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리틀 맘 등 ‘싱글 맘’이 판치는 세상이 왔다. 과거 금기 소재였던 미혼모, 리틀 맘이 이제 당당히 드라마와 영화에서 ‘단골’주인공으로 활약해 유쾌하고 당당한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채널 CGV의 오리지널 시리즈 ‘18세 미혼모의 비밀’[리틀 맘 스캔들](이하 ‘리틀맘 스캔들’)의 제작보고회가 6월 2일 오전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케이블의 대표 영화 채널인 CGV를 통해 6월 14일 밤 11시에 첫 방송될 ‘리틀 맘 스캔들’은 4명의 불량소녀들의 비밀스런 동거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혼모, 소녀가장, 가출 등 어린 나이에 겪기에는 만만치 않은 그녀들의 선택을 발칙하고 당당한 시각으로 바라본 밝고 유쾌한 이야기이다. 특히, 이 작품은 국내 방송 최초로 시즌1·2가 전부 사전 제작됐으며, MBC 인기 드라마 <보고 또 보고> <마지막 승부> <진실> 등을 통해 항상 새로운 형식을 시도해온 흥행 메이커 장두익 감독이 연출을,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카이스트>의 김남희 작가가 극본을 맡아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또한, 4명의 주인공인 인기 여성 그룹 ‘슈가’ 출신의 황정음, MBC 드라마 <하얀거탑>의 철부지 아내 임성언, KBS 2TV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3>의 터프녀 송인화, 가수 이수영의 7집 뮤직 비디오에서 이준기의 파트너로 등장해 ‘이준기의 여자’로 얼굴을 알린 신예 정희정이 각기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리틀 맘 스캔들’ Q&A 시즌1·2 사전 제작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전 제작을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또, 사전 제작을 통해 얻은 장점이 있다면? ‘시즌제’로 제작하게 된 계기이자 장점은 일단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공중파 드라마를 만들 때보다 스케줄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촬영이 좀 더 원활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어 채택한 방법이다(장두익 감독). 최근 국내외적으로 ‘리틀 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리틀 맘 스캔들이 케이블에서 제작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작품에서 주안점을 둔 점이 있다면? 리틀 맘이라는 소재가 방송의 소재로 쓰이기 때문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 리틀 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고, 또 10대들의 성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더욱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예민한 부분이 많았지만, 되도록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김남희 작가). 대본을 본 순간 ‘혜정’ 역에 욕심을 냈다는 후문이 있다. 혜정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또한, 하이라이트 장면 중 꽃뱀 신, 액션 신 등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이미지가 많이 보이던데, 연기하면서 어땠는지 궁금하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20대 후반의 역할을 맡았다. 이 작품이 드라마로 세번째인데, 어린 역할은 처음이다. 그 동안 나와 비슷한 또래에 교복 입는 학생을 연기하고 싶었는데, 혜정의 프로필을 보자마자 바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용도 재밌었고, 기존에 볼 수 없던 주제여서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 처음에 액션 신이나 터프한 모습을 연기해야 할 때는 정말 어색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역할에 녹아 든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황정음).
현실에서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면, ‘홍정호 박사’(선우재덕)에게 매력을 느꼈을까? 현실에서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금지된 사랑이기 때문에 아쉽지만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황정음). 몇 주 전 청소년과의 불륜을 다룬 케이블 드라마 <푸른 안개>에 도전했는데, 이번에 맡은 홍 박사 역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으며, 남자로서 공감하는지 궁금하다. 홍 박사의 시선으로 혜정을 보면서, “이렇게 예쁘고 밝은 아이라면 누구나 끌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인간의 본심일거라 생각한다. <푸른 안개>와 달리, <리틀 맘 스캔들>은 미성년인 혜정을 홍정호 박사가 보호하고 마음으로 사랑하는 내용이다. 또, 성인이 될 때까지 정성을 다해 보살펴준다. 리틀 맘 스캔들이 케이블 작품이고 제목을 봐서 야할 것 같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작품은 꿈과 교훈이 담겨 있는 밝고 명랑한 드라마다. 그런 점이 푸른 안개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선우재덕). 최근 다양한 작품을 통해 팔색조의 연기 변신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 미혼모를 연기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작품 속 상황이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졌다면, 아이를 낳을 수 있었을지도 궁금하다. 1년 사이에 여러 가지로 연기 변신을 하고 있다.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이번엔 거칠고 터프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잘 표출됐는지는 시청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드라마 속에서는 미혼모인 것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런 점이 많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현실에서는 당당하게 살아가는 미혼모들이 생각보다 많다. 인간극장 등의 매체를 통해 미혼모와 리틀 맘을 보면서 연기에 많이 참고했다. 내가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우선은 아기를 낳는다는 가정하에, 현실적인 요건을 살펴볼 것 같다(임성언). 시즌 드라마를 1회와 2회로 나눠 각 8편으로 구성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또, ‘리틀맘 스캔들’은 10대 미혼모를 다뤘는데, 주 시청 층이 젊은 세대인가? 시즌을 1회와 2회로 나눈 이유는 출연자 부분과 스토리 부분을 일단락 짓기 위해서였다. 시즌1에서는 임신을, 시즌2에서는 출산을 다뤘다. 주 시청 층은 딱히 한정 짓지 않았다. 평소 리틀 맘, 미혼모, 방황하는 10대 등 소외받는 ‘마이너’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리틀 맘 스캔들’은 코믹과 액션, 서정이 담겨진 유쾌한 이야기이다. 오랜 작품 생활을 통해 버무려진 나의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해 만든 작품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장두익 감독). ■매력적인 캐릭터 ‘싱글 맘’ 국내 최고 여배우들은 한 번씩 거쳐가 2001년에 KBS 2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비단향꽃무>. 비단향꽃무는 어떤 역경이라도 용감하게 극복하는 강인한 사람으로, 지금 그대로 자신의 모습이 훌륭하다는 꽃말을 담고 있다. 극중 박진희가 연기한 미혼모 ‘영주’는 비단향꽃무의 꽃말처럼 홀로 아들을 낳아 기르지만, 세상의 편견과 맞서며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캐릭터로 나와 당시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싱글 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는 MBC TV <굳세어라 금순아>의 ‘나금순’. 얼짱 미녀 탤런트 한혜진의 엽기적인 ‘뽀글이’파마, 주책없는 행동으로 첫 회부터 화제가 된 <굳세어라 금순아>는 나금순이 어린 나이에 애 딸린 과부가 되어, 한 아이의 당당한 엄마, 치열한 직업세계에서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살아남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어린 과부와 마마보이 기질이 다분한 멋쟁이 대학병원 의사 ‘구재희’(강지환)의 달콤한 로맨스는 10대, 20대를 비롯하여 주부들의 심장을 녹였다. 가장 엽기적이며 세상에 초연한 미혼모를 연기한 배우는 배두나. 2003년 MBC TV <위풍당당 그녀>에서 아버지 없는 자식을 하나도 아닌 쌍둥이로 낳아, 드라마 제목처럼 위풍당당하게 살아가는 ‘은희’로 분해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줬다. 특히, 은희가 구사한 맛깔스런 경상도 사투리에 실제 배두나가 경상도 출신이라는 오해를 빚었다고. <위풍당당 그녀>에는 지금은 톱스타가 된 꽃미남 배우 강동원의 풋풋한 신인시절 모습에다 실제 경상도 출신인 그의 구수한 사투리까지 곁들여졌다. 대한민국 글래머 미녀 스타 한채영도 미혼모에 도전했다. 그는 2005년 SBS 드라마 <온리유>에서 엽기 발랄한 매력을 지닌 요리사 ‘차은재’로 분했다. 차은재는 이탈리아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재벌 3세 ‘한이준’(조현재)과의 하룻밤으로 임신, 사랑을 위해 꿈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자신을 짝사랑하는 죽마고우 현성(이천희)의 도움을 받으면서 꿈을 향해 당당히 돌진하는 미혼모를 연기했다. 손 대면 톡 하고 쓰러질 것 같은 청순가련 배우 송혜교도 미혼모로 분한 바 있다. 2001년 SBS TV 드라마 <수호천사>에서 ‘수호천사’ 김민종과 애틋한 사랑을 나눈 송혜교는 극중 불의의 사고로 죽은 친한 언니 부부의 4살배기 딸을 혼자 키우는 미혼모 아닌 미혼모를 연기했다. 하지만, ‘송혜교 표’ 미혼모는 너무 청순해 시청자들로부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혼모’의 연기를 가장 리얼하게 보여준 연기자는 ‘충무로의 꽃’ 심은하. 심은하는 1999년 김수현의 <청춘의 덫>에서 결혼을 약속한 남자로부터 버림받아 미혼모가 된 후, 아이를 사고로 잃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윤희’로 출연, 그의 절규하는 모습에 많은 여성들이 손수건을 적셨다. 이 작품으로 인해 심은하는 ‘1999년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가장 최근에는 5월 22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아빠 셋 엄마 하나>에서 싱글 맘 ‘송나영’으로 분한 유진(본명 김유진)이 있다. 유진은 앞서 2005년 MBC TV 드라마 <원더풀 라이프>에서 하룻밤 실수로 아이를 가져 철부지 남편과 원치 않는 결혼을 하는 ‘리틀 맘’으로 분한 바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최근 싱글 맘으로 당당하게 살기를 선언한 연예인이 늘고 있다. MBC TV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선전으로 제2의 연기 인생을 누리고 있는 최진실이 최근 두 자녀의 성(姓)을 자신과 같은 최 씨 성을 따르게 해 화제가 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 홍창우 판사는 최진실이 지난 1월 말 법원에 낸 성본변경 허가신청을 받아들였다고 5월 30일 밝혔다. 그는 2004년 야구선수 조성민과 이혼 후 아들(7)과 딸(5)을 홀로 키우고 있다. 최진실은 자녀들의 성을 변경하고 난 뒤 “좋긴 하지만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을 지키지 못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드라마 속 ‘싱글 맘’과 실제 모습은? 이에 앞서, 2월 18일 방송인 허수경이 KBS 2TV 다큐 미니 시리즈 5부작 <인간극장> ‘고맙다 사랑한다’ 편에 출연해 인공수정을 통해 ‘비혼모’의 길을 택하게 된 이유와 딸 ‘별이’의 육아일기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허수경은 “방송인으로서는 인정받았지만, 여자로서 성숙한 삶을 살지 못한 것 같다”며 불임으로 고생했던 지난날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또한, 그는 “결혼해서 때론 남편과 다투면서 토닥거리고, 아이 낳아 키우는 평범한 삶을 원했는데,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면서 자신이 ‘비혼모’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던 배경에 대해 말했다. 허수경은 ‘비혼모’로서 “내 딸이 아빠 없이 자라는 일이 가장 걱정”이라며 딸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허수경의 인간극장이 방송된 후, 인터넷 사이트와 시청자 게시판에는 “꼭 좋은 엄마가 될 것이다” “눈물겹지만, 힘내세요” 등 격려의 글들이 올라오는 한편, “아이 욕심으로 인한 이기적인 행동이다” “비혼모들을 너무 미화시켰다” 등 우려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이러한 시청자의 우려를 의식한 듯 허수경은 4월 7일 딸 ‘별이’의 백일잔치를 열었다. 허수경은 “100일이 될 때까지 별이가 병원 신세를 지지 않아 기쁜 마음으로 백일잔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진실, 허수경과 드라마 속 ‘싱글 맘’의 차이점은 ‘경제력’. 두 사람은 여기에다 사회적인 명성도 더해 평범한(?) 싱글 맘과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 싱글 맘의 평균 모습은 이혼 3년 차,월수입 72만 원, 학력 고졸,직업은 식당 보조, 주거 형태는 보증금 150만 원 내외에 월세 18만 원짜리 단칸방, 평균 부채는 1,500만 원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당당하고, 잘 나가는 남자에게 인기까지 많은’ 싱글 맘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싱글 맘에게 양육되는 아이들 또한 평범하게 살기 어렵다. 싱글 맘의 자녀는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늘 혼자다. 또한, 사회적인 편견으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와 어울리기도 힘들고, 대인공포증까지도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