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김중수 대통령실 경제수석,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세 사람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굳건한 신뢰를 등에 업고,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화두(話頭)로 내건 새 정부 아래서 정부 주도의 재정정책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굳이 경제학적 이론을 빌리자면, 케인즈 학파에 가깝다. 이 학파는 경기 불황 아래서 정부가 경기가 스스로 회복될 것을 믿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 주장한다. 곧 정부 지출이나 화폐 공급을 늘려 경제 전체의 총수요를 늘려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들 세 사람의 주장이 이들과 관련된 미국 대학 학풍(學風)에 많이 영향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강 장관은 뉴욕대(NYU)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김 수석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공 위원장은 NYU에서 4년여 동안 교수 생활을 했다. 이들 학교는 범(範) 아이비리그 학교로, 경제이론 측면에서 케인즈 학파의 영향을 받고 있다. 박진근 연세대 명예교수는 “세 사람은 이들 학교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적(籍)을 두면서, 학문적으로 공통적인 기질을 익혔다고 볼 수 있을 법하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경제정책에서 케인즈 학파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케인즈 학파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은 시카고 학파다.
시카고 학파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찍이 이 학파의 거장인 밀턴 프리드만은 “정부지출 증대, 통화 팽창 등은 단기적으로 경기를 진작하고 실업률을 줄이는 효과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다”고 꼬집었다. 시카고 학파의 중심은 노벨 경제학의 산실인 시카고대이며, 주변의 일리노이대, 인디애나대 등도 시카고 학파의 범주에 속한다. 일리노이대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모교이고,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인디애나대에서 공부했다. 공교롭게도 이 총재와 전 위원장은 앞의 세 사람의 통화 및 재정 확대 정책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 이 총재는 강 장관과 금리 인하를 놓고 아직도 강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놓고 전 위원장과 강 장관이 최근까지 갈등을 벌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조충제 롯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 총재와 전 위원장 역시 모교 학풍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방증(傍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