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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내 성희롱,‘신정아 편지 사건’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무용지물‘성희롱 방지법’…성희롱 방지교육도 하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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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호 ⁄ 2008.01.14 16:35:08

얼마 전 언론보도 중 ‘신정아 연애편지’라는 용어가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다. 이는 ‘신정아 게이트’로 명명된 신정아 사이비 교수의 성 로비 활동과 관련해서 나온 신조어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씨 사이에서 10통이 넘는 연애편지가 오간 일에서 유래했다. 작년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중학교 여교사가 해당 지역 교육청의 간부로부터 이 ‘신정아 편지’를 받은 일을 두고 여교사의 남편이 해당 간부를 제소한 사건이 벌어졌다. 편지에는 화가 클림트의 작품 ‘키스(The Kiss)’와 함께 ‘연인과 영혼이 담긴 사랑의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이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중년 남성들의 로망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읽고 난 후 생각을 전화로 알려달라’는 ‘애프터 신청’도 빼놓지 않고 말이다. 편지의 내용면에서 성적 모멸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드나, 그 정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또한 해당 간부가 “세상일을 모르면 오해도 할 수 있다는 말을 주고 받다가 사랑의 소중함을 강조하고자 관련 그림의 사본을 건넸을 뿐”이라는 말로 빠져나가려고 했음을 볼 때 성희롱에 대한 규정이 허술하기 짝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여성개발원 서명선 원장은 “성희롱의 범위를 좁게 해석해 버리면 (성희롱 방지법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귀에 달면 귀걸이, 코에 달면 코걸이식’의 성희롱 방지법에 대해 비판했다. ■‘신정아 편지’라는 타이틀만 달았을 뿐 ‘신정아 편지’라는 신조 용어의 뜻을 얘기하자면 ‘상관이 여자 부하직원에게 은밀히 건네는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 담긴 편지’ 정도로 정의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용어가 새롭다고 그 행태까지도 신종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원 이윤상 부원장은 “이 같은 성희롱은 요즘의 이슈를 빗대어 ‘신정아 편지’라고 신조어를 지어 덧붙인 것일 뿐 유형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윤상 부원장은 이어 “과거부터 직장 내에서 상관이 팩스나 메모, 사내 이메일과 같은 루트를 통해 (야한 사진이나 노골적인 표현이 담긴 글과 같은) 선정적인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설명했다. ■직장 내 성희롱, 다시 고개들어 지난 정권 동안 여권 신장을 위한 여성가족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성희롱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성희롱 사건은 모두 76건으로 전년 59건에 비해 28.8%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아울러 성희롱 관련 상담건수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상 부원장은 “전체 성폭력 상담 건수 중 25%가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이라며 직장 내 성희롱의 심각성을 표명했다. 직장 내 성희롱이 다른 유형의 성희롱보다 치명적인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떼어놓기 힘들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직장이 생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성희롱을 당했다고 섣불리 그만둘 수가 없다.그래서 성희롱 피해자들은 피해를 감수한 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도 무용지물… 영세 사업장은 그마저도… 남녀평등고용법에서 사업주에게 성희롱 방지교육을 할 의무를 지우고 교육을 시행한지가 10년이나 경과했으나, 사내 성희롱 시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진 않았다는 의견이다. 이윤상 부원장은 “교육이 시행은 되고 있으나 피상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1년에 50분 정도 하는 교육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간다”며 ‘성희롱 방지교육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영세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여종업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나마 받는 성희롱 방지교육조차 빼먹는 경우가 허다하며, 비정규직인 경우에는 회사에서 퇴출 당할 위험부담 때문에 하소연도 못한 채 복지부동하는 경우가 많다. 권혜영 금융산업노조 비정규직지부 위원장은 “설문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 여성의 13.9%가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권 위원장은 “비정규직은 특히 재계약 여부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감시 사각지역에 놓인 비정규직 보호에 대해 말했다. 이윤상 부원장도 “직장인 여성들은 성희롱 건의로 인해 해고를 당하는 등 이중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신고를 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신정아 편지’는 언어 성폭력 한국성폭력상담원 이윤상 부원장은 “대규모 교육은 유명무실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에서도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각자 부서와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서로 달리 특성화시켜서 세분화된 교육을 실시하는 배려가 중요하다”며 교육방식이 변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 ‘신정아 편지’와 같은 용어도 신정아 씨를 매개로 한 또 다른 언어 성폭력”이라며 지양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윤상 부원장은 성희롱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여성에게 성희롱을 피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해행위를 하지 않아야 피해발생도 없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 사회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우문현답이다. 여성가족부 출범 이후로 남성의 역차별 논란도 함께 일어났던 것이 사실이나, 사회에서 약자인 여성은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이며, 양성간에 서로 배려해주는 사회분위기가 어서 빨리 정착되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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