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1세대 만화가’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4월 8일 서울 대학로의 ‘더굿씨어터’에서 기자시연회를 열고 만화 속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그대로 옮겨와 재현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2007년 4월부터 9월까지 연재된 <순정만화> <바보>에 이은 강풀의 ‘순정만화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다. 70대 노인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이야기지만, 강풀의 탁월한 스토리 텔링 능력에 힘입어 20~30대 남녀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연재기간 동안 ‘1일 평균 페이지 뷰 23만’ ‘총 리플(답글) 6만’ ‘총 3,000만의 누적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또한, 이 작품은 젊은이들의 가벼운 사랑 일색인 현실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노년의 삶과 사랑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려 ‘오늘의 우리 만화’ 2007년 하반기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만화는 폐지를 줍는 송 씨 할머니와 우유를 배달하는 김만석 할아버지가 황혼에 새롭게 시작하는 잔잔하지만 애틋한 러브 스토리와, 평생을 부부로 살면서 죽음마저도 함께 하고 싶은 장군봉 부부의 사랑을 그렸다. 송 씨와 김 씨 커플이 따뜻하고 가슴 설레는 사랑으로 밝은 분위기를 끌어간다면, 주차관리인 장군봉과 치매에 걸린 그의 아내는 노년층이 갖는 그늘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외피 속에 이 시대 노인들의 현실이 담겨 있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 특별함! <늙은 부부 이야기>의 연출가 위성신과 <사랑은 비를 타고>의 작가 오은희가 참여하여 만화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작품 전반에 따뜻한 드라마와 시종일관 미소 짓게 하는 위트를 가미해 연극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또한, 그림과 글만 보고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던 만화 속 인물들을 무대에 세워 지면의 제약을 무너뜨리고, 산동네 골목길을 배치한 무대에다 오토바이·리어카 등의 갖가지 도구와 소품을 활용하여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는 데 주력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볼 만하다. 삶의 향취가 묻어나는 실력파 배우들의 연륜을 감상할 수 있다. 시종일관 목청을 높여 보는 이의 진을 빼는 혼신의 연기를 한 강태기(김만석 역), 김 씨의 사랑고백에 20대 소녀의 수줍은 기분을 느끼는 폐지 줍는 할머니 연운경(송이뿐 역), 치매 걸린 아내를 극진히 보살피는 주차관리인 할아버지 이희연(장군봉 역), 치매 걸린 아내를 실감나게 연기한 이현순(조순이 역) 등이 출연해 극의 사실감을 더했다.
■강풀 만화, 그 대단함! 강풀(본명 강도영)은 그림 공부를 하거나 누구에게 사사받은 적도 없다. 그는 상지대 국문학과 재학시절 ‘한겨레 그림판’에 실린 박재동 화백의 만평을 보고 충격을 받아 대자보·만장 등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강풀은 대학 졸업 후 무려 400여 군데 회사에 만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이력서를 보내 퇴짜를 맞기도 했다. 그 후 단행본 삽화, 잡지 연재 등 만화와 관련된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가, 2002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www.kangfull.com)를 열었다. 처음으로 올린 만화는 학창 시절 우연히 길거리에서 본 ‘똥’에 대한 만화였다. 바로 그 다음날, 그의 홈페이지는 온통 ‘똥칠’로 뒤덮였다. 강풀의 만화를 본 독자들이 저마다 똥에 얽힌 경험담을 올렸기 때문이다. 강풀은 그 후로도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엽기적인 소재(구토·똥 등에 얽힌 이야기)로 그려진 <일쌍다반사>로 ‘인터넷 만화가 1세대’로 불리며 네티즌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2001년 만화가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강풀이 연재한 모든 장편만화는 영화를 비롯하여 다른 장르로 구현되었다. 대학로에서는 이미 <순정만화><바보>가 공연 중이며, 이 두 작품은 연극뿐 아니라 모두 영화화되었다. 영화 <바보>는 차태현·하지원 주연으로 최근 개봉된 바 있으며, <순정만화>는 유지태 주연으로 현재 영화촬영 중이다. 또한, 앞서 2006년 개봉한 고소영 주연의 영화 <아파트>를 시작으로, 광주 민중항쟁을 다룬 <26년>과 미스터리 심리물인 <타이밍>도 영화·드라마로 선보일 예정이다. 스토리를 탄탄하게 엮어가는 강풀의 재능은 영상·공연업계의 이목을 잡아끌며 급기야 2009년 개봉 예정작인 영화 <괴물2>(<괴물>의 속편)의 시나리오 작업까지 맡게 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야기 낡은 오토바이로 동네사람들의 새벽잠을 깨우며 우유배달을 다니는 김만석(76세)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괴팍한 노인이지만, 가슴 아픈 상처를 안고 산다.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워 항상 무시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아내를 병으로 잃고 만 것이다. 위암 말기라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누운 아내가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 한 음식이 우유였다. 남들 보기에 인생 말년을 편하게 보내도 되련만, 그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우유배달에 여념이 없다. 폐지를 주워 근근이 살아가는 송 씨(77세)는 무의탁 독거노인이다. 어릴 적, 딸이라고 이름도 지어주지 않는 시골이 싫어 서울로 무작정 도망쳐 오지만, 자신을 데리고 서울로 온 남편은 자신을 버렸고, 자식마저 이름도 없이 병들어 죽었다. 그 후 그는 칠십 평생을 이름도 없이 ‘송 씨’로 불리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만석과 송 씨는 우연한 계기로 대화를 나누고, 만석은 송 씨를 마음에 담는다. 76세라면 사랑을 알아도 몇 번을 알았을 나이에 만석은 풋사랑을 하는 철부지 소년처럼 ‘마음 따로 말 따로’인 자신의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송 씨도 만석의 거칠고 일방적인 참견이 싫지만은 않다. 그리고 저돌적으로 사랑을 밀어붙이는 만석의 열정적인 모습에, 비록 살 날보다 죽을 날이 가까운 노인이지만 오랜만에 사랑이란 감정을 품으며 행복을 만끽한다. 한편, 주차관리인 장군봉은 치매 아내를 두고 입에 풀칠하기 위해 매일을 부지런히 주차장으로 나선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집에 갇혀 하루를 홀로 보낼 아내 생각뿐이다. 그러다 만석의 조언으로 아내의 병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홀로 떠날 사랑하는 아내의 긴 여행을 함께 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우리가 만난 시간은 겨우 한 계절 남짓이지만, 만석 씬 내 인생 전체를 행복하게 해줬어요.” 장군봉 부부의 장례식에 다녀온 송 씨는 만석에게 느닷없이 이별을 고한다. 인생이 고달팠다는 송 씨는 그래도 만석이 있어 추억을 되씹으며 여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만석은 좋아하는데 헤어져야 한다는 말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그는 미소 지으며 떠나는 송 씨의 앞을 가로 막고 죽을 힘을 다해 외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