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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총,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인터뷰]성기조 예총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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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호 이우인⁄ 2008.03.31 17:44:28

120만 예술인을 대표하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예총) 회장을 뽑는 선거전이 2월 29일 프레스센터 20층에서 펼쳐졌다. 10개 분야·장르별 단체에서 각각 20명씩 200명, 연합회와 지부에서 115명 등 총 315명의 대의원이 참여해 치러진 이번 예총 25대 회장 선거에는 이성림 현 예총 회장을 비롯하여 4명의 후보들이 열흘 앞선 19일 출사표를 던졌다. 2~3명이 각축전을 벌이던 예전의 선거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성림 현 예총회장, 하철경 전 미술협회 이사장, 윤승문 한국연예예술협회 이사장, 성기조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등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2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기득권에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상임자문위원을 역임해 ‘친여 인사’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 이성림 현 예총회장이 149표를 얻어, 하철경 후보를 9표차로 누르고 25대 예총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지난 2000년 제23대 회장에 당선된 이후 24대에 이어 25대까지 3선 연임에 성공했다. 한편, 수석부회장에는 성기조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이 올랐으며, 4인으로 구성된 부회장단에는 윤승문 한국연예협회 이사장, 신우철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박계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노재순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이 선출됐다. 회장선거에 출마하여 ‘시대를 선취하는 예총, 힘 있는 예총’을 만들기 위해 ‘예술문화예산 정부예산 대비 1.5% 확충’ ‘예술인복지조합 설립’ ‘국제예술교류센터 건립’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았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인물을 소개한다. 그는 예총의 현 수석부회장인 성기조(75)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이다. 그는 시인, 작가, 교수, 문학박사,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명예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상임위원, 한국비평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한국 교원대학교 교수로 정년을 마쳤으며, 현재 중국 낙양대학교 석좌교수, 예총 수석부회장 등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매우 이력이 화려한 인물이다. 성기조 부회장은 예총의 미래를 바꾸고자 하는 깨끗한 실천자다. 그는 예총 사무총장 재임시 현 예총회관을 마련한 업적이 있다. 10억 원은 서울시에서, 9억 원은 문공부(당시)에서 지원받아 예총 창립 후 처음으로 건물을 사들여 대학로로 이전한 뒤 예총대표자대회 창설, 기관지 <예술계>(현 예술세계) 창간 등의 사업을 정착시켰다. 그는 문인답게 저서도 많아, 시집 <별이 뜬 대낮> 등 21권, 창작집 <모독> 외 11권, 수필집 <세상얘기> 외 11권, 문예비평서 <한국문학과 전통논의>와 고등학교 교과서인 <작문>·<문학> 등 130여 권의 저서 및 편저가 있다. 작품이 중국어·영어·프랑스어·일본어 등으로 번역 출판되어 세계에 널리 알려졌고 ‘자유중국문학상’ ‘아시아문학상’ ‘상화시인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3월 27일 오전 10시, 성기조 수석부회장을 만나 예총의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총이 생소한 독자를 위해 예총은 어떤 단체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예총은 건축·국악·문학·무용·미술·사진·연예·연극·영화·음악 등 10개 협회가 만든 연합체로, 한국의 예술문화 창달과 국제교류에 진력하며, 회원단체의 친목과 권익을 옹호하고 상호 창작활동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둔 예술문화단체입니다. 줄여서 예총이라 부르죠. 1947년에 설립된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문총)의 후신입니다. 1962년 1월 5일 국회의사당에서 창립총회를 가졌고, 이듬해 1월 사단법인으로 설립인가를 받아 출범했습니다. 창립 이래 신인예술상 시상, 각종 경축일과 예술제 개최, 예술인의 복지사업 및 창작 연금·지원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출판사업도 하고 있어 <예술세계>를 매월 발간합니다. 또, 예술문화의 사회적 지위 향상, 국내 예술활동에 관련된 자료조사 및 수집과 통계, 한국예술의 해외진출 및 교류사업 등도 하고 있습니다. 예총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명실상부하게 예술문화를 관장하고 그 발전방향을 모색하며 예술정책 수립에 영향을 끼치는 단체로 성장해 왔습니다. 때문에, 모든 회원이 우리나라 예술문화의 꽃이며 예술운동의 힘찬 동력으로서 각기 맡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총의 ‘현주소’를 듣고 싶습니다. “오늘날 예총은 여러 가지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습니다. 이것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90년대 초반부터 예견된 일이었죠. 이 시기부터 시민사회운동이 본격화되고 88올림픽을 계기로 합법화된 예술분야 진보세력들이 힘을 결집하여 예총을 수구세력으로 몰아세우면서 그 동안 억눌려왔던 욕구를 분출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진보성향의 문화논객들이 내세운 미학이론과 실천이론으로 기존 예술계의 권위를 하나하나 파괴해 나간 결과, 오늘날에는 명실공히 이들이 문화권력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정치·문화적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성찰과 반성 그리고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었지만, 타성에 젖어 있던 예총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권력에 의한 시혜성 보조금에 안주하면서 서서히 생명력을 잃어갔던 것입니다. 21세기, 본격적인 지식기반사회, 신자유주의시대의 사회문화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예총은 무관심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으면서 보호 울타리가 없어지고 기득권이 사라지면서 예술인회관 문제, 경상운영비 문제 등 예총은 진보세력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70년대에 크게 이름을 떨친 기업들이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원인은 바로 이와 같이 변화하지 않고 혁신하지 않은 데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예총회관에 가보면, 본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나 사무실 환경 그리고 직원들이 하는 일들이 20~30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게 없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시·도연합회, 지부들 중 일부는 중앙과는 달리 시대의 변화를 읽으면서 자기 혁신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귀퉁이에서 일고 있는 이 소중한 변화와 혁신이 중앙 예총의 변화와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라는 예총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총이 시·도연합회, 지부와 네트워킹이 잘 되어야만 예총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단결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렇듯 외부 변화에 둔감하고 내부 소통에도 눈을 돌리지 않은 예총은 수년 전에 등장하여 아직도 불씨가 꺼지지 않은 ‘예총 무용론’으로 그 동안 우리 예총이 쌓아 올린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한 줌의 재로 만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예총 무용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김대중 정부 이후, 예총에 대한 홀대와 편향된 예술정책으로 예총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민예총(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및 좌파이론에 근거한 예술정책을 펴나갈 때 이에 걸맞는 이론개발과 대응논리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예총 무용론’이 확산되었습니다. 특히, 이런 논의는 좌파 논객들에 의하여 제기되었기 때문에 예총으로서는 인내하거나 무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총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민족예술과 전통문화의 옹호를 기반으로, 좌파이론을 근거로 해서 이루어진 모든 정책과 틀을 되돌려 놓는 일입니다. 전통예술의 부정으로 혼란에 빠진 예술계의 현실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합니다. 이 밖에, 예술인 숙원사업인 ‘예술인회관’ 건립과 기금확보를 위한 문예진흥기금 지원제도 개선, 문화예술 진흥분야에 편입되는 복권기금 일정비율 할당, 문화예술인 D/B 구축을 통한 예총 회원 취업보도 활성화, 예총 회원의 기초생계를 보장하는 예술인공제조합 설립, 창작활동 지원, 전업예술인 창작 여건 및 환경 개선 등 회원들의 취업·생계를 위한 일들을 긴급하게 해결하는 예총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 25대 회장 선거에서 아쉽게도 낙선을 하셨습니다. 그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25대 회장선거는 정관 및 선거관리 규정에 따라 시행된 1차 투표에서는 당선된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2차 투표로 들어가기 전에 수석부회장 제의를 받아 이를 수락하고 총회에서 지명되었습니다. 이는 회장선거에 임하면서 예총의 개혁방안을 제시한 공약이 대의원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앞으로 예총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오랜 잠에서 깨어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총의 살림을 집행하던 사무총장 시절과 수석 부회장에 취임하신 지금의 입장을 비교해 주십시오. “30년 전에 사무총장으로 시무할 때는 예총의 위상이 지금보다 월등하게 높았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위상은 말이 아닙니다. 10년 동안 좌파 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논객들에 의해 엄청난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이를 하루 빨리 원상으로 되돌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바로 전통예술의 옹호와 창작 환경개선을 이루어 내는 일이죠.” 끝으로, 예총 회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그리고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을 들려 주십시오. “예술인으로서 자존심을 회복하고 창작환경 개선에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는 예술인에 대하여 최소한의 생계비 지원과 창작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예술인복지조합 설립이나 예총회관 건립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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