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이어 2007년도 M&A(기업 인수·합병)의 해라고 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M&A가 두드러진 해였다. 이러한 양상은 올해부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M&A가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007년 2분기까지 미국 내 전체 산업분야에서 전체 M&A 건수는 5,404건, 금액으로는 9,134억 달러를 기록했다. 거래 성사 건수나 규모 면에서 전년도 실적을 초과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미국뿐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2007년 1분기에만 1조1,000억 달러에 달하는 M&A가 성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가 늘어난 수치이다. SW 분야에서만 보면 2분기까지 833건의 M&A가 성사됐는데, 건수로만 보면 전년 동기의 857건과 비교해 약간 줄었지만, 금액 면에서는 전년 동기 259억 달러의 두 배 가까이 증가된 517억 달러를 기록했다. 톰슨 파이낸셜 등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2000년 4.7억 달러에서 2006년 149억 달러로 30배 이상 커졌다. 중국 기업의 총 M&A 규모도 2000년 74억 달러에서 2007년 915억 달러로 11배 이상 늘어났다. 인도 기업들의 해외 M&A도 활발하다. M&A를 통해 세계 1위의 철강업체로 부상한 미탈 스틸, 영국 업체 인수로 세계 5위권 업체로 급부상한 타타 스틸 등의 철강업체를 비롯하여, 유럽의 유명한 자동차 회사나 식품회사 인수 등에 적극 참여한 기업은 모두 인도 기업이다. 최근 LG경제연구소는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의 M&A가 서브프라임 여파로 주춤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신흥시장의 M&A 참여 양상과 함께 M&A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면서 세계 M&A 열풍은 여전할 것으로 바라봤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M&A 증가세가 돋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에서도 M&A가 기업경영의 중요 성장전략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기업결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 기업 성장 동력 M&A…중견 그룹 약진 돋보여 기업은 M&A를 통해 크게 세 가지 지식 창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지식을 찾아낼 수 있다. ▲같은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경쟁 기업을 인수하면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세 경우는 기업 간 지식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사례다. 하지만, 모든 M&A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M&A 실패 사례의 공통점은 내부지식과 외부지식 간의 ‘지식대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는 데 있다. M&A는 ‘지식대통합’의 한 수단이지만 종종 그 자체가 목적이 돼 ‘인수 이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이 원활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 국내에서는 신한금융지주의 엘지카드 지분 취득 건, 한진그룹의 에쓰오일 지분 취득 건 등 국내기업 간의 M&A를 비롯해 두산그룹의 미국 Ingersoll-Rand 건설장비 부문 영업양수 등 외국기업에 대한 M&A도 꾸준히 진행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07년 기업결합 동향 및 특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결합 심사 건수 및 금액은 857건, 297조 원으로 전년(744건, 253조4,000억 원) 대비 각각 15.2%, 17.2% 증가했다. 특히, 서비스 업종의 기업결합 비중이 58.5%로 가장 높았으며, 유형별로는 혼합결합(66%)이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5년부터 상대회사의 자산·매출액이 30억 원 이상인 경우에만 기업결합 신고의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결합 신고건수 및 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과거 대규모 그룹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M&A가 이제는 중견 그룹들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 그룹의 지난해 주요 M&A 현황을 살펴보면, 효성그룹은 스타리스(금융리스업)를, 동양그룹은 한일합섬을, 웅진그룹은 극동건설(건설업)을, 유진그룹은 서울증권(증권업)·로젠(택배업)·한국통운(운송업)을, 프라임그룹은 동아건설(건설업)의 인수를 무난히 이뤄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인수한 그룹들의 자산 순위도 전년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효성은 지난해 40위에서 33위로 뛰어올랐고, 동양그룹은 36위에서 34위로 올라섰다. 웅진그룹(43위), 유진그룹(56위), 프라임그룹(66위)도 성장세가 두드려져 자산 2조원 이상 그룹에 적용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신규로 진입했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김상준 국장은 “올해도 공기업 민영화, 공적자금 투자회사의 매각 등으로 대형 M&A가 많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는 “4월 현재까지 동향을 살펴보면, 롯데그룹의 대한화재 인수, 현대차그룹의 신흥증권 인수 등 대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2009년에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자본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전준비 작업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 금융권 M&A 활발 M&A, 경기 침체기에 노려라 금융분야에서도 기업결합이 크게 증가해 우리금융지주의 한미캐피탈 인수 건, 우리사모투자의 금호종금인수 건 등이 있었다. 외국기업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도 증대했는데, 프랑스 AXA그룹이 교보자동차보험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독일 뮌헨리그룹의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 인수 건, 영국 HSBC Holdings의 하나생명보험 지분취득 건 등이 지난해에 이루어졌다. 김상준 국장은 “금융분야에서 활발한 M&A는 경쟁을 촉진하는 측면과 제한하는 측면 등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규모가 큰 금융회사가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고 다른 업종으로 업무영역을 확장하는 경우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신한은행이 국내 최초의 메자닌 전문 투자 펀드인 SH자산운용의 ‘MAIN 사모 특별자산투자신탁 1호’의 펀딩을 완료했다. 이 펀드는 신한은행이 판매회사이며, 신한은행의 자회사인 SH자산운용이 운용하게 된다. 또한, 이 펀드는 국내 기업의 M&A 인수금융 및 기업금융에서 수반되는 메자닌 자산에 90% 이상을 투자하게 된다. 메자닌 투자 펀드는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 1990년대부터 매력적인 투자처로 자리 잡았으나, 아시아 시장에서는 최근 들어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최초로 시도하게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소수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당초 5,000억 원 규모를 목표로 펀딩을 추진하였으나, 메자닌 성격의 투자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 6,000억 원 규모로 펀딩을 완료했다”며 “이는 순수 국내 사모 펀드 중에서는 최대 규모로서, 국내 M&A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1981년부터 2008년까지 북미, 아시아·태평양, 유럽 시장에서 성사된 40만8,076건의 M&A 거래를 분석한 ‘전략가의 귀환’(The Return of the Strategist)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성공적인 M&A를 하려면 경기 침체기에 하라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BCG는 “경기 침체기에 성사된 M&A가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에 회사 전체가 아닌 자회사 내지 사업부문 등 일부 자산을 분할 매입(매각)하는 방식이 가장 성공 확률이 높았다. 이병남 BCG 서울사무소 대표는 “경기 침체기에는 M&A를 통해 주주이익을 현저히 제고할 수 있기 때문에 매각기업, 매수기업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경기침체를 또 다른 성장의 기반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