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 걸친 한류 열풍의 주역 송승헌과 권상우가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화제작 ‘숙명’의 기자시사회가 3월 17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시사회장은 한류 스타라는 명칭에 걸맞게 일본, 중국 등 해외 팬들이 대거 몰려 눈길을 끌었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영화를 볼 수 없게 된 수많은 해외 팬들은 상영관 입구에서부터 권상우와 송승헌을 향한 사랑과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장사진을 이뤘다. 또, 여느 시사회에서는 볼 수 없던 큼직하고 화려한 화환도 상영관 입구를 가득 메워 상영관에 입장하는 일이 ‘영광스러운 일’로 느껴질 정도였다. 권상우·송승헌·박한별·김인권 등 출연배우들과, 영화배우이기도 한 김해곤 감독이 영화 시사에 앞서 인사차 들어왔는데, 등장부터 퇴장까지 진풍경을 연출했다. 얼핏 눈으로 세어봐도 30~40명은 족히 될 경호원·코디네이터·매니저 등의 스태프 군단(?)이 배우들의 앞을 끌고 뒤를 졸졸 따라다니니, 배우 반경 1미터의 접근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역시 한류 스타는 격이 다르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영화 시사 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평소의 4~5배에 달하는 많은 취재진이 회장을 가득 메워 배우·감독과 취재진 사이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팽팽했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영화에 대한 질문은 대체로 “기대만큼은 못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지만, 예전에도 관객의 반응이 엇갈린 ‘괴물’, ‘디워’처럼 영화평과 흥행 면에서는 좋은 결과를 낳았던 대작들과 비슷하다는 반응이었다. “2008년 상반기 ‘추격자’의 흥행돌풍을 이어 어려운 한국 영화계에 봄바람을 선사하고 싶다.”
영화 ‘청풍명월’ ‘블루’ ‘파이란’ 등에서 각본과 각색으로, 또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는 각본·각색에 이어 연출까지, 그 동안 강렬한 캐릭터와 진한 정서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온 걸출한 이야기꾼 김해곤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숙명’. 그가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운명, 즉 숙명’이라는 모두의 삶을 관통하는 묵직한 정서에 시선을 돌렸다. 또한, 두 말이 필요 없는 한류 스타 송승헌과 권상우. 여기에 개성 있는 연기파 배우 김인권, 그리고 스타 배우 지성과 매혹적인 홍일점 박한별까지, 매력 넘치는 다섯 스타를 한 스크린 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각기 강렬하고 인상적인 캐릭터로 연기 변신에 도전한 이들 스타 군단의 만남은 최상의 시너지를 이뤄내며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매력을 선사한다. 2008년 3월 20일 개봉한 ‘숙명’이 관객들의 심판을 기다린다. “나 송승헌도 거칠고 남성적인 연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내면에 폭발적 야성 지닌 전설적 일인자 - 김우민 역의 송승헌 우수에 찬 눈빛으로 많은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사랑을 받아온 배우 송승헌. 자신만의 매력을 뛰어나게 표출할 줄 아는 그가 지금까지의 부드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층 성숙한 강한 남자의 세계를 보여준다. 트레이드 마크인 우수에 찬 눈빛에 폭발적인 야성이 더해져 그만의 ‘우민’을 만들어낸 송승헌. 친구에게 배신당한 분노와 슬픔까지 다양하고 섬세한 감정들이 송승헌의 진심 어린 눈빛을 만나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 예정. “드라마, 영화 등 많은 제의가 있었지만, 특별히 숙명을 선택한 이유는 나 송승헌도 거칠고 남성적인 연기가 가능한 배우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송승헌은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망설임 없이 ‘숙명’을 선택했다. 이 영화를 통해 과연 깊이가 느껴지는 그의 변화와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을지 기대를 가져 본다. “재밌는 악역, 내가 의도했다. 관객들이 나를 보고 웃을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독한 근성으로 세상을 갖고 싶은 남자 - 조철중 역의 권상우 언제나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를 품고 있는 배우 권상우. 액션부터 멜로, 코미디까지 끊임없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엔 차갑고 독한 악역으로 또 한 번의 도전을 시도했다. ‘철중’은 그가 맡은 최초의 악역이지만, 그 이면에는 나름의 정당성과 안타까움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기에 복합적인 감성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철중이 등장할 때마다 오히려 관객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혹시 의도였나?”라는 기자의 허를 찌르는 질문에 권상우는 “재밌는 악역, 내가 의도했다. 난 사람들이 나를 보고 심각한 게 싫다. 관객들이 웃을 때 나는 만족했다”고 털어놔 또 한 번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 영화가 자신의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것이라며 자부하는 그의 열정은 스크린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숙명’처럼 사나이의 우정과 배신을 다룬 작품들 사나이들의 우정과 배신을 그린 이야기는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 그 동안 청춘·멜로물에 잘 맞을 것 같은 잘생기고 젠틀한 역으로만 출연했던 영화배우 장동건. 그는 2001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에서 성공적인 악역으로 변신해 자타로부터 연기변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친구’에서는 폭력조직의 두목을 아버지로 둔 준석(유오성), 가난한 장의사의 아들 동수(장동건), 화목한 가정에서 티없이 자란 상택(서태화), 밀수업자를 부모로 둔 귀여운 감초 중호(정운택), 이 네 사람이 어딜 가든 함께 하는 둘도 없는 친구이다. 성인이 되기까지 이들에게 세상은 온통 푸르게만 보였다. 스무살, 대학에 진학한 중호와 상택은 동수와 준석을 찾아가고, 어찌된 이유인지 동수는 감옥에 수감됐고, 준석은 어머니를 여읜 충격으로 마약에 찌들어 있다. 아버지마저 여의고 조직의 행동대장이 된 준석, 준석을 배신하고 새로운 조직의 행동대장이 된 동수, 미국 유학을 앞둔 상택, 결혼하여 횟집 주인이 된 중호…. 상택은 유학길에 오르기 전, 다시금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지만, 준석과 동수는 끝내 공항에 나타나지 않는다. 친구들을 부산 땅에 남기고 떠나는 상택의 마음을 불길하기만 하다. 영화는 결국 준석의 부하에 의해 동수가 살해되면서 끝을 맺는데,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라며 죽어가면서 읊조리던 장동건의 대사는 이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번 패러디 되면서 명대사로 남았다. 한국에 ‘친구’가 있다면, 홍콩에는 ‘홍콩 느와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영웅본색(오우삼 감독)’이 있다. ‘영웅본색’은 서극 감독이 만든 ‘영웅본색3’까지 모두 3편. 하지만, 팬들의 가슴과 뇌리에 잊을 수 없는 사나이의 뜨거운 우정과 의리로 감동을 준 영화는 1·2편. ‘영웅본색1’은 형제애, 사나이의 우정에 초점을 맞춘 반면, ‘영웅본색2’는 액션에 더 초점을 맞췄다. 특히, ‘영웅본색2’에서 죽어가는 장국영의 전화 박스 라스트 신은 국내 팬들에게 유명한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출산을 한 아내 주보의와 통화를 하는 장국영은 주윤발의 품에 안겨 최후를 맞는데, 죽음을 앞둔 와중에도 아이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장국영의 마지막 모습은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금까지도 여러 번 패러디되고 있다. [영화 '숙명' 줄거리] 네 친구, 서로에게 칼날을 들이대다 최강의 팀 플레이를 자랑하며 어둠의 세계를 휩쓸던 네 친구 우민·철중·도완·영환 이들은 각자 새로운 출발을 위해 계획했던 카지노 습격사건이 철중의 배신으로 어긋난 후,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는 적이 된다. 자신을 돌보기보다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먼저 행동하는 우민은 친구들의 안전을 위해 카지노 습격사건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고 2년 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나온다. 한편, 우민이 없는 동안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온 철중은 우민과의 재회가 반갑지 않다. 우민의 새 출발 막는 갖가지 음모들 철중에 대한 원망으로 하루하루를 곱씹으며 술과 약에 의지해 연명해 온 도완은 우민에게 “그리웠던 시절(어둠의 세계서 함께 뭉쳐 잘 나가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같이 힘을 합쳐 철중에게 복수하자”고 말하지만, 우민은 “다 잊고 새로 시작하자”며 도완에게 정신과 치료를 제의한다. 한편, 우민의 여자였던 은영은 어느새 보스의 여자가 되어 미소를 잃어버린 생활에 만족(?)하며 자신을 찾아온 우민을 밀쳐낸다. 우민은 자신이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에게도, 믿었던 동료에게도, 목숨보다 사랑했던 연인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란 사실을 인정하고 떠나기를 결심하지만, 자신을 가만 두지 않는 무리들과 고름 터지듯 하나하나 잇따라 생기는 사건으로 인해 또 다시 몸담았던 암울한 세계에서 떠나지 못한 채 주위를 맴돈다. 언젠가 싸울 수밖에 없는 숙명이라면 피하지 않겠다 철중은 자신이 저지른 배신에 대해 눈곱만치의 죄책감도 없이 점점 비열해져만 간다. 돈과 권력을 위해서는 선배는 물론 친구의 부모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게다가, 충성을 맹세했지만, 우민의 출현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우민의 쪽으로 눈을 돌리는 보스와 친구, 심지어 자신의 심복들이 있어 그에게 믿을 것은 돈과 권력뿐임을 또 다시 확인한다. 한편, 철중과 우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어느 한 쪽도 버리지 않는 영환은 철중과 영민의 숙명적인 대결을 말리지도 부추기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보이지 않는 이익을 위해 부드러운 미소로 방관자인 듯 명민한 두뇌를 굴린다. 철중으로부터 비참한 최후를 맞은 강섭의 일로 그 동안 참았던 우민의 분노가 폭발한다. “떠난다고 해서 행복을 바란 적은 결코 없다. 지금 닥친 대결을 피할 수 없다면, 남자답게 맞설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