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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무속인 vs 책, 대선대결서 책 KO승

무속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 예측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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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호 ⁄ 2007.12.24 16:10:05

대선을 앞두면 무속인들이 갖가지 예언을 내놓는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무속인들의 예언이 모두 빗나가고, 2년전에 출판된 책 한 권만이 ‘청계천이 대통령을 낳는다’고 예언해 대선결과를 적중시켰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들 신통방통자가 온갖 ‘예언’을 쏟아냈다. 정확히는, 미디어가 그들의 주장을 받아 옮겼다. 예견 적중을 인정받으려면 선거일 훨씬 전에 ‘차기 대통령은 바로 ○○○’이라고 밝혀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라고 명기한 책을 내도 좋다. 개인 홈페이지에라도 예상을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이치를 따른 도사는 죄다 체면을 구겼다. 박근혜, 정운찬, 고건, 손학규를 지명한 도사가 적지 않았다. 그래도 이 도사들은 양심적이다. 예측은 빗나갔을 망정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대중을 현혹하지 않았다. 작년 말, 올 봄 사이에 용감히 일찌감치 예언했다. 개중에는 아직도 제가 옳다고 우기는 도사도 있다. 대통령 당선이라는 결과를 외면한 채 과정에 매달린다. 한나라당 당내 경선 표결에서 이긴 박근혜가 판정패하고 말았다며 스스로를 변호한다. 은유 뒤에 숨어 말과 글자 장난을 일삼기도 한다. 이현령 비현령, 황희 정승의 검정소 누렁소 식으로 경우의 수를 늘어놓고 명상, 고심하는 척한다. 제17대 대통령 선거결과는 예언 ‘깜’도 못됐다. 이명박은 이미 2006년 9월부터 단독 선두를 달려왔다. ‘대통령 이명박’을 확언했다 해도 신기하다는 반응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도사는 ‘일반인’만도 못했다. 이명박이 떨어지리라고 생각한 남녀는 몹시 감성적인 부류다. 비이성적인 유형이다. ‘예스’ 아니면 ‘노’였다. 적중확률 50%짜리는 도박이나 예언거리가 아니다. 30년 전부터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확신한 도사도 있을 수 있다. 이같은 초능력을 지닌 도인은 매스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도인은 이기적이다. 자기 한몸을 위한 정신 수양 끝에 오르가즘을 맛보는 데 족할 따름이다. 인쇄매체나 방송을 통해 자신을 알린 다음 돈을 받고 점을 봐주는 절대다수 도사는 ‘신비상품’이다. 성철(1911~1993), 김수환(85) 등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인간들은 허투루 참언한 적이 없다. ■김동길 교수 이명박 당선 암시 대통령 후보들은 기가 아주 세다. 그런데도 도사의 교언영색에 일희일비한다. 도사 말을 믿고 멀쩡한 선조 묘까지 옮긴다. 후손 못되라고 저승에서 사악한 기운을 뿜어대는 조상은 있을 수 없다는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체력 저하가 육신의 질환을 부르듯, 흥분과 기대가 지나치면 마음 한 켠에 허한 구석이 생기게 마련이다. 도사는 바로 이 구멍을 파고 들어와 똬리를 튼다. 교회나 성당에 다니면서도 인편에 거액을 찔러주고 굿판을 벌여 찜찜함을 달래는 까닭이다. ‘노무현 다음 대통령은 이명박’이라고 공언한 도사는 도사가 아니었다. 김동길(79) 아시아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이 2개월여 전 이명박의 당선을 암시했을 뿐이다. 미국 뉴욕에서 김 교수는 말했다. 그는 이렇게 선견했다. “(이명박) ‘저 사람 관상이 왜 이래?’하는데 두고 봐라. 아무리 방해를 해도 그 사람의 인기가 54%인데 그걸 어떻게 흔들 수 있겠는가?” 그는 철학박사다. 철학은 학문이다. 학문은 과학이다. 거기다 여론조사도 과학이다. 로또 복권 출현과 함께 도사는 정리됐다. 로또 당첨번호도 못 맞히는 도사 무리에게 ‘천기누설’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험이 쌓은 논리인 속담에 기대는 편이 낫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 그대로 정권은 10년 만에 바뀌었다. 2년여 전 ‘차기 대통령은 이명박’이라고 못박은 책이 있다. 청계천 복원 50일 후인 2005년 11월 20일 이가서 출판사가 펴낸 ‘어디서 마음을 구하랴’다. ■“청계천이 3명의 대통령 배출한다” 270쪽에서 “청계천 복원으로 인해 앞으로 세 명의 훌륭한 대통령을 배출하게 되며 엄청난 속도의 경제성장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까지 국가 발전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고 운을 뗀다. 이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그 중 청계천 복원을 추진한 이명박 서울시장은 맨 처음 그 기운을 받기 때문에 욱일승천으로 천하사를 도모하게 되며…”라면서 2년 뒤 12월 19일 이명박 대통령 탄생을 예언한다. 저자에 따르면, 복개된 청계천의 폐해는 몹시 컸다. “기를 돋워주던 명당수를 잃고 오랫동안 암천으로 있는 바람에 청계천 문제가 극히 심각했던 1997년부터 최근 2004년까지 많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1997년 금융 위기로 인한 IMF 상황과 2004년 수도 이전과 태통령 탄핵정국이 그랬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청계천의 물은 재물을 뜻하기 때문에 금융 문제가 일어나며, 청계천이 수도와 가장 가까운 내당수이기 때문에 수도 이전이나 대통령 탄핵정국의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청계천은 유유히 흐르고 있다. 그는 “청계천이 복원된 시점부터는 우리나라의 운세는 지극히 낙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서울의 지기가 폭발적으로 왕성해져 재복이 크게 강화돼 국운과 국가 발전에 엄청난 효과를 얻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심장부를 흐르는 생명수로서 국가 발전을 주도하는 기운을 발산할 것이며 나아가 세계 속의 한국을 일으키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더 구체적으로, “(복원된 청계천이) 통일의 기운을 앞당기며 전자·통신·인터넷·정보·금융업 등의 획기적인 발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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