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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기업’이 살아남는다

얼마나 성장하느냐보다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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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호 김대희⁄ 2008.06.30 14:41:59

세계에서 위대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 평가 기준은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기업이 위대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는 삼성·현대·LG 등이 있고, 외국기업으로는 코카콜라·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있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은 이름이 알려질 만큼 성과가 탁월한데다 유명한 CEO들이 있고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기업들은 선진 기업들이 하던 방식을 그대로 들여와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일궈내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선진국을 모방하고 선진 기업을 벤치마킹하면 충분했던 시대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들과 선진시장에서 같은 조건으로 경쟁해야 한다. 이제 일등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일등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모방하는 동안 그들은 다시 저만큼 앞서 나아가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진 기업과 대등한 경쟁을 해야 하는 이상 이제 우리 기업에게도 ‘생각’이 필요해졌다. ‘물건만 열심히 만들면 된다’는 소박한 믿음만으로 성장이 가능했던 시절은 지나갔다. 한국 기업들도 창의적인 전략으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해 나아가야 한다.

■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이제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눈앞에 쌓인 일만 하면 통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기업도 생각을 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만 해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 똑똑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기업에게 똑똑함은 어떤 의미일까? 똑똑한 기업, 즉 생각이 있는 기업이라 함은 경쟁사와 다른 창의적인 전략으로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미리 그려놓고 실행하는 기업이다.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산업을 선도한다. 이에 선진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동해야 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창의적인 전략으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지적이 최근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은 ‘생각이 있는 기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제 한국 기업들이 무조건 열심히 하면 살아남는 시대를 지나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기업을 얘기하기 전에 우선 사람의 예를 들었다. 사람은 크게 똑똑하고 부지런한 ‘똑부’, 똑똑하나 게으른 ‘똑게’, 멍청하나 부지런한 ‘멍부’, 멍청하고 게으른 ‘멍게’로 나눌 수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똑부가 가장 바람직한 유형인 것 같지만, 어떠한 일을 하느냐,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적합한 유형이 달라진다고 한다. 가령, 예술처럼 창의적인 일에는 똑게가 어울리지만, 단순작업은 생각 많은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며 멍부가 가장 잘할 수 있다. 이 같은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단순한 생각으로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지도자가 가장 바람직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똑부는 너무나 유능한 나머지 조직원들이 그에게 기대게 되어 조직 전체가 게을러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똑부 밑에서는 아랫사람들이 일을 게을리 해 실력이 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똑똑하고 게으른 리더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민경조 코오롱건설 부회장은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앞서 말한 네 가지 유형이 있다”면서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이 최고라고 말했다. 똑게 CEO는 직접 뛰어다니는 일이 적고 유능한 직원에게 책임을 맡겨 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최악의 리더의 유형은 무엇일까? 멍청하고 게으른 경우가 최악일 것 같지만, 오히려 멍청하고 부지런한 경우가 최악의 리더라고들 한다. 멍게는 생각도 없지만 게으르기 때문에 큰 사고를 치지 않는다. 하지만, 멍청하고 부지런한 지도자는 잘못된 결정을 내린 뒤 바로 실행에 옮기기 때문에 바로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방향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열심히 하기 때문에 커다란 사고를 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언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 실행력 기반 위에 창의성 겸비해야 기업의 경우 똑똑하다는 건 ‘창의성’, 부지런하다는 건 ‘실행력’이다. 그 동안 한국 기업들의 최고 경쟁력은 ‘창의성’보다는 ‘실행력’이었다. 보고서는 기업 역시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다만, 그 중에서 창의력도 없고 실행력도 부족한 기업은 경쟁에서 낙오되므로, 세 가지 유형으로 압축했다. 먼저, 창의적인 전략을 선도하고 실행력도 뛰어난 기업으로는 GE를 꼽았다. GE는 설립 초기부터 산업 내에서 선두 기업이었다. 항상 남다른 생각으로 사업에 임했기 때문에, 시장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기도 한다. 가령, 전기산업 태동기에 시장이 작을 때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금융 지원을 통해 시장을 창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략을 발전시켜 현재 가장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금융 서비스 사업을 일구었다. 그런가 하면, GE는 실행력을 강조하기도 한다. GE의 전 CEO 잭 웰치는 관료화된 GE를 혁신하기 위해 워크아웃 운동이나 6시그마를 활용해 GE의 실행력을 이끌어냈다. 잭 웰치가 리더십 있는 사람을 구별해 내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4E다. Energy(활력), Energize(동기부여), Edge(결단력), Execution(실행력)이 그것인데,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가 실행력이다. 앞의 세 가지 E를 충족시키더라도 실제로 계획을 실행하여 결과를 산출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실행력보다 창의력이 뛰어난 기업으로는 애플을 들었다. 2007년 애플은 회사 이름에서 ‘컴퓨터’란 단어를 뺐다. 맥(Mac), 아이팟(iPod), 애플TV, 아이폰(iPhone) 등 제품 카테고리 중 컴퓨터 관련 제품은 ‘맥’뿐이어서 회사명을 바꿨다고 한다. 사실 그때까지 애플은 기술적으로 늘 앞서가는 컴퓨터 기업이었다. 이러한 애플이 자기정체성을 부정하며 새로움을 추구한 것이다.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튠스로 미국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후 아이폰을 출시해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모바일 영역으로 확산시켰으며, 이제는 애플TV로 그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컴퓨터 기업이 미디어 제품이나 통신, 가전제품을 출시하면서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별화 전략으로 애플은 <비즈니스 위크>에서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서 2005년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오고 있다. 그런데 애플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하지는 않는다.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의 설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제품을 대만의 폭스콘(Foxconn Electronics)에서 제조한다. 제조 경쟁력보다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기업이 애플이다. 마지막으로, 창의력보다 실행력이 뛰어난 기업으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 기업을 들었다. 잡생각 없이 앞만 보고 뛰는 실행력이 지금의 한국 기업을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1960년대에 마땅한 기술인력도 없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한 현대건설이 대표적이다. 최근의 경영환경은 실행력이 중심인 기업에게 전략적 창의성이나 차별화된 목표를 요구하고 있다. 실행력이 중심이 되었던 과거의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셈이다. 사실 실행력 중심의 기업 중에는 전략이 결여된 기업이 많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에게 전략이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들은 대부분 목표를 달성하는 것 자체를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이 ‘전략’이라고 내세우는 것을 보면, 매출과 이익을 얼마 달성하겠다는 식으로 숫자 투성이다. 그럼에도 바쁘게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전략이 없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 새롭고 창의적인 일을 시도하라고 해서 실행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제조업으로 역량을 쌓아온 한국 기업에게는 브랜드 자산이나 마케팅 파워 역시 제조 역량에서 나온다. 과거 일본 기업들이 원가가 싼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가 다시 유턴하는 사례에서도 기본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 기업이 하루아침에 애플이 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기는 어렵다. 또, 나이키가 하듯이 마케팅만 하고 제조 등 나머지 기능을 아웃소싱하기도 어렵다. 한국 기업의 창조적 전략은 우리의 장점인 실행력을 극대화했을 때 나온다는 점을 명심하고, 우리가 과거에 쌓아온 능력을 토대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이 이제 실행력에다 창의성까지 겸비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 가장 적합한 사례로 대우조선해양의 LNG-RV선의 예를 들었다. LNG-RV선은 해양에서 뽑아낸 천연 가스를 액화 및 기화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선박이다. 플랜트와 선박이 하나로 합쳐진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LNG-RV선은 플랜트 설비 제조기술과 선박 건조기술이 합쳐져 탄생했으며, 현재 이 같은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은 대우조선해양뿐이다. 플랜트와 선박을 합치겠다는 창의적인 발상이 제품의 경쟁력을 키운 결과이다. ■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 기르고, 실패 두려워 말아야 지금 우리 기업이 ‘부지런히 일하는 기업’에서 ‘생각이 있는 기업’으로 변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조정, M&A, 신사업 등 중장기 전략 수립에서부터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패키지도 다양하다. 그러나 경쟁무기로서의 생각은 남이 해줄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멋진 이야기를 자기 것인 양 떠벌려봤자 금방 들통 난다. 내가 가진 철학과 무언가 어울리지 않고 말의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우리 체질에 맞는 전략을 개발해야 진정한 차별화가 가능하다. 생각은 하늘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이제 우리 기업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대한 관심보다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LG경제연구원의 이병주 책임연구원은 “기업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해서 많은 시도를 해야 하며, 작은 일이라도 성공체험을 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체질에 맞는 전략을 개발해야 진정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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