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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세련과 개성이 넘치는 이곳, ‘디자인 서울 거리’ 출발!

‘비우는 거리, 통합된 거리, 더불어 만드는 거리, 지속가능한 거리’…문화와 예술, 색이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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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호 ⁄ 2008.01.14 16:45:31

우리는 사회의 다양한 인공물을 통해 편의를 추구하고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며 타인과 관계한다.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인공물은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만들어 내고, 사회적 관계와 고유한 문화를 형성하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우리는 전근대적인 풍경과 첨단이 어지럽게 공존하는 불균형한 환경에서 살게 됐다. 한편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와 휴대폰이 생산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무질서한 시각매체들과 난잡한 거리, 그리고 조악한 공공 구조물이 판을 친다.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자 공공적인 것이다. 공공 디자인(Public Design)은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한 삶과 고른 문화 향수의 기회를 추구한다. 공공 디자인은 디자인 주체와 객체, 지향하는 가치와 역할 등에 있어 기성의 상업적 디자인과 구별된다. 공공 디자인의 주체는 기업보다는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일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객체는 특정한 소비자가 아닌 불특정 일반 공중이다. 결국 경제적인 이윤보다는 시민의 행복과 같은 사회문화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개인 차원을 넘어 모두의 삶의 질을 총체적인 입장에서 향상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 바로 공공 디자인이다.

한국의 공공 디자인은 그 동안 거의 무관심의 영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즉흥적으로 디자인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고, 디자이너가 참여할 시스템도 제대로 없었다. 공공의 공간인 거리로 나가보면 누구나 공공 디자인의 문제를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거리의 가구라고 할 수 있는 가로시설물은 너무 난잡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인도는 각종 설치물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했다. 오랜 기간 동안 온갖 시설물이 필요에 따라 계획 없이 설치된 결과다. 하지만 거리가 이제는 세련되고 개성 있게 변할 예정이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가 통합하여 획기적인 도시 디자인 개선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차별화된 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취지에서 ‘디자인 서울 거리’사업이 시작됐다. ■서울의 공간, 거리가 달라지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그 동안 각종 사업이 많았다. 하지만 일관성 없이 시행되다보니 어수선했고 그 효과도 저조했다. 수십 가지의 거리시설물은 종류별로 담당하는 부처가 제각각이다보니 일관성이 없었다. 신호등은 경찰이, 분전함은 한국전력이, 공중전화 부스는 KT가, 가두판매점은 구청이 담당하는 식이다. 당연히 이들 간에 조화나 통합을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서울의 거리 구성 요소를 통합적으로 디자인하는 ‘토탈 디자인(Total Design)’개념을 도입했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주축으로 서울의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기 위한 그 변화의 시작이 지금 출발선에 서 있다.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거리의 공공건축, 공공시설물, 공공시각매체, 광고물 등을 개선하는 고품격의 ‘디자인 서울 거리’조성사업을 추진해 서울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디자인 서울 가운데 도시경관 부문 중심에는 디자인서울총괄본부 박성근 도시경관 담당관이 있다. 박 담당관은 민선 4기 오세훈 시장의 키워드인 디자인 서울을 통해 서울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도시로 태어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박 담당관은 “과거에는 개발과 성장 위주로 달려 왔던 터라 서울의 도시미관은 생각조차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며 “그렇기에 서울이 외양적 발전을 못했으며, 거리가 달라져야 도시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거리, 디자인 거리로 재탄생 서울 종로구의 대학로, 용산구의 이태원로 등 서울 시내 10곳이 오는 11월까지 ‘디자인 서울 거리’로 다시 탄생할 예정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디자인 서울 거리’ 조성 사업의 1차 대상지로 대학로, 남대문로, 이태원로, 능동로, 동소문로, 창조길, 시흥대로, 관악로, 강남대로, 천호대로 10곳을 선정해 디자인과 감성이 살아 있는 거리로 새롭게 꾸밀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는 24개 자치구가 1곳씩 추천한 24개 후보지 중 우선 10곳을 1차 대상지로 정했다. 선정 기준에는 ▲사업계획의 효과성 ▲대상 지역의 적절성 ▲자치구의 사업 수행 의지 ▲시민과 전문가의 참여 정도 ▲유관 기관과의 협의 ▲광고물 개선 수준 등 6개 항목이 적용됐다. 1차 대상지로 선정된 10곳은 ▲종로구 대학로(혜화 로터리~낙산공원길). 거리특징은 소공연장 밀집지역으로 근·현대 문화재 및 미관건물 분포가 높고 지역축제와 다양한 행사의 마당. ▲중구 남대문로(신세계백화점~을지로입구역). 거리특징은 대규모 및 소규모 상업밀집 지역으로 공공성이 결여된 거리. ▲용산구 이태원로(이태원입구~해밀턴호텔). 거리특징은 국내 거주 미군 및 외국인의 생활 근거지로서 동남아 관광객의 쇼핑과 유흥거리. ▲광진구 능동로(어린이대공원~군자역). 거리특징은 어린이대공원 주변으로 역세권 및 테마 공원으로서의 교통요충지. ▲성북구 동소문로(한성대역~성신여대역). 서울 도심과 의정부 등 부도심권과 연결되는 관문으로서의 주간선 거리. ▲구로구 창조길(벤처센터~시흥대로). 거리특징은 첨단산업의 메카로서 굴뚝산업에서 IT산업으로 획기적인 변신을 꾀하는 역사적 거리. ▲금천구 시흥대로(시흥4거리~독산동길). 거리특징은 서울시 주요 간선도로망 중 남부지역을 연결하는 최대 교통량 발생거리. ▲관악구 관악로(서울대입구역~관악구 청사). 거리특징은 노후건물과 어지러운 광고물로 도심미관을 저해하고 등산 객위주의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 ▲강남구 강남대로(강남역~교보타워 사거리). 거리특징은 도로 요충지로서 많은 기업이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강동구 천호대로(천호사거리~강동 로데오거리). 거리특징은 백제와 선사유적지를 포괄하는 한강문명 발상지로 강동의 중심상업·업무거리다. 박 담당관은 “거리 한 곳당 44억원(시 90%, 자치구 10%)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작년 10곳에 이어 올해 10곳, 2009년 5곳 등 자치구별로 한 곳씩을 디자인 서울 거리로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대학 연구소와 협력하고 전문가(MP)를 임명하는 등 각 구별로 설계자를 선정해 1월부터 설계에 착수해서 3월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보행자 중심의 ‘토털 디자인 방식’ 도입 ‘디자인 서울 거리’는 벤치·가로등·보도 등이 서로 통합돼 조화를 이루면서 보행자 중심이 되도록 ‘토털 디자인 방식’으로 설계하고 광고물을 정비한다. 물론 각 구별로 거리의 특성을 우선한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만들어 가면서 디자인 총괄은 시에서 맡는다. 또한 이번 사업은 ‘비우는 거리, 통합된 거리, 더불어 만드는 거리, 지속가능한 거리’를 큰 틀로 삼아 ‘걷고, 머물고, 소통하는 거리’를 만들어 서울의 대표적 문화경관이 되도록 한다. 즉 거리의 모든 구성 요소를 통합적으로 디자인해 ‘문화와 소통’의 장소를 만들고, ‘삶과 지역문화’가 공존하는 거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저밀도 고효율의 통합 디자인 가로 시설물을 설치, 쾌적하고 여유 있는 거리를 조성해 양(量) 중심에서 질(質) 중심으로 개선된다. 현재 산발적이고 개별적으로 설치된 가지각색의 간판들은 ‘디자인 거리’에 걸맞은 모습으로 새롭게 만들어져 설치되고 있다. 간판뿐 아니라 보도 블럭, 가로판매대, 버스 정류장, 벤치, 휴지통, 자전거 보관대, 안내표지 등 거리의 하드웨어적 구성요소가 통합돼 디자인 거리로 설계된다. 더불어 디자인 공모를 실시해 공공시설물 디자인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건물주, 점포주, 시민단체, 주민 등의 사업동참도 유도되는 참여형 프로젝트다. 기본 구상과 설계단계부터 이들의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외벽관리와 함께 광고물도 작고 아름답게 바뀔 예정이다. 광고물은 각 구별로 7억원씩 배정되며, 현재는 도입단계라 시에서 20%를 지원하고 광고주가 80%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표준매뉴얼인 간판 가이드라인을 2월말까지 제정해 도시미관을 저해하는 간판들을 정비하고 지역별 정체성이 살아 있는 간판 디자인을 유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그 일환으로 간판 문화 개선을 위해 서울시 소재 옥외광고물 제작자를 대상으로 지난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 옥외광고물 정책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정책설명회를 통해 시에서 추진 중인 행정 현수막 없는 거리, 불법 유동광고물 없는 거리, 옥외광고물 DB 구축 사업 등에 대해 설명하고 기업, 시민, 행정기관과 더불어 실제 간판을 제작하는 옥외광고물 제작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이제 출발선에 서 있는 ‘디자인 서울 거리’는 오는 4월 착공해 11월 완료를 목표로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 선정의 쾌거 서울시는 지난해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됐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 신설과 디자인산업 지원을 위한 ‘월드디자인플라자’ 건립 추진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선정됐다. 이는 도시의 공공 디자인 뿐만이 아니라 모든 요소를 포함한 것으로, 서울의 현재가 아니라 그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은 결과다. 디자인 수도로 지정됨에 따라 국내 디자인 산업이 활성화되고 부대효과로 관광객 유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디자인 시장규모도 지난 2005년 7조원에서 2015년 15조원으로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는 올해부터 매년 디자인 관련 전시회와 국제회의를 열고 디자인상을 시상하는 ‘세계 디자인 올림픽’을 개최할 계획이다. 디자인 올림픽은 매년 10월 잠실 종합 운동장을 중심으로 ‘국제 디자인 회의’ ‘국제 디자인 전시회’ ‘서울 디자인상 제정’ '디자인 모뉴먼트 설치’ ‘디자인 페스티벌’ 등 5가지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교류의 장을 열어 국제적인 디자인 도시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창의적인 삶의 공간, 쾌적한 도시, 정체성이 있는 국가는 그 자체로서 브랜드이며 경쟁력이다. 공공 디자인은 그러한 모든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자 방법으로 앞으로 달라질 서울의 거리를 기대해본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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