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에다 허리에는 봇짐을 맨 전도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이영재 감독)이 뮤지컬로 재탄생되어 여름철 관객을 부른다. 더욱이 2005년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트랜스젠더 록 가수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그린 록 뮤지컬 <헤드윅>으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오만석이 1년 6개월 만에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라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드라마 <포도밭의 사나이> <왕과나> 그리고 영화 <우리 동네> 등에서 종횡무진하여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한 뮤지컬계의 톱 스타이다. 7월 2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내 마음의 풍금> 드레스 리허설이 있은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만석은 “너무 떨리기도 하지만 행복하다. 욕심 같아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뮤지컬로 컴백한 소감을 벅찬 감정으로 이야기했다. 이 자리에는 드레스 리허설에서 오만석의 상대 배우로 열연한 이정미, 강동수 역으로 오만석과 함께 더블 캐스팅된 조정석, 신인 배우 장은아가 함께 했다. 영화로 더 잘 알려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23살에 시골 학교로 첫 부임한 총각 선생 강동수와 16살 늦깎이 제자 최홍연의 가슴 두근거리는 첫사랑 이야기이다. 뮤지컬은 영화보다 하근찬의 소설 <여제자>에 초점을 더 맞췄다. 분홍빛으로 칠한 원목 느낌의 무대가 사계절을 표현하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잘 살렸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어린이 뮤지컬 배우들의 연기도 극의 사실감을 더하고 있다. <내 마음의 풍금>은 7월 22일부터 9월 11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 풍금을 울리는 사람들 뮤지컬 <헤드윅><그리스>로 명성을 떨친 오만석은 뮤지컬의 인기를 업고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하여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다. 1년 6개월 만에 망설임 없이 선택한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에서도 감미로운 목소리와 풍부한 연기로 여심을 훔친다. 뮤지컬 <그리스><헤드윅><이블데드> 등으로 데뷔 4년 만에 뮤지컬계에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받은 조정석은 얼마 전 KBS2 예능 프로그램 <상상플러스-시즌2>에 첫 출연해서 공인 3단의 태권도 실력을 비롯하여 ‘정웅인의 다리 찢기’ ‘성지루의 휴지 불기’ 등을 그대로 따라해 예능 출연 합격점을 받기도 했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소피’로 2007년 ‘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신인상을 수상한 이정미가 이번에는 천진난만한 16살 홍연이로 분해 ‘제2회 더 뮤지컬 어워즈’의 여우주연상을 노린다. 중앙대 연극학과 3학년 휴학 중인 장은아는 <내 마음의 풍금>이 첫 오디션에서 따낸 첫 주연이다. “좋아 죽겠다”는 표현으로 좌중을 웃게 만든 그녀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 풍금이 연주하는 이야기 “여러분 담임을 맡게 된 강동수라고 하느니라” 사범학교를 갓 졸업하고 시골 학교에 처음 부임한 새내기 교사 강동수는 부푼 마음으로 한껏 선생 티를 내며 인사 연습을 한다. 그러던 중 16살짜리 늦깎이 초등학생인 최홍연과 마주친다. 홍연은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깔끔한 외모와 차림의 동수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 보고 아가씨래” 동수와의 첫 만남에서 ‘아가씨’라는 말을 들은 홍연은 동수에 대한 풋사랑의 감정을 키워 간다. ‘매일 선생님 교탁 화분에 꽃 꽂아두기’ ‘일기장에 연애편지 쓰기’ 등등 동수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가슴 벅찬 첫사랑을 수줍게 표현한다. 막강 라이벌 등장! “선생님 눈에는 제가 안 보이세요?” 멜로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이야기는 ‘삼각관계’. 홍연은 동수가 미술교사 겸 양호담당인 양수정(임강희 분)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즐거운 소풍날 동수와 수정의 다정한 모습을 목격한데다, 우연히 훔쳐본 동수의 일기장에서 양수정에 대한 진심을 읽은 홍연은 참았던 눈물을 그만 터뜨리고 마는데…. INTERVIEW 첫 공연의 소감은? 창작공연이 많이 공연되고 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 그래도 <내 마음의 풍금>은 다른 창작 뮤지컬에 비해 무리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아 기쁘고 다행스럽습니다. 오늘 이 순간보다 내일이 조금 더 기다려지네요. (이정미)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가 번번이 흥행과 거리가 멀어 자신의 인기가 많았던 뮤지컬로 돌아왔다는 말도 있는데, 이런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 신경 쓰지 않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등 모든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 작품은 1년도 훨씬 전부터 하려고 마음을 먹었구요. 1년 전의 제가 1년 뒤의 승패(드라마ㆍ영화의 결과)까지 점칠 수 있었겠어요? (오만석) 처음 출연하는 작품에서 주연 자리까지 거머쥐었는데, 어떤 기분인가? 이렇게 좋은 작품에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주연이라니 그냥 좋아 죽겠어요(웃음). 신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 저의 많은 것들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장은아) <상상플러스-시즌2>에 출연한 후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쇄도하지 않았나?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아마, 그 방송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아요(웃음). 당시 뮤지컬만 하다가 방송을 처음 해봤더니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나온 부분이 나중에 편집되기도 하고, 점점 무엇을 해도 반응이 없었어요. 그때 ‘방송은 아니구나’ 싶었구요.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해보고 싶어요. (조정석) <내 마음의 풍금>은 어떤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가? 첫사랑에 대한 추억과 어린 시절의 그리움이 남아 있는 사람, 옛날 어른들의 세계가 궁금한 아이들, 내 자식에게 자신이 겪었던 추억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 등등 모든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예요. 추억과 꺼낼 이야기가 많은 분들은 꼭 오셔야 됩니다. (오만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