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 개막에 맞춰 금융권도 이명박 시대로 움직이고 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전고·경북고 인맥들이 장악하고 있는 금융권이 부산상고로 이동했다. 지금 이명박 시대 개막을 앞두고 금융권 인맥이 다시 부산상고에서 고려대·동지상고로 이동할 움직임을 보여 ‘부산상고는 지는 별’, ‘고려대·동지상고는 뜨는 별’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금산분리 완화, 서민금융 활성화 등 이 당선자가 공약하거나 언급한 굵직한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당선자는 선거기간에 서민금융 활성화와 관련, 생계형 신용불량자 신용사면을 공약했다. 이에 따라 240만 명에 달하는 500만원 이하 금융채무 불이행자, 즉 신용불량자 및 신용취약자에 대한 ‘신용 대사면’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금융회사들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들 이슈 못지 않게 당장 이목을 끄는 것은 이 당선자와 ‘인연’이 있는 금융권 인사다. 인사나 정책결정 과정 등에서 ‘MB 효과’를 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이 당선자의 금융권 고려대 인맥 이를테면 이 당선자와 가까운 사이인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에 대한 관심이다. 이 당선자와 김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다. 김 회장은 이 당선자와 함께 고대 61학번 친목 모임인 ‘61회’ 멤버로, 현재 고대 경영대 교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차기 정부의 금융정책 등에 직·간접의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하나금융이 수혜를 보지 않더라도 최소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하나금융측은 “이 당선자와 회장의 개인적 친분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긍정적인 효과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2차례나 대형 인수·합병(M&A) 경쟁에서 ‘물을 먹은’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HSBC가 외환은행의 인수대상자로 정해지긴 했지만, 돌발상황 발생시 즉각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것이 하나금융의 복안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혜택을 받을 것은 하나도 없다”며 “그러나 앞으로 M&A시 좀 더 공정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2002년 서울은행과 합병 당시 서울은행의 결손을 공제받는 과정에서 관련 세법을 위반했다며 국세청이 대규모 법인세 부과를 추진한 것과 관련, 은행측의 입장이 좀 더 반영될 것이라고 시장은 예상한다. ■동지상고의 숨어 있는 인사들 이 당선자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의 약진 여부도 관심사다. 동지상고 출신은 노무현 대통령이 나온 ‘부산상고’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교 ‘목포상고’보다 초라한 편이다. 그러나 과거 대통령이 졸업한 고교 동문들이 금융권에서 대거 약진한 점을 감안하면 ‘숨어 있는’ 인사들이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농협 중앙회장에 출마한 최원병 경주 안강농협 조합장, SC제일은행 장지활 상무, 하인국 푸른2상호저축은행 대표 등이 동지상고 출신이다. 이날 연임된 이휴원 신한은행 부행장도 같은 학교를 나왔고, 권두철 동지상고 동문회장(가야컨트리클럽 대표)은 신한국상호저축은행(현 신라저축은행) 사장을 역임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황대봉 대아그룹 명예회장, 백만식 조일알미늄공업 대표, 임수대 대성개발 대표, 김기태 동신여객자동차 대표, 손기락 LG클럽 고문, 이장우 이메이션 아시아태평양 총괄부회장, 방성욱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 박해철 현대시멘트 부사장, 석경오 현대중공업 전무, 김능수 삼성BP화학 전무 등이 동문이다. <박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