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근의 변강쇠는 잊어라.” ‘변강쇠 시대’의 새 지평을 여는 영화 <가루지기>가 저고리를 홀라당 풀어 헤쳤다. 한국 영화사를 장식한 작품 중 하나인 <변강쇠>. 구전으로 내려오는 ‘가루지기 전’을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은 1986년 엄종선 감독의 <변강쇠>다. 1대 변강쇠에는 영화배우 이대근이 출연해 서민들 세상에 ‘파격’으로 풀어 놓은 변강쇠와 옹녀의 색담(色談)이 당시 선풍적인 이슈를 낳았다. 지금까지 ‘변강쇠’를 다룬 작품은 한국의 대표 에로티즘 어귀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08년에 등장한 <가루지기>의 변강쇠는 다르다. 그는 순수함과 마음으로 사랑할 줄 아는 새로운 ‘변강쇠’를 제시하는 인물이다. 가루지기의 언론 시사회가 4월 22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유난히도 많은 ‘남정네’들이 참석했다. 영화 상영 내내, 남정네들의 의미심장한(?)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부적절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 터. 시사회에는 변강쇠 역을 맡은 배우 봉태규와 이번 작품이 연예계 첫 데뷔 작인 신예 김신아, 뮤지컬 계의 대모 전수경, 영화 <솜사탕>으로 여러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바 있는 신한솔 감독이 참여해 ‘19금(?)’ 이야기를 나눴다. <가루지기>는 지금껏 알고 있던 ‘변강쇠’를 새로운 시각에서 그린 작품으로, 일찍부터 충무로의 주목을 받아왔다. 고개 숙인 남자에서 조선 최고의 거물로 다시 태어난 변강쇠 탄생의 비밀과 그의 숨겨진 과거, 말로만 전해 듣던 상상초월 활약상이 독특한 발상과 예측 불허의 에피소드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 밖에도, 조선 팔도 여인네들의 본능을 깨운 천하제일 변강쇠의 순수한 사랑, 그와의 황홀한 하룻밤을 꿈꾸는 ‘발정 난’ 여인네들의 섹시 대결이 볼 만하다.
■여기 ‘발정 난’ 사람들 좀 보시게 + “베드 신이 어렵다구요? 천만에요. 저는 베드 신으로 데뷔했걸랑요.” 조선시대 최고의 ‘대물급’ 인사 변강쇠 역-봉태규…. 형과 함께 떡을 팔던 떡장사 강쇠는 거시기에 불이 붙는 불의의 사고로 남자 구실을 못하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음양통달 도사에게 500% 가득 찬 양기로 돌아온 강쇠는 조선시대 최고의 ‘거물’로 아낙네들을 흥분시킨다. <눈물><바람난 가족><방과후 옥상><두 얼굴의 여친> 등에서 봉태규는 특유의 개성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개성파’ 배우다. “이번 영화는 유독 베드 신이 많은데,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대답해 취재진을 놀라게 한 봉태규. 그는 데뷔작인 영화 <눈물>부터 베드 신을 찍어온 이른바 ‘베드 신의 달인’이었다. + “노출 신 망설였지만, 달갱으로서 연기했어요.” 변강쇠의 마음을 사로잡은 순수녀 달생 역-김신아…. 새하얀 피부, 천사 같은 미소, 순수함에서 발산되는 무한 섹시 매력까지 모든 것을 갖춘 순수녀 달갱은 변강쇠의 첫사랑이다. 보름달이 훤하게 뜨는 밤이면 댄스를 즐기는 달갱은 예쁜 얼굴만큼이나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충무로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김신아는 끼와 재능으로 유명 여배우들을 제치고 당당히 <가루지기>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 “데뷔 첫 작품부터 노출 신이 많아 고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달갱이라는 인물에 빠져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되더라구요. 저는 그저 달갱으로서 연기했습니다.” 영화에서 김신아는 신인인데도 불구, 과감한 전라의 노출 신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달갱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소화해 벌써부터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 “주인공 못해서 불만 투성이예요.” 노련한 테크닉의 소유자 주모 역-전수경…. 남정네들이 모이는 주막의 여당 주모. 거물로 거듭난 강쇠를 품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던 그녀는 결국 1등으로 별을 딴다. <맘마미아> <아가씨와 건달들> <넌센스> 등의 뮤지컬로 무대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던 전수경. 그녀는 영화 촬영장에서 언제나 분위기 메이커로 통했다. 하지만, 전수경에게 불만이 가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뮤지컬의 대모인 그는 언제나 주인공으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감초 역할, 조연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혹시, 불만이 없느냐”는 질문에 전수경은 기다렸다는 듯 서슴없이 말했다. “불만 투성이죠. 어릴 때부터 세계적인 배우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영화에서의 제 입지는 아직이라서 지금 열심히 선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겠죠(웃음)?” + “<가루지기> 제목 알면, 장소섭외도 문전박대” 독특한 상상력으로 ‘2008년 버전’ 변강쇠를 탄생시킨 신한솔 감독…. 첫 장편영화 <싸움의 기술>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신한솔 감독. 신 감독은 그의 두 번째 작품 <가루지기>에서 변강쇠라는 기존의 캐릭터를 재해석하여, ‘이대근 표’ 변강쇠가 갖고 있는 해학적 요소와 함께 영화적인 재미를 더욱 배가하여 웰메이드 변강쇠를 탄생시켰다. “숙소 앞에 촬영 버스가 세워져 있었는데, 제목이 ‘달갱이와 나’인 거예요. 그런데 알고 보니, “‘가루지기’라는 제목을 알았다간 촬영섭외가 안 들어 온다”며 스텝들이 나름대로 머리를 쓴 거더라구요. 편견을 들으면서도 열심히 촬영에 임해 준 배우와 스텝에게 감사 드립니다.” 신 감독은 배우와 스텝을 위해서라도 영화가 잘 되기를 빈다며 이런 말을 해 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한시라도 졸면, ‘음양의 조화’는 꿈도 꾸지 말아야겄어 음양의 불일치로 기센 아낙네들이 주도권을 잡은 마을. 떡장수 청년 강쇠는 밤일 제대로 하는 남정네 하나 없는 마을에서도 단연 부실 랭킹 1위를 지키며 온 마을 아낙네들의 놀림거리로 살아간다. 어느 날 우연히, 강쇠는 달 밝은 날 저녁 다리 위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는 ‘달갱’을 보고 첫 눈에 반한다. 하지만, 강쇠는 ‘달갱’에게 군침 흘리는 마을 남정네들이 많다는 사실에도 자신의 겸손한 물건 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그러던 강쇠의 ‘굴욕인생’에 어느 날 일생일대의 사건이 일어난다. 우연히 구해 준 음양통달 도사에게 비책을 전해 듣고 500% 가득 찬 양기로 돌아온 변강쇠. 그는 졸지에 마을 최고 ‘완소남’으로 변신, 아낙네들은 물론 온 동네 동물들마저 놀라게 만드는 상상초월 활약을 펼친다. 그 앞에 펼쳐지는 것은 온갖 산해진미를 싸들고 줄을 선 아낙네들의 ‘들이대기’ 러시와 조선 방방곡곡에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강쇠의 마음에는 오로지 ‘달갱’ 밖에는 없다. 하지만, 양기가 폭발하면 달갱도 없다. 강쇠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많은 아낙네들을 품에 안으며 양기를 분출한다. 조선최고의 ‘거물’로 여러 곳에서 섭외(?)를 받으며 바쁜 스케줄을 보내던 강쇠는 갑자기 시작된 가뭄으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인생의 큰 고비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