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국회의원을 뽑은 4.9총선이 끝난지도 그럭저럭 한 달이 다 돼가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국회의원 당선자들 가운데는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자격이나 능력을 의심받지 않을 수 없는 ‘불량품’ 인사들이 적지 않게 짚여져 나오는 바람에 총선 후유증이 끊이질 않은 채 연일 들끓고 있다. 이는 주로 일부 비례대표 당선자들이다. 이들은 이른바 ‘돈 공천’ 여부를 비롯하여, 학력과 경력 등을 위조 및 변조했거나, 심지어 과거의 각종 파렴치 범죄 전과 감추기와 주가조작까지 하여 수백억 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받는 당선자도 있어, 급기야는 검찰에 구속까지 된 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원성도 점차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도 힘을 받으며 속도가 빨라져 가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4.9총선 결과로 드러난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갖가지 비리 의혹과 특히 ‘돈 공천’ 의혹은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인 양정례 당선자의 ‘공천 헌금’ 의혹에서 불거지기 시작, 여야 정당을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들통이 난 바람에 온 국민을 실망과 허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만 셈이다.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식의 비례대표를 뽑을 바에는 이번 기회에 보다 근본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강구하든가, 그렇지 못한다면 아예 이 제도 자체를 없애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높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이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고르고 질 좋은 대의정치 구현을 위해서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다시 말해, 지역 대표성만으로는 실효성과 고른 이른바 질 좋은 대의정치를 기대하기 어려워,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 직역 및 직능 대표성을 갖춘 전문가나 여성과 소외계층 등에 대한 배려로 도입한 비교적 괜찮은 제도인데도, 이를 교묘하게 악용해 ‘불량품' 이나 다름없는 인사들에게 돈을 받고 공천을 팔아 먹은 셈이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끔 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들통난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면면이나 사람 됨됨이 등이 각종 매스컴 등에서 보도된 ‘돈 공천’ 의혹 말고도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나 능력을 의심케 하는 요인들도 적지 않아, 새삼 대의정치에 대한 회의심까지 자아내게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는 이번에 갖가지 자격 흠집을 비롯한 ‘돈 공천’ 의혹 등으로 크게 얼룩지게 된 비례대표 당선자 파동 문제는 비단 이번에 들통난 몇몇 당선자들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 정도로 끝내고 넘겨 버려서는 안 된다는데 있다. 이 문제는 바로 우리나라 대의민주주의 정치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하나의 큰 척도가 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오는 5월 말께에 출범하게 될 제18대 국회에서는 개원 초부터 당장 이 심각하고도 중대한 비례대표제 개선 문제부터 다루어 줄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번 비례대표제 파동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지적되고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제도가 안고 있는 핵심적 허점인 비례대표 후보자의 투명성을 담보할 장치가 없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이 점부터라도 우선 고치면 이번처럼 아무나 함부로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지 못하도록 막는데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