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국지:용의 부활>의 월드 프리미어 기자시사회가 3월 24일(월)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회는 <삼국지:용의 부활>의 감독 이인항과 홍콩 스타 유덕화·홍금보, 다니엘 헤니의 전 애인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배우 매기 큐가 참석해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알리는 자리가 되었다. 대작 감상 후, 동시통역사이면서 라디오 DJ와 TV 진행자로 유명한 배유정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국내 취재진은 물론 홍콩·베이징 등에서 날아온 현지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까지 더해져 취재 경쟁이 치열했다. 중국 4대 고전소설 중 하나이자 세계인의 필독서인 삼국지. 한나라의 몰락에 이어 혼돈의 위·촉·오 삼국시대를 거쳐 진나라에 통일되는 시점까지 장구한 역사를 스펙터클하게 다룬 삼국지는 그 속에 충의와 배신, 지혜와 음모, 용기와 좌절 등의 이야기를 담아 역사적으로, 문학적으로 큰 감동과 영향을 주었다. 소설·게임·드라마·방송 등을 통해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온 삼국지는 원작의 내용과 스케일이 방대해 1990년에 단 한 차례 영화화된 것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스크린에 옮길 엄두를 못 낸 대작이다. 하지만, 2008년 4월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삼국지가 스크린 속에서 부활한다. 이 영화는 유덕화·홍금보·매기 큐가 주연을 맡고 수많은 홍콩·대만 출신 배우가 참여했으며, 국내 기업인 태원엔터테인먼트가 투자를 비롯하여 기획·제작·후반작업 등을 맡아 한국의 자본과 제작진이 힘을 합친 글로벌 프로젝트라서 더욱 뜻이 깊다. 4월 3일 홍콩·중국·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한국 6개국에서 동시 개봉. ■<삼국지:용의 부활>의 성공을 이끄는 주역들 ■‘독보적이고 환상적인 연출력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는다’-이인항 감독(Daniel Lee) ‘가장 역동적이고 인상적인 새로운 무술 영화감독’이라는 찬사를 받은 홍콩 영화의 대표적인 감독 이인항. 데뷔작인 <독벽신도>를 비롯해, <흑협> <성월동화> 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강타했다. <삼국지:용의 부활>은 2000년에 홍콩에서 개봉한 영화 중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린 <파이터 블루> 이후 유덕화와 손을 잡은 그의 두 번째 영화다. “<삼국지:용의 부활>은 조자룡이라는 위대한 영웅의 현대적 재탄생이다”라고 밝힌 이인항 감독은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피할 수 없는 시련과 배신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라고 자신에게 되묻는 조자룡의 물음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비쳤다.
■‘유비군을 이끄는 불패명장’ 조자룡 역-유덕화(劉德華) 조자룡은 장판교 전투에서 홀홀단신 조조의 일만 대군과 맞서 유비의 아들을 구하는 등 백전무패의 위용을 떨쳤다. 하지만,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떠난 북벌전쟁에서 조조의 손녀 조영과 ‘패배를 예상한’ 전쟁을 시작한다. <명장> <묵공> <무간도> <연인> 등의 영화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아시아 스타 유덕화. 그는 영웅 조자룡의 젊은 시절부터 노장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실제로 삼국지 속의 캐릭터가 살아 부활한 듯한 연기를 펼쳤다. ■‘불운의 장수’ 나평안 역-홍금보(洪金寶) 조자룡의 고향 선배이자 군대 선배인 나평안. 조자룡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조자룡의 그늘에 가려 한 발 물러서 있어야 했던 비운의 인물이다. 현대 홍콩 영화의 영향력 있는 개척자로 유명한 홍금보. 그는 유덕화·원표·양자경·신시아 로스록과 같은 걸출한 스타를 키워내 홍콩 영화계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에서 무술감독을 맡은 후, 전 세계 영화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무술 감독을 맡은 영화들은 대부분 홍콩 박스 오피스 1위에 진입해 그의 실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홍금보는 이번 영화에서 조자룡의 절친한 친구 나평안 역을 맡아 개인적인 야욕으로 친구를 덫에 빠뜨리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또한, 무술 감독으로서 유덕화와 매기 큐의 무술을 지도해 <삼국지:용의 부활> 속에서 실감나는 전투 신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조조의 손녀, 카리스마 여장수’ 조영 역-매기 큐(Maggie Denise Quigley) 위나라 대군을 이끄는 조조의 손녀. 조조에게 물려받은 지략과 냉철함으로 수만 대군의 선두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여장부. <다이하드 4.0> <미션 임파서블3> 등을 통해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를 무대로 활약하는 섭외 1순위 배우 매기 큐. 그녀는 섹시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닌 보기 드문 여배우로, 과격한 액션 신까지 소화해내는 폭넓은 연기력을 과시한다. 영화 <삼국지:용의 부활>에서는 오직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상의 인물인 조조의 손녀 조영으로 분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삼국지:용의 부활>이 국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는 이유 지금껏 글로벌 프로젝트를 표방한 영화들은 한국 배우들을 주·조연으로 참여시키거나 해외 로케이션, 혹은 투자의 일부분만 참여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삼국지:용의 부활>은 기획부터 제작, 후반 작업까지 모두 한국이 주도해 한국 영화의 힘을 보여준 진정한 글로벌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크랭크인부터 크랭크업까지 제작의 전반을 관리한 것은 물론, CG 등의 후반 작업과 마케팅까지 참여의 폭을 넓혔다. 특히,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사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제작 및 투자 유치, 해외 세일즈를 지휘했고, 한국에서 제작된 마케팅 관련 비주얼 및 자료들을 해외로 역수출하는 등 색다른 시도로 영화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열었다. 또한, 이 영화는 100% 순수 국내 기술로 거대한 스케일과 실감나는 액션 장면을 만들어 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영화 속 생생한 CG 장면들은 바로 한국의 믹스필름을 통해 제작됐다. 보통의 한국 영화들이 200~300컷 정도에만 CG 작업을 시도하는 반면, <삼국지:용의 부활>에서는 총 500여 컷에 달하는 장면에 CG 기술이 동원됐다.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국내 CG 기술을 통해 수만 명의 대군으로 둔갑한 것은 물론, 빗발치는 화살, 날카로운 칼과 창이 난무하는 치열한 전투 장면은 더욱 사실적이고 박진감 넘치게 표현되었다. ■화려한 해외 스타들과 함께 한 인터뷰 삼국지는 방대한 스토리여서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했다. 특히, 유덕화 씨는 조자룡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연기했는데, 이 배역에 캐스팅됐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영광스러웠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린 조자룡은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던 ‘백전불패’의 장군이 아니다. 영화를 선택했을 때, 조자룡을 어떤 시각으로 다룰지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은 항상 성공만 하는 인물이 실패를 절감할 때의 심경을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유덕화).” ■이 영화는 국내 CG(컴퓨터 그래픽)를 100% 경험했는데, 중국·미국에 비해 어땠는가? “CG는 영화를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삼국지 ‘기록평’(다큐멘터리)과 같은 작품을 그리고 싶어 한국 CG 업체에 사실적인 표현을 요구했고, 원하던 대로 완성돼 만족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만족도는?) 감회를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마지막 장면인 촉나라 군과 위나라 군이 싸우는 장면에서 20대부터 70대까지 승리만 했던 조자룡이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시점에 왔을 때, 그를 연기하는 유덕화의 눈빛을 보고 흡족스러웠다. 또, 매기 큐를 처음 캐스팅한다 했을 때, 본국에서 의문점을 많이 제시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매기 큐를 캐스팅했다. 매기 큐는 조영으로 분하기 위해 베이징과 미국을 오가며 훈련에 충실히 임했고, 표준 중국어인 만다린 어와 비파 등을 열심히 배웠다. 그 후 매기 큐와 첫 컷을 찍는데, 전쟁터에서 그녀가 내뱉은 첫 대사와 표정에 그간의 힘든 과정들이 눈 녹듯이 녹아들었다. 매기 큐의 캐스팅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거라 믿는다(이인항).” ■역사를 다루는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데, 영화 완성 후의 소감은 어떤가? “조자룡 역에 부담이 많았다. 조자룡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전문 학자들이 보는 시각,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 보는 시각, 컴퓨터 게임을 통해 알고 있는 조자룡의 모습 등이다. 모든 시각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부담은 있었다. 하지만, 감독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유덕화).” ■조영이란 인물은 다른 등장인물들과 달리 가상의 인물이다. 조영 역을 연기하면서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삼국지의 역사는 물론이고, 언어·배경 지식도 몰랐다. 완전 무(無)에서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홍금보 씨의 세심한 무술지도와 이인항 감독의 언어지도 등이 큰 도움이 됐다. 악기연주도 처음이었고, 신생아처럼 모든 것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때문에, 잠자리에 들 때마다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킬까봐 혼자 울기도 했다. 이번 영화가 내가 출연한 영화 중 가장 어려웠다(매기 큐).”
■서사극의 액션 표현은 어디에 주안점을 뒀는가? “이전에는 무협·활극 액션 연기를 보여줬는데, 이번 영화의 배경이 고대 전쟁이다보니 전쟁터에서 양쪽 군대가 서로 대치하는 전투, 전체가 한꺼번에 붙는 복잡한 전투 등 전작들과 많이 달라 힘들었고,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감독한테 돈을 좀 더 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더라(웃음). 하지만, 흥미롭고 의미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보람 있었다. (두 배우의 액션 연기는 어땠나?) 유덕화는 오래 전부터 많은 액션 영화에 출연했으므로 그의 액션 연기에 대해 고민한 적은 없다. 반면, 매기 큐에 대한 걱정은 많았다. 하지만, 예상 외로 너무 잘 해줘서 놀랐다. 감독이 왜 내 돈을 안 올려줬을까 생각했는데, 지금 알았다. 유덕화가 잘해서 돈을 더 많이 가져갔다(웃음·홍금보). 아니다. 매기 큐가 더 가져갔다(유덕화).” ■남성 영화에서 여전사로 출연했는데,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전작도 그렇고, 남자들이 수적으로 강세인 영화에만 출연한 것 같아 여자만 출연하는 영화를 꼭 해보고 싶다. 특히, 유덕화·홍금보 씨처럼 강한 남성과 같이 있으면 묻히기 쉽다(웃음). 조영은 평생 남성으로 살기를 결심한 무사로, 연예계의 나와 비슷하다. 연예계는 여성 혼자 몸으로 버티기 힘든 세계다(매기 큐).” ■<삼국지:용의 부활>이 오는 4월 열리는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는데, 진출 소감은? “굉장히 영광스럽다. <삼국지연의>를 알고 이해하는 분도 있지만,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더 많을 것이다.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많은 외국인들과 <삼국지연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중국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이인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