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한강을 시민의 곁으로 돌려주기 위해 ‘한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지 1년. 한강을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바꾸고, 중국으로 뱃길을 열어 서울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시의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수변(水邊)도시(Waterfront town)의 조성과 국제 터미널 건설 등이 그것이다. 또,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물과 흙이 맞닿는 생태녹지가 구축된다. 워터프론트 타운으로 지정된 곳은 잠실·행당·흑석·용산·여의도·당인리·상암·마곡 등 8곳. 이 지역은 도로로 단절됐던 한강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재개발된다. 서울시는 이 지역에 생태공원과 저류지·호수공원 등 녹지를 조성한다. 반포·뚝섬·난지·여의도에는 테마 공원이 만들어진다. 반포에는 잠수교에 보행전용도로가 이미 만들어진 상태이며, 내년 4월까지 서울의 대표적인 수변문화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9월에는 '떠 있는 섬(Floating Island)'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뚝섬에는 수상 스포츠와 가족형 테마 공원이, 난지에는 친환경 에너지와 생태습지공원이, 여의도에는 문화예술과 국제여객터미널이 각각 들어서게 된다.
■ 오세훈 시장 “세계적 명소로 탈발꿈할 것” 또, 서울시는 1982년부터 한강변을 덮기 시작한 콘크리트를 조금씩 걷어내 친환경 호안으로 만들어, 현재 14%에 불과한 자연형 호안을 87%까지 늘려 나갈 예정이다. 이름하여 한강 중심의 ‘에코네트워크(Eco-Network)’구축이다. 2010년까지 암사동 한강 둔치 등 7곳에 941억 원을 투입해 한강변의 기존 인공호안 72km 중 인공습지 공사가 가능한 62km(87%)를 자연형 호안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 말까지 암사 둔치와 강서 습지를 대규모 생태공원으로 만들고, 여의도 샛강도 2009년 9월까지 조성한다. 한강은 이를 통해 동서·남북 간 생태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동서 축을 보면, 철새 도래지인 강서지역은 여의도와 밤섬을 중심으로 도심 생태를, 강동은 어류와 조류의 서식처로 연결한다. 아울러, 안양천·중랑천·탄천 등의 지천과의 합류지역 생태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남북으로는 용산민족공원~한강이촌공원 간의 보행녹지공간이 북한산·백악산·남산 등과 현충원·관악산을 연결하는 축이 된다. 강서습지생태공원과 암사둔치생태공원은 각각 개화산~덕양산, 아차산~청량산을 잇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르네상스를 구현하여 한강변을 시민의 생활 중심으로 가꾸고 한강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외국인들이 관광명소로 찾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2010년에는 한강이 국내외적인 관광명소가 될 뿐만 아니라 교역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서울 지역 전반에 대한 재개발과 토목공사가 불가피한 사업이라 여러 문제점들이 함께 발견되고 있다. ■ 천연기념물 서식지 파괴 우려 개발과정에서 불거진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는 가장 심각한 현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프로젝트의 착수단계에서 많은 환경단체들은 한강 르네상스가 ‘한강 파괴 계획’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시가 서해와의 연결을 위해 한강 본류와 주요 지천의 물길 수심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환경단체들은 하천 준설은 하천의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연합 이철재 물하천센터 국장은 “한강에서 대형 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준설 작업을 하면 한강 생태계는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에는 강서습지생태공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월부터 길이 8.5㎞, 면적 103만5463㎡인 강서습지생태공원을 확대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이 일대에는 자연유수형 인공수로 정비, 생태섬 조성을 통한 야생 동식물 서식지 확장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천연기념물 323호인 황조롱이와 멸종 위기인 가창오리와 말똥가리가 서식하는 강서습지생태공원이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친환경 서울,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열린 ‘서울시 민선 4기 2주년 환경정책평가 토론회’에서 서울환경연합 이현정 초록정책국장은 “6월 18일 강서습지생태공원을 답사한 결과 서울시가 강서습지에 전망대를 설치하느라 녹지를 파헤쳐 조류들의 서식지가 침해당한 현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서울의 몇 안 되는 생태서식공간이 일순간에 포클레인으로 파헤쳐졌다”며 “원상 회복에 20~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서울시도 황조롱이와 같은 멸종위기 조류를 보호하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시는 조류의 개체수가 가장 적은 시기를 틈타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공사를 하면서 수로를 기준으로 A지역과 B지역으로 나누어 시기별로 순차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서울시, “환경문제 해결해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공간 조성할 것” 시는 “지난해 11월 사전환경성 검토 결과에 따르면, 조류는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를 비롯하여 31종 177개체로 조사되었으며, 생태보호를 위해 조류 개체수가 가장 적은 봄부터 여름철까지만 지반조성공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강서습지생태공원은 좁은 인공수로와 물 흐름 정체 때문에 수로 및 습지의 기능이 저하되어 하천 생태계를 회복시킬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강서습지생태공원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바탕으로 2007년 4월부터 8월까지 한강 르네상스 자문단과 생태전문가 등의 자문을 거쳐 하천변 생태계의 재생·복원을 위한 생물 서식기반을 확충해서 희귀 동·식물들의 서식환경 피해 최소화 방안을 모색하였다. 강서습지생태공원 내의 기존 인공수로는 좁고 얕아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물이 정체되어 갈수기에는 바닥이 드러나 메마르고, 뻘 등으로 인해 악취가 발생하는 등 수로 및 습지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 서울시는 “기존 인공수로의 폭을 넓게 확장함으로써 물의 흐름을 원활히 하여 한강과 습지공원 간의 동·식물 이동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습지가 20년에서 30년 이상 생태적으로 안정된 곳에서만 조성이 가능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현재의 강서습지생태공원은 2002년 인공수로·습지 등의 생태복원사업을 통해 6년 만에 생태공원의 면모를 갖추었다”며 “자연성 회복을 위한 충분한 환경기반을 제공하면 빠른 속도로 생태계가 복원됨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향후 강서습지생태공원 사업이 마무리되면, 초본류 2만3,759본, 관목류 1만6,095주 및 자연형 수로 1,004m가 확보되어 자연생태공원의 특성을 갖춤으로써 다양한 종이 공존하는 생명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안 중에는 그 동안 도시의 급속한 팽창으로 나타난 한강의 하천수질 및 생태환경 악화 등의 문제점을 해결해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공간을 조성하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 부동산 과열, 지역격차 문제 해결해야 환경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한강 개발에 따른 부동산 과열 문제나, 다른 지역과의 위화감, 관계부처의 협조 등은 한강 르네상스 추진에 앞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개발세력과 토건업자들로 인해 너무 많은 계획을 담고 있다”며 “서울시가 문화 강박적으로 하나의 생명체인 한강에 마구잡이로 인공적인 사업을 투입해 한강이 죽어간다”고 말했다. 한강 르네상스 개발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서울시의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조명래 교수는 “한강변의 대규모 개발계획으로 주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개발압력 증가로 한강 주변의 고밀도 고층 아파트 밀집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생태문화나 일상문화와 관련된 요소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며 “한강변을 생태경관지역 및 생태완충지대로 지정하고 사람 중심의 개발보다 생태복원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개발에 따른 땅값 상승 및 보상비 문제, 재원 조달 문제 등이 숙제로 남아 있다. 용산의 예만 보더라도, 국제업무도시 조성 및 수변도시 개발 계획 발표로 땅값이 급등했다. 서부 이촌동 지역의 경우, 대지지분 매도호가가 평당 7000만~1억 원에 달하고 있다. 용산과 여의도~중국 뱃길도 군사분계선 통과 문제, 우기 운항, 정박시설 건설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