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제에서 생산과 이윤은 권력의 3대원천-폭력·부·지식-에 의존하고 있다. 폭력은 점차 법률로 전환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자본과 통화는 지식으로 변환되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노동도 변화하여 더욱 더 기호조직에 의존하도록 되어가고 있다. 자본·통화 및 노동이 모두 한 방향으로 움직여감에 따라 전체 경제의 기반이 지금 변혁을 겪고 있다. 경제는 지금 공장 굴뚝 시대를 지배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초기호경제로 이행해 가고 있다’ 이는 앨빈 토플러의 저서 ‘권력이동’에 나오는 이야기다. 지금 대한민국호도 권력이동에 섰다. 2010년으로 넘기는 정권을 창출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좌에서 우’로 권력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5년 전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386 세대들은 청와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앞으로 20년의 권력을 잡자고 외쳤다. 그러나 우에서 좌로 이동한 지난 97년 대선에서 시작된 이른바 진보정권 10년은 진보는 커녕 썩은 진보로 타락, 자기들만의 리그전으로 더욱 더 사회를 양극화시켰다. ‘진보, 너희는 도대체 뭐냐’라는 힐난이 국민들로부터 나왔고, 이번 17대 대선에서 국민은 표로 이를 입증했다. 노무현 시대의 진보는 변화된 진보 이념, 즉 양극화 해결과 분배를 강조하면서 이념보다 실용에 무게를 두는 정책을 내놓는 등의 한국식 제 3의 길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년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그는 잃어버린 10년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이명박 시대의 첫 단추는 인수위원회 구성. 그리하여 노무현 정부로부터 옥새와 곳간 열쇠를 넘겨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부책이 제대로 정리되어야 ‘이명박 시대’가 순항할 수 있다. DJ 정부는 김영삼 정권으로부터 IMF를 인수하고, 노무현 정권은 DJ 정부로부터 카드 대란 등을 이어받아, 그들 정부 내내 국민들은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인수위가 중요한 것이다. ■인수위 65일이 5년 성패 좌우 이 같은 곳간 열쇠와 장부를 잘 정리할 인수위원장 자리는 이명박 당선자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이명박 당선자는 26일경 인수위원장을 발표한다. 이와 관련, 이명박 당선자는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가벼운 실무적 인수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내년 4월에 총선이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가급적이면 배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실적을 중시하는 인수위가 꾸려질 것”이라며 “인수위 구성이 이 당선자 스타일의 첫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당선자는 ▲경제 마인드를 갖추고 ▲종합행정 경험이 있는 ▲비정치인 가운데서 발탁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인수위는 대선 공약을 정리하는 일을 맡아야 하는데, 대선 공약이 표를 끌어들이기 위한 내용이 많은 만큼 공약에 얽매이다간 실패하기 쉽다는 충언도 있다. 지금 인수위원장에 거론되는 인물로는 어윤대 전 고려대학교 총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 등이 있다. 이 중 어윤대 전 총장이 낙점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계학 전공인 어 전 총장은 정부의 곳간에 있는 장부를 잘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점령군 아니다 이보다 이 당선자가 어 전 총장을 선택하는 이유는 고려대 총장시절 학교발전을 위해 많은 외부기금을 유치하여 국내 최초로 CEO 총장이란 별칭을 얻었기 때문이며, 이는 이 당선자와 코드가 맞는 부분이다. 또 어 전 총장은 민족적 향수가 짙은 고려대를 세계적인 글로벌 대학으로 확 바꿔 세계 200위권 대학에 올려놓기도 했다. 97년 대선에서 여야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당선자는 IMF 외환위기를 자초한 김영삼 정권으로부터 제대로 된 곳간 열쇠를 넘겨받지 못해 임기내내 곳간을 채우느라 허리를 펴지 못했다. 특히 텅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굴욕적인 달러를 들여오는, 한일합방이후 ‘제2의 국치’를 맞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량기업들이 미국의 큰손들에게 헐값으로 넘어갔다. 이들 큰손들은 DJ 정권 말미에 그 기업들을 되팔아 엄청난 이익을 얻고 한국을 떠나 다시 정부의 곳간은 속 빈 강정이 됐다. 이와 관련, 그 당시 인수위원장인 이종찬 전 의원은 “인수위의 중요한 역할은 전임 정권과 후임 정권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인데, 우리는 이를 잘 통제하지 못했다”고 인수위의 실패를 토로했다.
■섀도우 캐비닛 1월 하순 끝내 국민의 정부의 대통을 이어받은 노무현 정권도 경제 호황 속에서 곳간을 채우기는 했지만, 그들만을 위한 방만한 국정운영으로 곳간도 덩치만 큰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이명박 당선자는 인수위 구성이 끝나면 내년 초순경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인선작업에 들어간다. 이 당선자는 국무총리에 대해 정치적 비중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당선자가 첫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여의도 탈정치를 선언했기 때문에 국무총리를 통해 여의도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도록 할 생각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명박 시대의 첫 총리로는 정몽준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 박희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총리 다음 자리인 경제 부총리 자리는 경제통인 만큼 이 당선자와 호흡이 잘 맞는 찰떡 궁합이어야 한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인물로는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과 윤진식 전 산자부장관, 강만수 전 장관 등이 있다. 어쨌든 내년 1월 중순이면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의 인선작업이 마무리돼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것으로 보여 첫 이명박 시대 섀도우 캐비닛이 밝혀질 것이다. <김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