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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毒 악플러, 이제 그만!

악성댓글… 법으로 규제해야 하나, 문화적으로 교화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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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호 박성훈⁄ 2008.07.22 14:27:55

얼마 전, 탤런트 고소영 씨에 대한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한 네티즌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네티즌은 지난해 3월 인터넷에 오른 고소영 씨 관련기사에 “모 재벌님하고의 관계는 끝났나?”라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결국, 그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1·2심 재판부는 벌금형을 확정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기는 하지만, 게시한 댓글의 내용 및 정보통신망의 파급력 등을 비춰보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인구가 1410만 명에 이르는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이다. 급속하게 발전한 인터넷 문화만큼이나 문화지체 현상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 중 두드러지게 해악을 미치고 있는 요소가 ‘악플문화’이다. 최근에는 ‘악플중독’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악플(악성 댓글)을 하도 많이 달아서 무감각해지는 현상이다. 이는 마치 입버릇처럼 욕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어느새 자신이 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홈페이지 상의 게시판과 포털에 게재된 기사에 나름의 댓글을 다나, 십중팔구는 악플이다. 고등학생인 김모 군(18)은 귀가한 후 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인터넷 익스플로러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이다. 그리고 포털사이트에 올려진 기사를 보고 악플을 단다고 한다. 그가 하루에만 올리는 악플은 대략 10건 내외이다. 기사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스캔들이나 정치인들의 말실수나 비리 행각에 ‘열 받아서’ 한마디 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이 쓴 댓글을 보고 ‘열 받아서’ 댓글을 달 때도 있다. 그는 “개념 없는 사람들을 보면 꼭 한마디 해주고 싶어진다”며 이 같은 기분을 전했다. 악플을 본 당사자의 기분을 생각해 보았느냐고 하니 “물론 언어를 순화해야 할 필요성은 느낀다. 하지만 잘못을 했으면 욕을 듣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물불 안 가리는 악플, 외교문제까지도 2007년 정보통신윤리위원회(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수한 악플 등 사이버 폭력은 19만1488건이나 됐다. 2006년에 비해 47% 증가했고, 접수를 받기 시작한 1999년보다 3.5배 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악플의 부작용은 이제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김모 군처럼 사회 비판의 한 방편으로 댓글을 달다 보니 표현이 격해져 악플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혜진·예슬 양 납치 살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나, 오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야구선수 임수혁 씨에게도 악플의 공격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도중에 발생한 중국 대학생들의 폭력사건으로 중국에 대한 여론이 사나울 당시 한·중 네티즌 간의 댓글 싸움 와중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이어진 쓰촨성 지진 당시 우리나라의 일부 네티즌이 남긴 악플로 인해 한국의 대중(對中) 구호활동이 오히려 비판 여론에 휩싸인 사례도 폐해 중 하나이다.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한국이 사이버 문화를 가장 먼저 만들고 겪어 오면서 부정적인 현상 역시 먼저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며 “ ‘디지털 그림자’를 없애고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자기우월 보이려 남 비하하는 성향이 공통점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인터넷 문화의 특성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주로 실명이 아닌 익명으로 댓글을 달게 되어 있어, 개인의 생각을 너무 감정에 치우쳐 반응한다는 지적이다. 자신은 타인보다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우월감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을 깎아 내리려 하는 경향이 강해져, 이런 성향을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공간에서 그대로 표출한다는 진단이다. 경희대의료원 정신과 김종우 교수는 “댓글은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행위인데, 악플을 올리는 사람은 이성적인 논리가 아니라 자극에 의해 즉각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또 “제도적인 장치보다는 먼저 댓글을 다는 사람에게 인터넷 에티켓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며, 악플이 이슈화되지 않게 관심을 두지 말고, 오히려 악플에 선플(꼬리말을 달 수 있는 게시물에 꼬리말을 좋게 올리는 것)을 달아줘 더 이상 악플이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대응이 중요하다”고 처방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에 따르면,악플러에겐 공통점이 있다. 악플을 올리는 사람은 대개 상대적으로 무언가에 억압되어 있거나 미성숙한 성격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김종우 교수는 “평상시에 드러내지 못하던 감정을 얼굴을 맞대지 않는 인터넷 특성을 이용해 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또, 이런 악플러들 사이에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고 타인을 질투하거나 오만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 악플 법적 규제 갈수록 강화 악플러로 인한 사회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제도적 규제 강도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 악플은 기본적으로 형법에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에 해당한다. 명예훼손죄에서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이고,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한, 모욕죄는 단순 욕설의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는다. 또, 최근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처벌이 많이 가중됐다. 사실 적시의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허위사실 적시의 경우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통상 댓글로 인한 사건에 대해서는 50~100만 원 내외의 벌금형이 선고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2일 인터넷 실명제 확대 방안을 포함, 인터넷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내용의 인터넷 정책을 발표했다. 방통위는 초중고의 인터넷 윤리교육 실시 등 ‘인터넷 건전 이용 캠페인’ 대책과 함께, 정보통신 서비스 사업자(포털 등)에게 ‘불법유해정보 신고센터’를 운영토록 하는 등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유도하여 이들의 불법정보 관리실태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내비쳤다. 표면상으로는 ‘자율규제’ 형식이나, 뒤에서 감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대해 사실상 정보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의 ‘사적 검열’을 유도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포털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나경원 제6정조위원장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인터넷 관련 법령 개정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할 뜻을 밝혔다. 이는 권리침해 여부 판단에 있어서 포털의 자의성을 배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보완하고, 포털이 피해자의 요청에 불응할 경우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 남을 칭찬하는 ‘선플운동’ 확산 악플에 대한 법적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인터넷 문화가 올바로 정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칼럼을 통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표현의 자유에 의무가 따라야 함에도, 악플러들에게는 의무가 결핍되어 있다”면서 “개인적인 분풀이나 감정 표현은 댓글 저널리즘도 아니고, 여론 형성도 아니며, 정의를 지키는 행동은 더욱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부 네티즌들이 왜곡된 영웅심리에 의해 악플을 다는 점을 지적하고 “악플이 정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정의를 실현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며 쾌감을 느끼는 행위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이런 심리적 요인에 변화가 없으면 아무리 제도적인 처벌을 강화해도 효과가 없다”고 전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고등학생들은 3세 때부터 인터넷을 배우기 시작한 세대들”이라며 “이들은 인터넷을 대화 창구나 민주주의의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놀이터나 ‘배설구’쯤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중·고등학생들에게 바람직한 인터넷 문화를 가르치는 일이 더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향기처럼 퍼지고 있는 ‘선플달기’ 운동은 인터넷 댓글문화 개선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선플’이란 ‘착할 선(善)’과 댓글의 영어 표현인 ‘리플라이(Reply)’의 합성어로, ‘착한 댓글’이라는 뜻을 가진 악플의 반대어이다. 이 선플달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민병철 중앙대 교수가 대표로 있는 ‘선플달기운동본부'이다. 민 교수는 숨진 유명 연예인에게까지 악플이 달리는 잘못된 인터넷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5월 운동본부를 만들었다. 상징은 해바라기(sunflower)이다. 운동본부는 제주도에 위치한 중앙중학교 도서관에서 선플운동 선언식을 갖고 ‘선플방’을 만들어 중고교 시절부터 좋은 댓글문화를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했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 300여 명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선플 달기를 생활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선플운동은 포털사이트에 게재한 자신의 선플을 운동본부 홈페이지(sunfull.or.kr)에 올리면 봉사점수로 인정을 받는, 일종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민 대표는 “선플달기 국민운동이 정착되면 인터넷 사용자들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가시적이고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파급되는 경제적 상승 가치도 엄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이, 남을 헐뜯는 대신 높여주고 칭찬하고 배려하며 돕자는 취지의 선플달기운동이 제주도에서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 인터넷 댓글문화가 보다 성숙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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