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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향 연극무대 돌아왔어요

이순재 연극 <더 라이프 인 더 씨어터> 제작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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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호 이우인⁄ 2008.05.19 17:18:43

‘연극열전2’의 여섯 번째 작품인 <라이프 인 더 씨어터>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데이비드 마멧(David Mamet)의 초기작이다. 연출가·영화감독·극작가 등 다방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마멧은 잭 니콜슨, 제시카 랭 주연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1981), 로버트 드니로, 더스틴 호프만 주연, 골든 글로브 노미네이트 작 <왝 더 독>(1998), 안소니 홉킨스, 줄리안 무어의 <한니발>(2001) 등의 영화 각본뿐 아니라 깐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노미네이트된 <호미사이드>(1991)의 연출까지 맡았다. 마멧의 초기작 <라이프 인 더 씨어터>는 1977년 시카고 초연 이후 미국 전역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끊임없이 공연됐으며, 1993년 TV 영화로 제작되어 골든 글로브의 에미상에 노미네이트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일반인들이 느끼는 연극과 연기자에 대한 장밋빛 시선보다는 직업적 퇴로에 놓인 노년의 복잡 미묘한 감정 변화에 시각을 맞추었다. 또한, 재미와 감동 속에서 인생과 예술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는 연극 그 자체를 넘어 ‘인생 연극’의 본질을 극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초연되는 <라이프 인 더 씨어터>(A Life In The Theatre By David Mamet)의 제작발표회가 5월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카리스마’ 배우 조재현의 맛깔 나는 사회로 진행된 이날 발표회에는 ‘선배’ 역 이순재, 전국환과 ‘막내’ 역 홍경인, 장현성, 각색과 연출을 맡은 황재헌 연출가가 참석했다. 2006년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이후 2년여 만에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순재는 누구나 인정하는 우리 시대의 ‘국민 아버지’ 배우. 이번 연극에서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 순재’부터 <이산>의 ‘카리스마 영조’까지 폭넓은 연기를 선보인 이순재의 연기인생을 사실적으로 볼 수 있다. 또 한 명의 ‘선배’ 역을 연기하는 전국환은 국립극단 소속 경력으로 실제 연기인생 30년을 살아 온 연기철학을 바탕으로 이번 작품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떠오르는 신인 배우 ‘막내’역에는 최근 <며느리 전성시대> <뉴하트>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댄디가이’ 이미지를 선보였고, 앞서 연극 <육분의 륙> <프루프>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은 탤런트 장현성과 이번 무대가 연극무대 데뷔인 아역 탤런트 출신 홍경인이 분한다. 홍경인은 영화 <청년 전태일>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자리 잡았고, 최근 드라마 <불한당>에서 장애인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라이프 인 더 씨어터>는 2008년 5월 30일부터 8월 1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문의 02)766-6007. 네 명의 배우, 연출가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라이프 인 더 씨어터>는 어떤 연극인가? “분장실에서 늙은 배우와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젊은 배우가 같이 지내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연극의 대부분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 배우는 주목받고 늙은 배우의 명성은 점점 줄어듭니다. 늙은 배우가 이제 자신의 시대가 끝나고 젊은이들의 시대가 오는 현실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극적인 장면보다 말없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미묘한 심리변화를 드러내는 예민하고 매력적인 연극입니다(황재헌 연출가).” “‘토막극’에 가까워 극적인 이야기가 거의 없습니다. 과거의 연기 개념과 새로운 세대가 갖고 있는 연기 개념 등 신·구의 의견은 늘 충돌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린 ‘시추에이션 극’입니다. 격정적인 부분이 없어 졸릴까봐 솔직히 걱정이군요(이순재).” “‘배우는 이래야 한다’는 느낌을 많이 준 작품입니다. 워낙 대선배들과 연기하게 돼 연기연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려웠으나, 오히려 선배님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가르쳐 줘서 즐거웠습니다. 이처럼 선·후배 간의 훈훈하고 따뜻한 감동이 녹아 있는 연극입니다(홍경인).” 이 연극에 출연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연기의 시작은 항상 연극이고, 연기자에게 연극은 마음의 고향과 같습니다. 늘 돌아오고 싶은 무대죠. 단지, 영화나 방송 일정에 쫓기다 보니 연극을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 뿐입니다. 충분하게 연습하고 충실히 연기할 시간만 주어지면 언제든 하고 싶은 것이 연극입니다(이순재).” “마음은 늘 연극무대에 올라 공연하고 싶지만,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힘들었습니다. 밀려드는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을 뿌리치고 선택했습니다. 하하하(장현성).”

이 작품에 나오는 ‘선배’처럼 연기생활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스타’가 되는 신인 후배 연기자를 많이 봤을 것 같다. ‘선배’처럼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는가? “요즘 배우를 지망하는 후배 연기자들을 보면 우리 시대에는 전혀 없던 두 가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조건과 배우의 사회적 위상입니다. 우리 때 배우라는 직업은 90% 말리는 ‘딴따라’였으니까요. 스캔들만 나도 ‘바람둥이’로 찍히는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배우는 예술가다’라는 사명감이 있어 온갖 장애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젊은 배우를 보면, 배우의 외향적인 조건과 감각은 뛰어나지만, 배우로 끝까지 남겠다는 열정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제가 연기생활을 한 50여 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주인공들이 지나갔으니까요. 연기를 재충전하기 위해 파리, 몰디브 등 외국으로 간다? 이런 것보다는 연극무대에서 연기자의 자세로 재충전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이순재).” 작품을 고를 때 어디에 중점을 두는가? “TV 드라마 등의 캐스팅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슷한 역이 들어올 때는 고민이 많지만, 전작과 다른 캐릭터의 역이 들어올 때는 오히려 결정이 쉽습니다(이순재).” 최근 노배우들이 연극무대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저도 마찬가지고 김인태, 오현경 씨 등을 보아도 연극은 배우의 고향입니다. 일정이나 가정 형편 등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할 수 없었을 뿐, 연기하는 동안 마음 한켠에 연극무대에 대한 욕망은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이순재).” “요즘 원로 배우들은 노는 분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말씀 드리고 싶은 점은, 이런 분들을 많이 캐스팅해서 무대를 살렸으면 하는 부탁입니다. 비록 상징적인 출연이라 해도 이 분들의 존재만으로도 신뢰가 간다고 생각합니다(전국환).” ‘선배’들과 연기하면서 어떤 점을 배웠는가?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연기의 깊이와 무게를 느껴요. 나도 선배님의 나이가 됐을 때, 후배들이 이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홍경인).” “연기자는 늘 많은 고민에 부딪힙니다. 저는 연기자이면서 한 집안의 가장입니다. 연기를 하다 보면 집에 못 들어갈 때도 많고, 말 못할 어려움도 많거든요. 근데 선배님들은 분명 제가 겪고 있는 상황을... 당시는 더 어려운 환경이었겠죠? 묵묵히 이겨온 분들입니다. 시시콜콜 말씀하지는 않지만, 선배들을 보면서 아무래도 연기와 삶의 연륜을 많이 배웁니다(장현성).”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 보고 싶은가? “노인이니깐, 들어오는 역은 한정돼 있겠죠. 젊은 시절부터 늘 햄릿을 연기해 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못 이뤘습니다.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허허(이순재).” “이하동문입니다(전국환).” “특별히 하고 싶은 역은 없어요. 그냥 주어진 역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홍경인).” “이순재, 전국환 선배님처럼 저도 저 나이가 돼서 ‘선배’역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전국환).” ■실제 ‘연기 선후배’ 무대에서 연기 선후배로 맞장 뜨다! 등장인물 “세월이 빨라, 너무 빨라” 선배 역-이순재, 전국환 한 평생 연극배우로 살면서 제대로 된 성공이나 보상을 경험하지 못한 늙은이. 결혼은 하지 못했고, 마음 터놓을 친구도 없다. 오직 망해 가는 극단의 터줏대감으로서, 후배들과 억지로 어울리는 게 유일한 낙이다. 겉으로는 늘 연극의 이상과 사람 사이의 진실함을 운운하지만,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신경 쓰면서 인생 말년의 불안함에 시달리는 소시민이다. 점점 초라하게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가르침과 잔소리로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방어하는 인물이다. “모르면 어때요? 잘 하면 되죠” 막내 역-장현성, 홍경인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는 극단의 신입 연기자. 젊은 만큼 조금 미숙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히 아는 묘한 감을 가지고 있는 재능 있는 젊은 연기자. 자신이 배우가 되려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꼭 유명한 배우가 되겠다는 철없는 ‘막내’. 끈기를 가지고 묵묵하게 노력하며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막내’는 영화에 출연하며 ‘스타’가 되어 간다. 줄거리 “연기자로 성공하고 싶은가? 선배인 나만 따르면 되네” 어느 허름한 극단. 베테랑 연극 배우 ‘선배’와 막 떠오르는 신인 배우 ‘막내’는 같은 극장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같은 분장실을 쓰기 시작한다. 오랜 연기 생활로 쌓은 연륜과 연기 철학, 거기에 카리스마까지 지닌 나이 든 배우는 신출내기 배우에게 영감을 안겨 주고 두 사람은 배우로서만 알 수 있는 삶의 진실을 교감한다. “선배만 따르다간, 제 연기 인생은 피기도 전에 시들겠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막내’에게 영화 제의가 들어오고, 황혼기를 맞아 외롭고 정서적으로 불안해진 ‘선배’는 ‘막내’를 시샘하기도 하고, 변덕을 부린다. 이에 당황한 ‘막내’는 끝까지 ‘선배’의 변덕을 무던하게 받아 주며 이해하려 애쓰나, 천의 얼굴을 한 ‘선배’의 행동은 진실인지 연기인지 종잡기가 어렵기만 하다. 결국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골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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