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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스타는‘무조건’애국자가 되어야 한다?

한국인의 유별난 ‘스타 국수주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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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호 이우인⁄ 2008.05.19 17:20:08

5월 12일 밤 방영된 KBS2 TV 글로벌 토크 쇼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에서 “한국에 살면서 새롭게 생긴 고민은?”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각국의 미녀들은 “고국 생활보다 한국 생활이 더 익숙해졌다”며 각자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 중 한국의 소주를 즐기는 캐나다 미녀 다나는 “캐나다 남자들보다 한국 남자가 훨씬 좋다”며, “밴쿠버에 돌아가면 한국 남자가 없어 너무 심심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에 가수 브라이언이 “캐나다 남자가 왜 싫은가”라고 묻자, 같은 캐나다 출신 도미니크가 “캐나다 남자는 자신이 너무 잘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반대되는 말을 하면 절대 안 된다”면서 “반면, 공부 못하는 (멍청한) 남자는 오로지 자기 차만 사랑한다”고 비난했다. 이날 ‘미수다’에 게스트로 첫 선을 보인 터키 미녀 아슬르도 “나 역시 한국 남자가 더 좋다”며, “터키 남자들은 바람둥이다. 대부분 바람을 펴서 싫다”고 밝히며 한국 남자들을 치켜세웠다. 일본 미녀 리에 역시 “일본에서 못 살 것 같다”며, 그 이유에 대해 “일본 음식도 잘 안 맞고 일본어도 잊어버려 친구들과도 잘 안 맞는다”고 말했다. 이에 브라이언이 “일본의 스시 맛있지 않느냐” 묻자, “스시 별로 먹고 싶지 않다”고 너무 솔직히 답해 오히려 출연진을 당혹케 했다. 이러한 미수다 미녀들의 뜻밖의 발언에 한국인으로서 종종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저들에게 과연 ‘애국심’이 있는 것인지, 고국에 돌아가서 뒷감당을 어떻게 할 생각인지, 미즈노 교수처럼 두 개의 탈을 쓸 작정인지 궁금할 정도로 그들의 발언은 지나치게 솔직하다. ■두 개의 탈 쓴 미즈노 순페이 일전에 일본 ‘니혼 테레비’의 ‘제너레이션 정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일본의 극우인사가 한일합방과 관련, 망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날 출연자 중에는 미즈노 순페이 전남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도 있어 충격을 줬다. 그는 KBS1 TV ‘좋은나라운동본부’등 각종 오락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 전라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당시 인기를 얻은 인물이었다. 미즈노 교수에게 충격을 받은 이유는 ‘친한파’라고 굳게 믿었던 그가 사실은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데에 있었다. 미즈노 교수가 일본에서 ‘노히라 순스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한국인의 일본위사’ ‘한국에서 반일(反日) 소설 쓰는 법’ ‘엉터리 책! 한일전쟁 발발’등의 일본어 원본에 의하면, 그는 가증스러울 정도로 일본에서 한국을 비난하고 있다. 한동안 미즈노 교수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은 극에 달했고, 이후 그는 한국 방송에서 종적을 감췄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탤런트 윤손하가 지난해 국내 컴백 작인 SBS-TV 드라마 ‘연인이여’ 기자회견 중 한 발언이 일본 유력 주간지들에 의해 ‘반일 발언’이라며 비난을 산 적이 있다. 현지 매체 ‘J 캐스트’는 “8년 간이나 일본에서 활동했으면서 일본이 싫었다고 하니 충격이다” “모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업무상으로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일본)를 아무렇지도 않게 비판할 수 있다니 놀랍다”는 등 일본인들의 반응까지 실으며 윤손하를 비판했다. ‘J 캐스트’는 윤손하의 발언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 “한국에서 친일파로 평가받으면, 사회적으로 말살당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해설하기도 했다. 한국 연예인이 ‘친일파’로 평가받으면, 정말로 사회적으로 말살당할까?

■한국 연예인은 조선통신사? 현지 전통의상 착용도 시비 네티즌의 ‘국수주의’ ‘민족주의’에 자극을 주는 한류 연예인의 발언은 특히 견원지간인 일본과 연관될 때 더욱 격해진다. 조영남은 2005년 ‘맞아 죽을 각오로 쓴 100년 만의 친일선언’에서 일본에 대한 칭찬을 했다가 격분한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았고, 일본의 극우 신문 산케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이 독도 문제에서 한국보다 한수 위”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발각돼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이후, 본인의 해명과 산케이의 후속 보도를 통해 “조영남이 문제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조영남은 방송 프로그램 진행에서 하차했고, 신문 칼럼도 못쓰게 됐다. 이 같은 문제는 ‘욘사마’도 비켜갈 수 없었다. 2005년 3월 17일 배용준은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영화 ‘외출’의 제작현장 공개 기자회견에서 독도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하고 있지만, 여기는 영화에 대한 자리인 만큼 영화에 관련된 질문만 받겠다.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 말하겠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이 같은 배용준의 발언에 대한 네티즌들의 찬반의견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배용준이 일본에서의 이미지나 이익 때문에 언급을 피했다”는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더욱이,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본 외신기자들이 “일본에서는 시마네 현 지자체를 제외하면 일반 국민들 사이에 독도 문제가 큰 관심사는 아니다”라고 했고, 배용준의 일본 팬 또한 “독도 문제와 상관없이 배용준을 계속 사랑하겠다”며 자유발언이 가능한 ‘안전한’ 멍석을 깔아줬음에도 대답을 피했다. 네티즌들은 “인기 스타에 앞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질을 상실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반면, 배용준을 옹호하는 네티즌도 더러 있었다. 그들의 의견은 “잘 나가는 한류 스타를 곤란하게 해서 외화 벌이 등에 좋을 게 뭐 있느냐?”는 현실적인 입장이었다. 2005년 4월 13일에 일본에서 발매된 류시원의 싱글 ‘사쿠라(벚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류시원의 싱글 ‘사쿠라’가 오리콘 데일리 싱글 부문 1위에 오르자, “노래 제목이 왜 하필 ‘사쿠라’인가” “독도 문제로 반일 감정이 절정인 시기에 한국 가수가 망언을 일삼는 일본에 머리 숙여 돈을 벌어야 되는가”라는 네티즌들의 항의 글이 빗발쳤다. 한류 스타 이병헌이 2005년 5월에 일본 출판사 후소샤에서 사진집을 냈을 때도 네티즌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후소샤가 일본 극우단체인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역사왜곡 교과서를 출판한 출판사였기 때문이다. 판권을 가진 회사가 출판사를 선택했을 뿐인데도 네티즌들은 이병헌을 민족의 배반자로 비난했다. 2년여 전부터 개그맨으로 일본에 진출한 조혜련의 말 실수도 네티즌의 입방아에 올랐다. 그는 2007년 3월 아사히 TV의 요리 프로그램인 ‘사랑의 에이프런’에 출연해 일본인 아나운서가 요리를 제대로 못 하자 “한국에 아나운서 친구가 있다. 왜 아나운서가 됐는지 물어보니까 진짜 부자랑 결혼하고 싶어 아나운서가 됐다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한 패널이 조혜련이 만든 그라탕을 보고 “혜련, 뭘 만든 거야”라며 핀잔을 주자, “부탁드립니다. 한국인이라서…”라고 답했다. 이 같은 내용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한국 아나운서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이 왜곡될지도 모른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자신을 낮추는 일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난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기 개그우먼으로서 신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 인기 남성 그룹 빅뱅은 일제시대의 일본 국기인 일장기가 디자인된 의상을 입어 대중의 분노를 샀으며, ‘월드 스타’ 비는 중국에서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공연했다 하여 비난을 받은 일화도 있다. 이와 관련, 한 언론인은 “한국인들은 명절 때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TV에 출연하면 당연시하면서도, 타국에서 한국 연예인이 ‘남의’ 나라 옷을 입는 행위는 ‘민족반역 행위’로 본다. 이것은 이중적인 잣대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애국심 앞에서 이성을 논하지 마라?” 한 언론 매체에서는 소위 ‘민족 반역행위’를 한 스타를 공격한 무기가 ‘반일감정’과 ‘애국주의’에 기댄 ‘과잉 민족주의’라고 주장하며 “네티즌들은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기도 전에 불거진 혐의만으로 당사자를 집중 난타했다. 이런 일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가수 출신 프로듀서 박진영은 지난해 5월 연세대 새천년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류에 대해’라는 특별강연에서 “한국의 대중문화 상품에 태극기를 그려 넣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견해를 비치며, “아직 우리 정서에는 ‘민족주의’(Nationalism)가 강하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은 이어, “내가 한류가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라’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배신자’라고 할 것이다”라면서, 하지만 “민족주의는 대중문화에 있어서 너무 강조되면 곤란하다”고 분명하게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민족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며, 또 한국 연예인의 인권문제를 지나치게 등한시한다. 한·일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과 결부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이 앞선다. 따라서, 해외에 진출하는 스타들은 행동거지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해외 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자니 국내의 따가운 눈총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과거 가수 보아의 일본 내 선전을 접한 국내의 반응은 처음에는 폭발적이었다. 그 많던 ‘안티 보아’ 팬들도 그의 실력을 인정,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에 힘입어 보아는 한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쇼·오락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유창한 일본어로 재치있는 입담을 선보였다. 그는 이윽고 일본인들에게 자신을 ‘일본의 연예인’으로 보일 만큼 성공의 정점에 섰다. 하지만, 그의 활약은 더 이상 ‘한국인’의 자긍심, 기쁨이 아니었다. 한동안 국내 네티즌들은 “보아는 이제 그냥 일본인 같다. 점점 외모도 일본사람 같아진다” “그냥 한국에 오지 말고 일본인으로 귀화해라. 배신자” 등등 비난의 편으로 돌아서며 변덕을 부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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