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금이 충분치 않은 무주택자들에게 손쉬운 내집 마련의 길이 열릴 전망이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지분형 주택분양제’가 집 없는 서민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동안 도입이 불투명했던 새 정부의 공약사업인 ‘지분형 주택’이 올해 안에 시범사업에 들어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이른바 ‘반값 아파트’는 더 이상 구경하기 어려워진다. 국토해양부는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와 지분형 주택 도입방안을 조율 중이며, 이달 말 세부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부처 간 협의는 이달 내에는 끝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이 적은 자금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주택분양 형태인 지분형 주택이 빠르면 다음달부터 도입될 전망이다. ■ 지분형 주택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범 공급 지분형 주택은 주택을 분양받을 때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자금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형태이다. 실수요자는 국민주택기금으로부터 자금의 절반을 지원받을 수 있어 실제 집값의 ‘4분의 1’만 가지고 내집을 장만할 수 있는 구조이며, 무주택자에게 우선 분양된다.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실수요자가 51%, 투자자가 49%의 지분을 각각 갖는 구상이 발표됐었지만, 국토부는 일단 시장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투자자의 지분이 49%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은 두지 않을 방침이다. 투자자가 보다 자유롭게 판단해서 지분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다만, 실수요자나 투자자가 최소한 확보해야 하는 지분의 비율만 정해 두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지분형 주택을 구입한 실수요자는 일반 주택과 마찬가지로 전매제한의 적용을 받게 된다. 국토부는 지분형 주택의 규모를 국민주택규모(전용 85㎡) 이하로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전용 85㎡ 이하의 경우 수도권에서는 민간주택이 7년, 공공주택은 10년 간 전매가 제한된다.
아직 구체적인 공급 지역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국토부는 일단 시범사업 대상지역은 서울· 수도권의 역세권, 그리고 공공기관이나 지방 공기업이 직접 분양하는 주택을 골라 시범사업을 할 계획이다. 주택공사는 10월에 서울 마포에서 주상복합 아파트 476가구를 공급할 계획인데, 이 중 107가구가 전용면적 85㎡ 이하이며, 11월 광명역세권에서 공급하는 1,527가구는 전부 중소형이어서 시범사업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광교신도시에서 용인지방공사가 12월에 중소형 7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주택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지분형 주택제도를 본격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단 시범사업은 공공기관이 분양하는 주택을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면서 “시범사업의 성과를 본 뒤 본격 사업을 하게 되면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참여정부에서 시범 도입했던 환매조건부 및 토지임대부 분양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방침을 세웠다. ‘반값 아파트’로 불렸던 환매조건부 및 토지임대부 분양은 작년 말 군포 부곡지구에서 시범 분양한 결과 전체 804가구 중 60가구만 계약돼 완전 실패로 끝났으며, 군포 일대 소비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반값 아파트 평가단은 금융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지 않고서는 기존 방식대로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평가결과를 내렸다. ■ 전세 절반 값으로 내집 마련 지분형 주택분양제의 핵심은 계약자가 분양가의 51%만 지불해도 집주인 자격을 준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중 절반을 국민주택기금에서 차입해 줌으로써 계약자의 실제 부담률은 25.5%로 줄어든다. 예컨대, 분양가격이 3억 원인 아파트를 계약하는 경우 수요자는 1억5,300만 원만 내면 집주인이 된다. 이 돈도 모자란다면 이의 절반인 7,650만 원만 있어도 내집 마련의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 이때 투자자 지분으로 해결하는 분양가의 49%인 1억4,700만 원에 대해선 별도의 이자를 낼 필요가 없다. 말 그대로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한 투자자 몫이기 때문이다. 계약자 입장에선 연리 8%를 감안할 때 연간 1,176만 원의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차입하는 7,650만 원(25.5%)도 연 5%의 저금리를 적용, 연간 200만 원 이상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등 혜택을 얻게 된다. 집주인에겐 주택 소유권과 함께 전·월세를 놓을 수 있는 임차권이 주어진다. 계약 후 10년이 지나면 소유권을 매각할 수 있다. 공급대상 면적은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국민주택 규모다. ■ 반값 아파트 방식과 달라… 지역·분양가 수준이 성패 결정 지분형 주택분양제는 싼 값에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06년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을 일으킨 대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공급 제도와 유사성을 갖는다. 하지만, 형태는 크게 다르다. 지난해 군포 부곡지구에서 시범사업으로 실시된 반값 아파트의 경우, 지상권만 주고 토지 임대료를 매월 지불하는 ‘대지임대부’와 주변시세보다 다소 낮게 공급하되 상당기간 매각을 제한한 ‘환매조건부’의 혼합 방식이다. 이에 비해, 지분형 주택분양 제도의 경우는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 보장되며, 추후 시장에 나온 투자자 지분을 매입하여 자기 지분을 늘려갈 수 있다. 매각제한 기간도 반값 아파트는 20년인데 비해 지분형은 10년으로 절반이 짧다. 물론, 지분형의 경우 민간 투자자들의 매각이 자유롭기 때문에 투자금 확보도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서민들이 적은 자금으로 안정적 거주여건을 마련토록 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정부 입장에서도 투입 자금이 민간자본과 함께 분양자 대금으로 충당, 재정부담이 거의 없다는 장점도 있다. 전체 지분의 49%에 해당되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해당 주택가격 상승이 전제돼야 한다. 이때 적어도 집값 상승분이 시중금리 이상은 돼야 한다는 조건도 따라붙는다. 이런 이유로 인기지역에서는 민간 투자자들이 몰려 관련 사업이 가능하겠지만, 비인기지역은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지방의 경우 구매력 저하로 사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어 실행 단계에서 보완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분양가’다. 분양가 책정 수준에 따라 투자자들에 대한 수익률을 맞춰줄 수 있어 원활한 자금 확보가 가능해서다. ■ 국토부 장관 “주택공급 꾸준히 한다” 최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주택 미분양 문제 등 정부의 추가대책 여부에 대해 관계부처 간에 서로 다른 발언이 나오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개인적인 사견을 얘기한 것인 만큼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책이 필요한 시기 등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택 미분양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을 듣고 정부가 해야 할 부분과 업체가 자구노력을 할 부분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주택이 꾸준히 공급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신도시 공급 계획과 관련해서는 “이미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 물량이 많은 만큼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계획돼 있는 것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발계획 확정이 늦어지고 있는 송파신도시에 대해서는 “마지막으로 관계기관 협의 등으로 인해 시기가 좀 늦어지고 있는데, 조만간 발표하게 될 것”이라면서 “남성대CC 골프장을 어느 곳에 위치하도록 할 것인지만 결정이 안 돼서 그런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혁신도시에 관해서는 “공기업 이전뿐만 아니라 분양가를 낮추는 문제나 제대로 도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부분 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보완방안을 찾으면서 계속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분형 주택 시범사업과 관련해서는 “인수위 시절부터 나왔던 부분이고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도 들은 만큼 여러 방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덧붙여 도태호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관은 “이달이나 다음달 초쯤에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