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 연휴가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이번 연휴는 최대 9일까지도 쉴 수 있어 직장인들에겐 그야말로 황금연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연휴가 길어질수록 건강에 적신호가 깜빡인다는 ‘법칙’엔 이의가 없을 터. 특히 무분별한 음주문화의 후유증은 매년 언론을 장식하는 단골로 손꼽힐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절을 맞아 전통 술 예절을 알리는 행사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고 할 만큼 우리 민족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술. 연휴를 맞아 점차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 조상들의 본래 술 문화와 예절 대해 알아봤다. ■ 고귀한 음식 ‘술’ 예로부터 술은 고귀한 음식 중 하나로 여겨 술을 따르는 그릇부터가 남달랐다. 유래 역시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고증할 수는 없으나, 고대 제천의식에 군무놀이가 있었던 것으로 미뤄볼 때 술은 일찍부터 흥을 돋구는 역할은 물론 제사나 큰 의식을 치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술과 인간의 긴 역사만큼이나 이를 즐기는 음주 전통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술이 난무하는 지금, 옛 조상들의 미덕 중 하나였던 술 문화의 복원이 절실 할 때인지도 모른다. 한때 인간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던 술은 한편으로는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귀한 음식이기도 했다. ■ 전통 음주예법 ‘향음주례’ 예나 지금이나 20세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 술은 금기 음식이다. 특히 예전엔 자제력과 체력이 강건하여 정신과 육체가 성숙한 인격자임을 검증받은 사람만이 술을 먹을 수 있었다. 나약한 미성년이나 지각이 흐린 정신박약자에게 술을 권하는 자체가 규탄을 받아야 할 만큼 술은 아무나 마실 수 없는 귀한 음식으로 취급됐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에게 술이란 ‘숭배’의 대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음주문화의 예의 역시 엄격했다. 이런 옛 조상들의 음주예절을 잘 엿볼 수 있는 전통 중 하나가 바로 ‘향음주례’다. 향음주례란 성균관이나 전국의 향교에서 행하던 일종의 주도(酒道)예절 행사로 빈주백배 공경지심, 손과 잔을 깨끗이 해 상대에게 권하는 청결지심, 공동체 의식의 일미동심, 적절한 양으로 끝낼 줄 아는 절제의 사양지심을 가르쳤다. 특히 향음주례에서 강조하는 주도에서는 술자리 내내 의복과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게 신경을 써야 했다. 음식과 그릇 역시 정갈하고 깨끗해야 하며, 말과 행동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침묵을 지키는 절도도 필요했다. 또 대화도중 존경이나 감사·사과 등의 표시를 할 때마다 절이나 행동으로 즉시 표현해야 했다. 이런 수고는 술로 인한 추태나 분쟁을 줄이고자 한 의도가 컸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향음주례 외에 전통적으로 소학을 통해 술에 임하는 예법을 익혀왔다. 소학에 따르면, 어른과 술자리를 가질 때 아랫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한 후에 술을 받아야 했다. 어른이 만류할 때 비로소 자리에 돌아 와서 마실 수 있었다. 특히 어른이 마신 뒤에야 비로소 잔을 비운다든지, 어른 앞에서 돌아앉거나 상체를 뒤로 돌려 마시는 풍속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 술을 따를 때는 가득 채워야 술을 따를 때와 받을 때 그리고 마실 때도 정도가 있다. ‘술은 술잔에 차야 제 맛’이라는 말처럼, 본래 술을 따를 때는 술잔에 가득 부어야 하는 것이 예의다. 또한 술자리에 참석한 이상,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하더라도 첫 잔은 받아야 한다. 이것을 ‘첫 순배’라고 하는데, 첫 잔부터 술잔받기를 거절하면 술자리의 분위기를 해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과거와 현재의 술 예절이 조금씩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로, 옛날에는 첫 술잔을 받아 마시면 그 잔을 반드시 상석의 어른에게 다시 올려야 했지만, 요즘에는 위생적인 면에서나 간염 등을 고려하여 오히려 그것이 결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네 조상들은 또 술을 마시는 적당한 양도 명확하다. ▲일불(一不) ▲삼소(三少) ▲오의(五宜) ▲칠과(七過)라 하여 ‘한잔 술로 끝나는 법이 없고, 석 잔 가지고는 부족하며, 다섯 잔이라야 알맞되, 일곱 잔이면 과음이라 하여 자제했다. <류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