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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봉하마을 정보유출 진실 게임

MB측 정치 술수인가, 노측 ‘사이버 정치’ 수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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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호 심원섭⁄ 2008.07.16 10:29:07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참여정부 때 생산한 각종 국가 자료를 불법 반출하기 위해 기존의 ‘e지원 시스템’(청와대 온라인업무관리 시스템)과 동일한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차명계약으로 제작한 뒤 이를 청와대로 무단반입해 자료를 빼갔다.” (8일 청와대 측 주장) “청와대 측이 기록에 대해 무지한데서 나온 발언이다. 청와대측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팩트가 틀린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청와대의 제일 큰 착각은, 전 정부의 기록물을 청와대에 다 남겨두어야 하고 그것을 자기들이 다 봐야 한다는 생각인데, 그것은 기록관이나 전문가들한테 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9일 노 전 대통령 측 주장)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사이에 청와대 자료 유출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어느 주장이 옳은지 그 진실 게임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측 은 3월 18일 참여정부에서 작성한 ‘기록이관·인계인수·퇴임 후 활용 준비현황 보고서’라는 자료를 통해 참여정부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치밀하게 자료 유출을 준비했다는 점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4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야 공개하는 배경에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우선,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을 둘러싼 청와대 측과 노 전 대통령 측, 그리고 정치권의 관련 발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지난해 12월 노·이 첫 회동에서 처음 거론 지난해 12월 28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첫 만찬 회동에서 노 전 대통령이 “정부가 주관하는 국정은 인계할 게 별로 없다. 사람도 정책도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사람도 바뀌고 집도 비워야 하기 때문에 인계할 것이 많다. 임기 말부터 인수위에 대비해 왔다. 이론적 연구뿐 아니라 실무적 시스템도 구축해 왔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 당선자는 “그런 제도를 청와대가 앞장서서 이끌어 놓은 것은 정말 잘 된 것 같다. 직접 챙기시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인 2005년부터 전자문서 관리시스템과 국정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이관·보관했다”며 “따라서 청와대의 각종 정책과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다. 문서폐기와 같은 일은 일체 있을 수 없다”고 자신하자, 이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께서 선진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애를 많이 쓰셨다. 정책 결정 과정이나 변경 과정에서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다가 올 6월 17일 “노 전 대통령 측, 청와대 자료 불법 유출”이라는 조선일보 보도 이후 한나라당 김대은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기관 이외의 곳에서 대통령 기록물을 관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비난하면서 “봉하마을을 제2의 청와대로 만들 계획인가? 퇴임한 대통령이 국정자료를 통째로 가져간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e지원’ 시스템을 즉각 중단하고 국가 기밀자료를 정부에 반환하라”며 공세를 폈다. 또한, 지난 7일 “노 전 대통령 측, 청와대 메인 서버의 하드디스크를 봉하마을로 옮겼다”라는 중앙일보 특종 보도 이후 불거진 양측 간의 공방전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유출된 자료의 규모와 방법 등에 대해 아직 조사가 완결되지 않아 공식 확인하기 어렵다”며 “현재 국가기록원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여러 차례 ‘자료를 반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쪽에서 수용하지 않았다. 금명간 국가기록원에서 적절히 대응할테니 자세한 내용은 조사가 끝나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측의 총공세 배경 궁금해 이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측이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한 것은 실정법상 명백한 불법 행위이므로 양해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유출된 기록물이 사본이 아닌 원본이란 점에서 더욱 중대한 문제”라며 “이번 사건은 국가기록원에서 공식 대응 및 조치를 취할 것이다. 실체적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미진한 부분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겠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그 내용과 경위를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현 정부는 그 동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려고 노 전 대통령 측에 직간접적으로 전화 및 공문을 통해 자료 반환을 요구해 왔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 측은 ‘회고록 집필에 필요한 자료’라는 등의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자료 반환을 차일피일 미뤄왔다”고 비난했다. 이어 청와대는 다음날인 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그 동안의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청와대는 “3월 18일에 참여정부의 ‘기록이관·인계인수·퇴임후 활용 준비현황 보고서’를 발견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말 대통령 비서실 생산 기록 204만여 건 중 1만6000여 건만 현 정부에 인계됐다”고 밝히면서 “참여정부가 1월 18일에 ‘e지원’ 시스템과 동일한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외부업체 명의로 주문제작해 구입했다”고 처음으로 노 전 대통령 측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또한, 이날 청와대 관계자도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참여정부에서 하드 디스크를 봉하마을에 가져간 뒤 현 정부가 쓰게 될 컴퓨터에는 새 하드디스크를 남겨 뒀다”며 공격에 가담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 의장은 “원본이든 사본이든 절대 가져가선 안 된다”며 청와대 측의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번 일은 대통령 기록물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는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노 전 대통령 측은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관련자료도 즉각 정부에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금까지 거의 관망 자세를 보여주던 노무현 측이 처음으로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은 9일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측의 이같은 처사는 전 정부를 공격해서 현재의 어려움을 넘기려는 의도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갑자기 왜 전임 대통령을 결전의 장으로 끄집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대통령 기록물은) 현직 대통령이 보고 이를 쟁점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 볼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왜 문제를 삼는지 잘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이에 청와대 측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은 청와대가 아닌 제3의 민간회사를 통해 봉하마을로 반출됐다”고 폭로하면서 “청와대에서 말하는 ‘원본’이란 참여정부 e지원 시스템에 탑재된 하드 디스크 장치이고,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저장매체에 저장한 뒤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전자문서는 국가기록원 측이 말하는 ‘원본’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국가기록원 내 대통령 기록물 영구관리 시스템을 통해 열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도 기록물을 무단 유출해 사적인 열람권을 확보하려 했다. 이는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특권을 누리려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자료를 반환하더라도 불법 행위는 그대로 남는다”며 공세의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또한, 익명을 요구하한 청와대 관계자도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측이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를 동원해서 청와대 내부 문서를 무단 유출했다”고 재차 폭로하면서 “현 정부에는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자료만 넘겼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정치보복’ 운운하면서 공세를 펴는 점이 유감스럽다”며 공세에 가담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공보비서관은 “청와대의 ‘팩트’가 틀렸다. 전 정부의 기록물을 청와대에 다 남겨둬야 한다는 것은 청와대의 착각이다. 참여정부는 이미 국가기록원에 825만건의 대통령 기록물을 넘겼다. 800여만 건이나 되는 자료를 문서로 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퇴임 후에도 재임 중에 봤던 ‘e지원’을 통해 기록을 열람하는 것은 법적인 권리다. 노 전 대통령이 기록을 볼 때마다 성남의 기록원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얘기냐. 국가기록원에 ‘e지원’을 통한 열람 서비스를 요청했더니 당장 서비스가 되진 않는다고 하더라. 3월 말부터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해 왔는데 협의가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즉시 반환하겠다”고 해명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측 반발 그러자 국가기록원 정진철 원장은 “자료 열람과 유출은 별개의 문제”라고 분명히 지적하면서 “열람을 위해 별도의 장소에 자료를 갖고 간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기록원이 회수해야 할 자료가 유출됐다면 반드시 기록원에 돌려줘야 한다. 12일에 봉하마을을 방문해 기록물이 실제로 유출됐는지 확인하고 즉각적인 반환을 요구하겠다”고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 이 시점에서 적절치도 않은 문제제기를 해서 전직 대통령을 흠집 내고 정쟁에 끌어들이는지 그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도대체 청와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청와대를 질타했다. 이어 백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에 기록물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면 이는 법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법의 근본 취지는 대통령이 기록물을 온전히 남기고 이것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백 의원은 “대통령 기록물은 청와대에 남기는 것이 아니라 기록원에 남기는 것이고, 노 전 대통령이 남긴 800여만 건 중 지정기록물은 4%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자료는 언제든지 기록원에서 열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지정기록물은 통상 15~30년까지 열람하지 못하도록 지정하는 기록물로, 해제할 수 있는 권한 역시 전직 대통령에게 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료는 현직 대통령도 열람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백 의원은 “지정기록물이 너무 많고, 중요한 자료가 지정기록물화 되어 있어 국정수행에 어려움이 있다면 도리어 빨리 노 전 대통령이 자료를 열람하고 다시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지정기록물을 해제하도록 해주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열람권을 허용하는 것이 문제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중요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라며 “열람권 보장이 문제의 핵심이지 다른 사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한나라당-민주당 싸움으로 번져 이같은 논평에 대해 한나라당 조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측이 e지원 하드 디스크 원본을 반출하기 위해 유령회사까지 동원해 새 시스템을 구입하고 자료를 교체했다는 청와대의 조사 발표가 사실이라면, 봉하마을 측의 그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비겁하고 구차할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퇴임 당시 열람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반출했다면 정부 측과 적법한 합의 절차를 거쳤어야지, 계획적인 불법행위를 해 놓고 신구 권력 갈등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국은 철저한 조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법적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할 것”이라며 사법당국의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권영세 사무총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해재단을 만들어 상왕 노릇을 하려고 했듯이, (노 전 대통령도) 사이버상에서 상왕 노릇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노 전 대통령 측을 겨냥하며 검찰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국가기록원이 오는 12일 봉하마을에 내려가 방문조사를 벌이기로 함에 따라 그 결과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근본적 이유가 노 전 대통령이 현행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어기고 재임기간의 통치자료를 봉하마을 사저의 전산 시스템으로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이지만, 노 전 대통령 본인이 입법화 과정을 주도한 대통령기록법에 법리적 허점이 많아 이번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기록원이 이번에 봉하마을 사저를 방문 조사하는 1차적 목적은 노 전 대통령이 가져간 이른바 ‘통치자료’ 전체를 회수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지만,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 기록물 열람을 위해 어떤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에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자료가 현재 봉하마을 사저에 보관돼 있는 전산자료와 동일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그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법에 따라 청와대 기록물 전체를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는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에서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치밀하게 자료 유출을 준비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들을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4개월이 지난 이제서야 총공세를 펴는 것에 대해 뭔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6월 중순 자료유출 사건에 대한 첫 언론보도가 있었을 때는 “자체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요지의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반면, 이번에는 조심스럽게나마 검찰 고발 의사까지 내비치면서 공세 모드로 전환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 측은 민주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그 동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도 있고,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고 비공식적으로 반환 요청을 해 왔다”며 “그러나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또 다른 오해가 생겼기 때문에 일단 우리측이 파악한 것까지 발표하게 됐다”고 강조하는 등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이 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중인 시점에 굳이 이 문제를 이슈화시키는 무리수를 둔 점을 들어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려고 조심해 왔다”는 주장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본질은 재임시절보다 퇴임 이후 봉하마을을 중심으로 오히려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측을 압박해 앞으로 진행될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 4-9 총선 참패, 쇠고기 파동, 촛불집회, 대통령 지지율 급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료유출 사건을 공론화할 적당한 시기를 놓친 청와대가 최근 언론보도를 계기로 노 전 대통령 측과 벌이고 있는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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