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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로맨틱은 정말 쿨한 곡이에요”

[인터뷰] 작사가 겸 가수 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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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호 이우인⁄ 2008.07.16 09:57:28

가상으로 맺어진 신혼부부들의 일상을 담아 매회 숱한 화제를 낳고 있는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러 쌍의 가상부부 중에서도 잉꼬부부 콘셉트로 호흡하여 언제나 첫 만남의 풋풋함과 설렘을 안겨준 ‘알렉스-신애 부부’가 헤어진 지 한 달반 만에 재회했을 때 흐르던 배경음악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알렉스와 신애의 러브 테마 곡으로 시청자들에게 첫 인사를 한 이 곡은 결혼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의 성격과 시청자들의 호응이 맞물려 ‘우리 결혼했어요’ 13회차부터 엔딩·예고 메인 테마 곡으로 단숨에 떠올랐다. ‘100% 로맨틱’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이 곡은 통통 튀는 노랫말과 차분한 리듬의 조화로 무더운 여름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는 듯한 청량함을 느끼게 하는 점이 특징이다. 감성적이고 차분한 보이스의 ‘민설’(27)이 불렀다. 가수 ‘민설’은 낯설지만, 본명인 남민설은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대중가요 작사가이다. SG워너비의 ‘죄와 벌’, 플라이투더스카이의 ‘tragic love’(원망), KCM의 ‘good-bye’, 박상민의 ‘그리운 이여 안녕, 오늘만 그때로, 사랑하고 싶어’ 등 국내 A급 가수들의 노래가 민설의 작품이다. 특히, 그는 MC몽이 속해 있던 그룹 ‘피플크루’ 1집 전곡을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작사해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내 머릿속의 지우개’, ‘신라의 달밤’ 등 흥행 영화 OST에도 참여해 뮤지션의 영역을 점차 넓혀갔다. 이처럼 민설은 화려한 이력을 가진 작사가이지만, 사실 2001년에 모던 락 밴드 ‘줄라이 모닝’의 보컬로 데뷔한 데뷔 8년차 신인가수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쓴 곡 ‘100% 로맨틱’을 들고 작사가가 아닌 가수로서 8년 전에 내밀다 만 걸음을 수줍게 내민다. 서울 서교동 홍대 근처의 북 카페에서 가수 민설을 만났다. ‘100% 로맨틱’ 뮤직 비디오에서 봤던 길고 가는 다리에 호리호리한 몸매 등 그의 이미지는 작사가이기보다 모델에 가까웠다. 하지만, 민설과 단둘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뮤지션’ 민설의 남다른 프로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아이처럼 큰 소리로 흥분하고 웃는 모습이다가 음악 이야기를 할 때면 180도 돌변하는 민설의 날카로운 눈빛에서 “예술가는 이런 것이다”라는 신념이 읽혀졌다. ‘100% 로맨틱’이 ‘우리 결혼했어요’의 엔딩·예고 테마 곡으로 쓰이고 있는데, 어떤 경위로 이 곡이 선택되었는지 궁금하다.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말하면, 제가 신인이니까 사람들의 귀에 익을 만한 좋은 멜로디를 써야 하는데, 조금 안전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클래식 등을 샘플링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사람들이 ‘젓가락 행진곡’으로 많이 아는 37년도 재즈곡을 샘플링해서 만들어 놨죠. 이 ‘젓가락 행진곡’을 우연찮게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신애와 알렉스가 피아노로 쳤다는 거예요. 그 순간 눈이 번쩍 뜨이면서 가사도 최대한 로맨틱하게 써서 제작진에게 접근했어요. 소감은? 이번 앨범이 ‘민설’로 시작하는 첫 앨범이거든요. 아직 신인이라는 단점이 있는 제게 이미 뜬 프로그램에서 제 노래를 들려 드릴 기회가 왔다는 사실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에요. 활동을 많이 안 해도 사람들에게 제 곡을 알릴 수 있으니까요. ‘100% 로맨틱’의 발매일이 6월 9일로 생일과 같은 날짜인데, 생일에 발매한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저 잘되라고 하느님이 선물을 주신 게 아닐까요?(웃음) 원래는 더 일찍 발매할 계획이었는데, 휴일도 끼고 사정도 있어 늦춰진 거죠. 신기하게도 제 생일하고 같은 날에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졌어요. 디지털 싱글과 홍보 CD가 나오는 시점도 모두 6월 9일이어서 기분이 묘했어요.

2000년대 초 ‘줄라이 모닝’이라는 모던 락 보컬로 시작했지만, 가수보다는 대중가요 작사가로 이름을 더 알렸는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곡을 주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가수활동을 접고서도 작사 일을 열심히 한 이유는 음악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중간에 음악을 할 기회는 많았지만, 저랑 딱 맞는 기회, 하고 싶은 음악, 마음에 맞는 회사, 이 삼박자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삼박자가 맞기를 기다리는 중이었죠.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 기회를 기다리기란 정말 외로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작사를 하면서 음악 곁에 있었던 거구요. 작사를 하다 보면 남자 노래 가사를 훨씬 많이 쓰게 돼요. 아마, 여자가수의 곡을 받으면 저도 모르게 질투가 나는 모양이죠. “이런 좋은 곡은 내가 불렀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나 봐요. 10대인 1999년에 ‘피플크루’의 1집을 전곡 작사했는데,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고1 때부터 작사를 시작했는데요. 그때는 나이를 속였어요. 프로듀서 분이 미성년자가 작사하면 돈을 못 받는다고 했거든요. 요즘은 어릴수록 좋지만, 그 당시는 무시당하는 분위기였어요. ‘피플크루’ 앨범 작업에 참여하기 전부터 제 앨범을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을 하면 좋은 대학에 못 가겠다는 불안감이 밀려왔어요. 그래서 그만둬야겠다고 프로듀서 분께 말씀을 드렸죠. 그런데 그 분이 우연히 제가 작문시간에 쓴 시를 보고 글을 잘 쓴다며 작사를 시키셨어요. 피플크루 노래도 그 분의 도움으로 시작하게 됐구요. 원래는 한 곡이었는데, 잘한다고 계속 한 곡 한 곡 더 쓰다 보니 어느새 전곡이 됐죠. 그렇다면, 돈도 많이 벌었을텐데…. 아니에요. 대개 그렇게들 알고 있는데, 타이틀 곡을 많이 써야 받거든요. SG워너비의 ‘죄와 벌’은 많이 받았죠. ‘죄와 벌’은 어떤 감정으로 썼나? 저는 제 기분과 이야기를 주로 쓰는데요. 남자친구와 힘들면 힘든 가사를 쓰고, 좋으면 좋은 가사를 써요. 또, 사랑하고 있지 않을 때는 감정 조절이 잘 되긴 해도 깊은 가사는 안 나와요. 저는 감정 기복이 큰 편이라 제가 가진 인맥과 기회에 비해 많은 작품을 쓰진 못했어요. ‘100% 로맨틱’은 남자친구와 좋을 때 쓴 건가? ‘100% 로맨틱’은 곡이 먼저 나왔고, 기분 좋은 가사를 써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일주일이나 걸렸어요. 저는 작사를 할 때 오래 걸리는 편이 아니거든요. ‘죄와 벌’은 5분 만에 쓴 거구요. 그 기복이 정말 심해요. 주변 사람들이 저더러 이성적으로 작업을 못 한다고 충고하죠. 중앙대학교에서 연극학을 공부하는 중인데, 연기자가 될 계획이 있는가? 오래 전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저의 집안이 정말 학구적인 분위기라 엄마가 반대를 많이 하셨죠. 엄마는 제가 의사가 되기를 원했어요. 오빠는 교수이고, 저보다 세 살 많은 언니는 유치원 원장이구요. 그런데, 제가 반항을 하니깐 엄마가 “정 하고 싶으면 성악을 해라” 하셔서 성악 공부를 시작했는데, 도저히 적성에 안 맞았어요. 그래서 선생님과 말을 맞춰 엄마를 설득했죠.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대중음악과 관련된 좋은 학교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하게 된 공부가 뮤지컬이었구요. 원래 음악 말고는 어떤 일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도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싶지는 않아요.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제 것을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매직 뮤직’이라는 지방 방송국 프로그램도 진행했는데, 반응이 어땠나? 좋았죠. 대구 지역 라디오 방송 중 한 코너를 제가 맡아 했어요. 벌써 6년 전이네요. 음악색이 짙은 프로그램이었는데, 제가 기획에서 곡 선정, 대본까지 다 했죠. 매달 주제를 정해서 진행하는데, 어떤 달은 ‘공간이동’이라는 주제로 라이브 카페, 클럽, 재즈 클럽 등의 음악을 틀고, ‘그녀들의 전쟁’에서는 마돈나와 재닛 잭슨,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경쟁 가수의 음악을 다뤘어요. 라이브 공연 경험도 많았나? 저는 립 싱크를 해본 기억이 한 번도 없어요. 특히, ‘줄라이 모닝’으로 활동했을 때는 제 지론이 “라이브를 할 수 없는 곳은 가지 말자”였거든요. 심지어는 ‘귀경길 안전하게’ 같은 나이 드신 트로트 가수들만 나오는 프로그램에도 나갔었죠. 장비가 너무 나빠 선배들도 립 싱크를 하는 무대인데도, 저는 혼나면서 끝까지 고집해 라이브를 했어요. 가수 민설의 계획이 있다면? 현재는 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9월쯤에 발매할 계획인데, 작곡까지 할 생각이에요. 정규 앨범이 중요한 이유는 대중이 저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이면서 저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또, 제가 추구하는 음악 장르도 확실해질 거구요. 어떤 장르를 추구하는가? 포크와 백인 재즈입니다. 민설을 알고 싶어하는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아직 댓글이 많지 않아 스토커처럼 모조리 읽고 다니는데요. 한번은, ‘베스티즈닷컴’(bestiz.saramin.co.kr)에 저의 뮤직 비디오가 있는데, 그 아래 달린 댓글 중에 “얼굴이 ‘인조’스럽다”는 글이 있었어요. 성형을 많이 했으면 들킨 것 같아 창피했을 텐데, 저를 아는 사람들이 제가 성형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니깐 상관없었어요. 그러다 그날 저녁에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은 가수다. 외모보다 노래를 듣고 평가하는 일이 우선 아니냐”라고 단 댓글을 보고 감동한 적이 있어요. 누구나 허점은 있고, 100%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방송에 나가 실수할 수 있거든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가수인 저를 가수 이전에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거예요. 100%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릴 자신 있습니다. 끝으로, ‘100% 로맨틱’에 대해 소개해 달라. 따뜻한 로맨틱 곡이 아니라, 시원한 로맨틱 곡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따스한 가사가 아닌, 여름에 맞춘 상큼하고 시원한 가사입니다.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이었음 좋겠어요. “자, 이제부터 노래를 들어볼까” 하고 듣는 곡이 아니라, 노래를 틀어 놓고 자연스레 고개를 까딱까딱하기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듣는 편한 곡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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