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감독)과 함께 여름철 극장가를 강타할 블록버스터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이이’)가 7월 31일 개봉됐다. <친구> <태풍> <사랑>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곽경택 감독의 신작이다. 두 남자의 쫓고 쫓기는 상황을 숨 막히게 그린 작품으로, 한석규와 차승원이 대립되는 역으로 출연해 팽팽한 대결을 예고한다. 영화는 범인을 처음부터 공개한다. 올 상반기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와 같은 구성이다. <추격자>도 모든 사실을 관객에게 공개한 뒤, 범인을 붙잡는 과정을 사실적이고 빠른 템포로 담아내 관객들로부터 의외의 반응을 끄집어냈다. <눈눈이이>는 범인의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보다 강렬하고 새로운 두 캐릭터가 만들어 내는 상황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추격자>에서 지영민(하정우 분)과 엄중호(김윤석 분)가 만나는 순간 관객들의 몰입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처럼, <눈눈이이>도 이 같은 반응을 노린다. 어쩌면, <추격자>보다 높은 위치에서 출발할 수 있다. <추격자>가 ‘18세 관람가’로 관객 연령대에 제한이 많았다면, <눈눈이이>는 ‘15세 관람가’로 10대 청소년 관객까지 불러 모을 수 있다. 더불어 출연하는 배우도 이미 영화계에서 한 자리씩 차지한 거물급이다. 7월 21일 오후 열린 <눈눈이이> 언론시사회에는 곽경택 감독을 비롯하여 한석규·차승원·이병준 등 주요 배우들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특히, 이 영화는 초반에 메가폰을 잡은 안권태 감독의 중도하차로 곽 감독이 마무리를 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곽 감독은 “안 감독 본인이 내게 와서 마무리를 지어달라고 부탁했을 때, 다른 사람보다는 내가 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하게 됐다. 주변의 만류도 많았지만, 영화가 잘 되면 안 감독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고, 잘 안 돼도 선배인 내가 대신 혼나면 된다는 생각에 결정했다”고 밝히면서도 “처음에 메가폰을 넘겨받고 현장에 투입돼 촬영한 장면을 동료들에게 보여줬는데, ‘영화가 느와르가 되어가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어 뜨끔하더라”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내가 이 영화에 참여하면서 주인 역할을 하겠지만, 이 영화가 원래 가진 미덕은 잊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인 강한 임팩트와 진한 감정보다는 스피드와 스타일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 0.00000000….…1mm의 차이도 없는 등장인물 “죄 지은 새끼들이 제일 무서워해야 되는 건 바로 형사야” 범인 검거율 100% 백성찬 역…한석규 작품마다 한국 영화사를 새롭게 쓰며 진정한 배우의 힘을 입증한 한석규. <눈눈이이>의 ‘백전백승 백 반장’은 한석규 생애 가장 강렬한 캐릭터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는 연기를 위해 백발로 머리 염색을 감행해 화제가 됐다. 백 반장은 수사 스타일이 범인보다 더 악랄하고 집요한 인물로, 한석규는 “직업의식이 투철한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도둑질도 예술로 승화시킨다?” 100% 불구속 지능범 안현민 역…차승원 모델로 연예계에 입성하여 그 동안 인간미 넘치는 코미디로 시작해 <혈의 누> <박수 칠 때 떠나라> <아들> 등 다수의 영화를 거치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력을 입증받은 차승원. 그가 이번에는 ‘막상막하’ 대결의 중심에 선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정우성과 비견되는 188cm의 장신을 이용한 격렬한 액션 신, 블랙 콘셉트의 헤어스타일과 의상,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 등도 기대할 만하다. ■ 쫓고 쫓기는 이야기 대낮,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8억 원을 이송하던 현금수송차량이 강탈당한다. 사건 발생 즉시 범죄 현장에 나타나 모든 증거품을 모아 사라진 형사의 이름은 경찰청 특별수사반 백성찬 반장. 이 소식은 그 시각 경찰청에서 회의 중이던 진짜 백 반장(한석규)을 분노하게 한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사칭해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용서할 수 없다. 얼마 뒤, 백 반장에게 다음 사건을 예고하는 제보가 전달된다. 제주공항을 통해 100억 원 상당의 금괴 600kg이 밀수입된다는 내용. 자존심 회복을 위해 전면전에 나선 백 반장은 형사들을 제주도로 급파하지만, 금괴는 잠복 중인 경찰의 코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백전백승 백 반장은 주도면밀하게 용의자들을 밝혀내 그 중 한 명을 잡아들인다. 백 반장이 노리는 것은 범인들을 수족처럼 움직여온 배후의 실체. 하지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당신, 나 잘 알지?”라며 백 반장에게 정면 승부를 내미는 안현민(차승원). 백 반장은 예상한 듯, “알 만큼은”이라는 짧은 말로 대한다. 서로의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는 두 사람의 대결은 과연 누구의 승리로 끝날 것인가. ‘막상막하’ 질의 응답 평소에 예의 바른 사나이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유독 욕하는 장면이 많은데, 평소에도 욕을 쓰는지 궁금하다. 평소에는 잘 안 쓰죠. ‘언어폭력’ 무서운 거더군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다른 사람에게 평생 큰 상처를 주죠. 특히, 주연배우가 현장에서 무심코 내뱉는 말은 조연ㆍ단역ㆍ스태프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치욕과 상처를 줄 수도 있어요. 걱정이 있다면, 우리 가족들이 이 영화를 봐야 할 텐데, 애들에게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6살인 셋째가 <눈눈이이> 예고편을 보고 따라 해요. 제가 “야, 이 개새끼야”라고 욕을 한 부분이 있거든요(웃음). 애들이 클 때까지 <눈눈이이>만큼은 보여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한석규) 악역으로 변신한 이유가 있다면? 또, 영화 속의 스타일이 멋진데 소감은 어떤가? 이런 모습으로 나오는 영화는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어요. 예전에 모델을 할 때는 늘 이런 모습이었다가, 영화를 하면서부터 피하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얼마 전부터 제가 멋진 비주얼로 그려지는 영화를 한 작품 정도는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영화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습니다. (차승원)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안권태 감독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고 시나리오를 고칠 때 가장 고민한 점은 “돈이 사회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와 “사람마다 돈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이 두 가지였습니다. 두 주인공은 각자의 역할에서 돈에 대한 기준이 다르죠. 안현민은 돈 때문에 아버지를 잃고 원한을 갖게 되자, “돈은 꿈을 현실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믿는 사람이 됐죠. 반면에, 성찬은 “돈은 몸속의 백혈구 같은 존재로서 피가 잘 돌아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믿음을 갖고 돈을 제 자리에 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구요. 관객들이 <눈눈이이>를 보면서 돈에 대한 자신의 가치기준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음 좋겠어요. (곽경택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