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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기록물 유출 공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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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호 박형규⁄ 2008.07.22 11:33:25

3개월여 동안 벌여 왔던 신·구 정권 간의 청와대 기록물 유출 공방이 일단락될 조짐이다. 이는 지난 16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연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명박 대통령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기록물 사본을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단 백기를 들자, 청와대 측도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반기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신·구 정권 간의 자료유출 공방의 돌연한 진정 분위기 전환이라는 겉보기와는 달리, 자료유출 파문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지금껏 계속돼 온 양측의 협의 과정에서나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백기를 드는 취지의 홈페이지 편지 내용에서도 엿보이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 같은 것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어, 사태 추이 여하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재갈등이나 충돌 가능성이 여전히 배여 있음을 풍기고 있다. 우선, 지난 13일 국가기록원이 노 전 대통령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에서 직접 실시한 현장조사 때만 해도 논란의 기록물 사적 보유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반환만은 완강히 거부했던 노 전 대통령이 불과 3일 뒤인 16일에 돌연 반환하기로 입장을 바꾼 동기나 배경부터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들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이 이날 공개한 편지에는 논란거리가 된 자료를 반환하게 된 이유와 이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 자신이 주장하는 열람권 보장의 당위성 등도 설명되고 있다. 이 속에서 특히 “내 지시를 따랐던 힘없는 비서관·행정관들이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는 마당이니 더 버틸 수가 없다”는 게 노 전 대통령이 밝힌 자료 반환 이유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반환 이유나 동기 등을 담은 편지에 대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그의 재임 기간에 제작된 기록물의 양과 내용 등은 물론, 어쩌면 청와대 기록물 유출 논란의 실체일 수도 있는 청와대 업무처리 시스템 ‘e지원’ 서버 1대가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에 있는 것이 정부 방문조사에서 확인됐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이 전무한데서 불신의 도가 너무도 깊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노 전 대통령 측은 단지 ‘회고록을 쓰기 위해서’라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애매하고도 궁색한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대로, 단지 회고록을 쓰기에는 자료의 양이 너무도 방대할 뿐만 아니라 정보의 내용들 또한 중요하고도 기밀한 것들이라는 사실에 있다. 봉하마을 사저에 보관된 문건들에는 고위직 공무원들을 비롯하여 경제 및 재계·학계 인사, 언론인 등 자그마치 40만 명의 인사 파일과 전자결재 공문, 중요 정책문서, 북한 관련 정보, 국가정보원의 비밀자료와 심지어 국방기밀 사항, 주요 국가의 기밀들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통제 밖에 있는 이 같은 국가기밀급의 정보들이 누구에 의해 언제,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지를 알 수 없는 일이어서,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청와대 기록물 유출이 퇴임 후 정치활동 계획에 대한 ‘마스터플랜’에 따라 조직적·계획적으로 진행됐다거나, ‘인터넷 상왕’으로 군림하며 청와대를 엿보려 한다든가, 심지어는 ‘DJ-노의 재집권 시나리오’ 제작 자료용 등의 이른바 봉하대(봉하마을+청와대) 괴담까지 꼬리를 이으며 날로 확산 일로를 치닫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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