대만에 넘겨주기 직전까지 가는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높은 연봉을 주겠다는 대만 기업으로 이직을 결심한 기술연구원이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TFT-LCD 기술을 담아 기술을 가지고 가려 했던 것이다. 당시로는 6세대 기술인 만큼 수조원의 손실을 입을 뻔했지만, 국정원의 사전 차단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박막 액정 디스플레이(TFT-LCD) 기술을 중국으로 넘겨줄 뻔한 위기를 겪었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전·현직 직원이 연계돼 세계 최고수준인 TFT-LCD 기술을 빼내 중국에 아예 공장을 지으려 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이들은 중국측의 투자를 받아 중국 선전에 1만5천평 규모의 TFT-LCD 컬러 필터 생산라인 건설에 필요한 7세대 라인 셋업 경력의 핵심인력까지 조직적으로 포섭했던 것으로 밝혀져 국내 IT 업계를 놀라게 했다. 만약 이들이 추진한 이른바 선전 프로젝트 등이 성사됐다면 중국과 대만 등 후발 경쟁국들은 단시일 내 우리의 첨단 TFT- LCD 생산 기술을 보유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1월 퇴직자인 윤모 씨가 기술 컨설팅 회사직원들과 공모해 기아차의 쏘렌토 신차개발계획과 쏘렌토·카니발 승합차의 차체조립 및 검사기준 관련 자료 등 영업비밀을 넘겨받아 중국체리자동차에 넘겨 중국 시장 매출 4조7천억원을 포함해 모두 세계시장에서 무려 22조원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7월 조선업 사상 최악의 기밀유출을 당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간부로 근무했던 퇴직자가 선박 설계도가 들어 있는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중국 업체로 이직한 것. 중국으로 넘어간 설계기술이 선박 69척이어서 피해액만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포스코도 같은 해 10월 강판 제조기술을 빼내 거액의 돈을 받고 중국 업체에 넘긴 기술연구원들을 적발했다. 포스코 기술개발실과 기술연구소 출신 2명이 작년 8월 퇴사하기 전 고부가가치의 강판 제조기술이 담긴 1048개의 파일과 조업 노하우가 기록된 책자를 갖고 나와 올해 5월 포스코의 중국 경쟁업체에 50억원을 받기로 하고 약정금 중 13억9천만원을 받고 이를 넘겨줘 5년 동안 예상 피해액이 2조8천억원에 달했다. ■국정원 기술유출 보안 강화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첨단기술이 기술개발에 진력하고 있는 중국으로 유출될 경우 우리나라와의 기술격차는 현재 5~7년 정도에서 3년 이내로 좁혀진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산업기술 유출피해액은 2002년 이후 올해 4월까지 무려 106건, 133조원을 넘어섰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업계추산 산업기술유출 피해는 2002년 1980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4월 현재 37조3천억원으로 187배나 증가했다. 유출건수도 2002년 5건에서 2004년 26건, 2006년 31건으로 늘었으나, 올해는 4월까지 9건으로 줄어들어 건별 피해액이 대형화되고 있음을 보였다. 산업부문별로도 총 106건 중 전기전자 52건, 정보통신 26건, 반도체와 휴대폰 기술 등 첨단산업의 기술유출이 두드러졌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국가보안과 관련, 대테러방지센터, 국제범죄대응센터, 국가사이버안전센터 그리고 산업기밀보호센터 등 4개 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산업과 첨단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곳이 산업기밀보호센터로, 이 센터는 산업 스파이 색출과 함께 기술유출을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 구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은 민간 산업보안협의회를 통해 기술유출 음모를 사전에 방지하는 쪽으로 힘을 모아 고급 기술인력이 범죄자로 전락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산업 스파이에 대한 처벌은 지능화·고도화 되는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국회내에서는 산업기술유출방지에 대한 처벌형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만,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과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유출사범의 처벌수위를 현행 징역 7년에서 10년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지난 6월 제출했다. 맹 의원은 “기술유출의 방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대형화하고 있어 이를 막을 수 있는 관련법이 시대추세에 맞게 정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개정안은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며, 반 년이 지나도록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아직도 산업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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