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강자 중심의 IT 산업에서 새로운 파워 그룹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표적시장을 마니아 중심의 틈새(Niche) 시장에서 일반대중 소비자 시장으로 확대함으로써 고성장과 고수익성을 확보하며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은 일부 계층만 사용하던 제품과 서비스를 일반 소비 계층에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따라서 향후 IT 시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가치의 발굴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보다 혁신적인 변화로 차별적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기업, 혹은 차별적인 가치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소구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비즈니스 위크>에서 밝힌 2008년 10대 혁신 기업에 IT 기업이 6개나 포함되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여론이다. 기업 경영의 본질은 선택과 집중이다. 기업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확실히 구분해서, 원하지 않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원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결국, 가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내가 선택한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새롭게 만들고 경쟁자와 다른 차별성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게임 법칙 바뀔 때마다 새 강자 나와 어떠한 산업에서도 영원한 승리자는 없다. 게임의 법칙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강자는 나타났고, 이러한 과정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주력 사업, 승부 사업 및 미래 사업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혁신적이며 고객지향적인가가 고(高)성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한 실행력이다. 애플, RIMM과 닌텐도는 오랜 기간에 걸쳐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진화시키며 가치 혁신을 끊임없이 추진해 왔다. 승부 사업 및 미래 사업에 대한 강한 실행력에서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치도 발굴할 수 있고, 차별적인 경쟁우위 포인트를 구체화하여 진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S&P 1200기업에서 성공 기업으로 평가된 413개 기업의 56%가 지난 10년 간 네 번이나 산업 평균 이하의 성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고성과를 달성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늘은 어제와 얼마나 다른 혁신을 하고 있고 내일은 어떻게 다르게 변화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레드 오션 경쟁보다 블루 오션 창출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가 주장한 블루 오션 전략은 2005~ 2006년 산업 현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보다는 아무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수익을 극대화할 것을 역설한 것이다. 애플, RIMM, 닌텐도는 이러한 블루오션 전략을 착실히 실행에 옮겼다. 2004년 닌텐도의 이와타 사장은 게임기 시장을 재정의했다. 당시 게임 기기 시장은 마니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화려하고 난이도 높은 수준에 집중되었다. 동영상 그래픽도 실제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수준으로 진화되면서 하드웨어 사양은 점점 높아졌다. 이는 타깃 고객층을 게임 마니아 계층으로 두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높은 사양의 게임 기기는 개발 비용 증가와 소요 기간 연장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총 구입 비용을 증가시켰다. 이는 시장에서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양산·유통시키는 동기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게임 업체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산업 트렌드를 미리 간파한 이와타 시장은 고객층을 마니아에서 대중 소비자로 바꾸었다. 화려한 그래픽과 복잡한 스토리 전개보다는 사용 편리성과 재미에 집중하여 일반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고객층을 형성시켰다. 그 동안 일반 대중 소비자들은 게임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재미가 없고 사용하기 복잡했기 때문에 게임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은 것이었다. 또한, 게임 마니아들은 다양한 불법 복제판을 만들 능력이 있었으나, 일반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적의 급소를 공략하라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대중 소비자를 겨냥하면서 게임 기기의 새로운 장을 연 닌텐도는 난공불락일까? 북미, 일본과 한국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성장세만 본다면 당분간 이러한 추세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 한번 생각해볼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판매된 모바일 게임 기기인 닌텐도 DS는 무려 130만 대가 넘고 있다. 두뇌 훈련이 가능하고 학습에 도움이 된다 하여 작년부터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와타 사장의 말처럼 게임 기기에 학습 기능을 추가하여 학부모에게 소구함으로써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한국 학부모들이 닌텐도 DS를 구매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학습 기능이나 두뇌 훈련보다는 게임 그 자체에 중독되면서, 이것 역시 게임 기기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새로이 출시하는 거치형 게임 기기 Wii의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닌텐도 DS는 한때 일반 대중 소비자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았으나, 이 제품의 실제 가치는 학부모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판매되고 있는 두뇌 트레이닝 같은 게임이 실제로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학습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고, 게임에 대한 중독증이 심해지면서 이를 통제하기 어려워 기존 게임기기와 똑같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또한, 게임 소프트 웨어 중에 학습에 관계되는 것은 불과 몇 개에 지나지 않아 학습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학부모들에게 생기게 되었다. 실질적인 학습 기능을 풍족하게 갖춘 다양한 게임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학부모들에게 소구하면서 닌텐도의 아성을 깰 수 있지 않을까? 메가스터디 등의 인터넷 교육 전문업체들이 자본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IT 기술이 교육 프로그램과 조화를 이루며 인터넷 교육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과 게임 소프트웨어가 연결된다면 학부모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3~4년 전에 닌텐도가 시도했듯이, 거대한 잠재시장을 열기 위해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력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면, 닌텐도가 공략해서 창출한 일반 대중 게임 시장에서 닌텐도의 급소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생 가능한 전략 파트너와 협력하라 아이폰의 컨텐츠 서비스인 아이튠스에 대적할 수 있는 휴대 단말기 제조업체는 통합 컨텐츠 서비스 플랫폼인 OVI를 보유한 노키아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서비스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기업에게는 매우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단말 제조사의 강력한 협력자인 이동통신 사업자 또한 이를 기회보다는 위협적인 요소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음성 서비스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사로서는 컨텐츠 서비스 매출이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북미의 AT&T, 독일의 T-Mobile 등의 이동통신사가 추진하고 있는 아이튠스 서비스와의 협업은 예외적이다. 이들은 아이폰이 시장을 지배할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으로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동통신사의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서비스가 최적화된 휴대 단말기라면 아이튠스에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소니 에릭슨의 트랙 아이디(Track ID) 기능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휴대폰에서 음악 컨텐츠 접근을 쉽게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워크맨폰이 지난 2년 간 유럽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M:Metrics에 따르면, 트랙 아이디 기능이 있는 소니 에릭슨 휴대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다른 경쟁사 휴대폰를 소유한 소비자보다 음악 컨텐츠 사용량이 5배 이상 많다고 한다.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 역발상으로 대응하라 고성과 기업들은 각기 고유한 경쟁 우위 포인트를 갖고 있다. 경쟁 기업들이 모방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것들은 때때로 진입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운 파워 기업들을 성공으로 이끈 진입장벽들은 특히 대중 소비자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면서 새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진입장벽은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대적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는 기업으로서는 많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폰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가능하게 한 운영 시스템 OS X는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지금까지 다른 어떤 유저 인터페이스보다도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두 번째 제품인 아이폰 3G는 첫 번째 제품과 디자인과 폼 팩터(Form factor)가 똑같다. 일반 휴대폰처럼 쉽게 바꿀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아이폰의 플랫폼 방식의 한계일 것이다. 이에 비해 제품(Product) 단위로 디자인된 휴대폰은 디자인과 폼팩터 면에서 더욱 다양하다. 대중 소비자들은 변덕스러우며 다양한 기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디자인과 모바일 경험을 요구한다. 하나의 세그먼트로서 성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로는 하나의 세그멘트로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대다수 소비자들은 휴대폰 전체 기능의 10% 이하만을 실제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폰 3G와 비슷한 수준의 고객 가치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선택 사양을 제공할 수 있다면 차별적 경쟁 우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한국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가 감동받는 것과 구매하는 것과의 상관관계가 2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폰에 감동한 소비자가 구매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동안 망설임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크게 히트한 제품과 서비스도 때로는 많은 단점을 갖고 있음을 깨닫고 그 단점을 공략하는 역발상 접근이 필요하다. ■남의 지혜 빌려 이득 취하라 가장 쉬운 접근법이 있다면 이미 나와 있는 남의 해답을 이용하는 것일 것이다. IT 산업의 가치 사슬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새롭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사업 모델의 변화와 함께 관련된 가치 사슬에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연구한다면 또 다른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나 IBM 같은 서비스 및 솔루션 업체의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다. 메릴 린치 증권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경우 단순히 휴대 단말기기뿐만 아니라 아이폰 3G를 통한 컨텐츠 서비스 매출도 기존의 아이튠스처럼 매우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따라서, 인터넷 컨텐츠 사업과 더불어 휴대폰용 OS 사업을 미래 성장의 축으로 육성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로서도 애플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 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야후 인수에 대한 적극적 태도는 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아이폰 3G를 차별화시키는 아이튠스 같은 서비스 플랫폼이 없는 다른 경쟁사들로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OS를 취하면서 서비스 부분을 공동으로 대응한다면 아이폰 3G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독점적인 RIMM의 기업용 푸시 이메일 시장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려는 기업이 있다. 다양한 기업용 IT 솔루션 분야에서 차별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 IBM이 대표적이다. 최근 IBM과 애플이 스마트폰 기업 시장에 공동으로 진입하여 그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는데, IBM은 이를 기반으로 다른 여러 단말업체들과 전략적 협력을 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RIMM의 푸시 이메일 서비스도 IBM의 이러한 전략적 접근을 활용한다면 난공불락만은 아니지 않을까? 기업 중심에서 소비자 시장으로 스마트폰 시장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는 RIMM의 푸시 이메일 서비스의 소비자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예상 외로 클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 솔루션이 준비되지 않은 기업으로서는 많은 시행착오 비용이나 기회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외부의 다양한 사업 모델이나 아이디어를 자신의 사업과 연결시킬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활용하면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