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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경제야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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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호 김원섭⁄ 2008.07.07 18:13:32

알렉산더가 페르시아 원정 중 프리기아라는 나라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프리기아의 수도 고르디움에 복잡하고 단단하게 묶여진 매듭이 있었는데 “이 매듭을 푸는 자 세계의 왕이 되리니”라는 전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도전했다. 그러나 한 사람도 풀지 못했다. 그 소문을 들은 알렉산더는 단칼에 그 매듭을 절단했다. 그 뒤부터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었다’는 말은 ‘난해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동의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이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통해 정책방향을 ‘성장’에서 ‘안정’으로 급선회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부터 이명박 정부가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면 그것은 과욕이다. 물가가 두 자릿수로 치솟은 일부 국가들은 정권 붕괴는 물론 국가 부도라는 암울한 시나리오까지 떠돌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인한 세계적인 불경기로 저성장의 덫에 걸렸다. 여기에 물가는 뜀박질하고 있는데다 투자는 늘지 않고 서민 장바구니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이에 성장이 정체하는 와중에 물가만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낳고 있다. 6월 현재 소비자물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집중관리하겠다고 한 이른바 ‘MB물가’에 포함된 52개 품목 중 26개 물가가 1년 전에 비해 많이 올라 물가 잡기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성장은 전두환, 물가는 노무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신용위기가 채 풀리기도 전에 고유가의 여파로 물가 불안에 휩싸인 미국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어 미국발 재채기가 태평양 건너 한반도에 독감으로 상륙하고 있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를 가져올수도 있어, 한국의 수출시장 두 곳이 함께 출렁이면 한국경제호(號)는 난파할 수 있다. 지금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업이 느끼는 채산성은 급속도로 약화된 상태이다. 체감경기 악화는 내수·중소기업에서 수출·대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물가안정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으로는 공기업 민영화와 규제개혁을 서둘러야 내년 이후 경기 호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이제 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밝힌 마당에, 국민도 각자가 위기의 현실을 직시하고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이 대통령도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낙오되는 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보다 튼튼하게 갖춰야 한다. 또, 이 대통령이 경제를 안다고 혼자 쥐고 달리지 말고, 큰 틀만 챙겨 미시적인 부문은 경제팀에게 넘겨야 한다. 그리고 경제정책을 컨트롤할 경제팀장인 경제부총리 부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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