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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술값이 절반이야?”

한·일 물가비교 체감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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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9호 이우인⁄ 2008.08.12 16:24:20

이번 여름휴가는 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가 치솟는 최정점에 있는 시기여서 비싼 해외여행보다 저렴한 국내여행이 인기다. 하지만, “일본의 물가가 한국보다 싸더라”는 지인의 말이 못 미더워 직접 확인할 겸 휴가를 빙자하여 일본으로 쳐들어갔다. 그런데, 일본의 물가가 한국과 별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상대적으로 한국의 물가가 높다는 현실을 목도하고 맥이 풀렸다. 한·일 물가비교 체감기행을 통해 우리의 물가수준을 체크한다. “너무 싸. 여기가 일본 맞아?” 도쿄에 가본 사람들은 대개가 “도쿄는 서울과 흡사해서 해외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가진 비슷한 사람들,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로 붐비는 전철과 도로 등등, 다른 언어를 쓴다는 점을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외형상 그다지 커보이지 않는다. 흔히 우리에게는 일본 하면 ‘비싸다’는 선입견이 있다. 아시아 최고의 경제대국이자 전 세계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높은 경제 수준을 자랑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나라는 부강하지만 국민은 부자가 아닌 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비싸다고 생각한 것은 교통비였다. 승합차인지 마을버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작은 버스가 한 번 탈 때마다 무조건 200엔(한화 약2,000원)이다. 운행구간도 한국처럼 길지 않아서, 한국처럼 생각하여 버스로 시내구경을 하려고 마음먹었다가는 눈물 빼기 십상이다. 한국의 강북에서 강남까지 거리를 일본에서 버스로 왕복하려면 만원은 깨질(?) 각오를 해야 한다. 거기다 전철비도 만만치 않다. 우선, 구간마다 교통비가 다르다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 이는 일본의 전철회사가 민간업체에서 운영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균적으로 따지면, 2,000원 정도이다. 일본의 비싼 교통비를 경험하면, 우리나라의 환승 요금제가 얼마나 선진화된 고마운 요금제인지 깨닫게 된다. 오죽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이 보고 싶을 정도이니 말이다. 일본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일본의 집세와 전화요금, 교통비는 살인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생필품·식료품 값은 한국과 비교할 때 생각보다 너무 싸서 놀랐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 음식점들이 재료비가 올랐다는 이유로 유행처럼 500~1,000원씩 올려 받고 있어 밥 한 끼를 해결하려면 5,000~6,000원은 써야 한다. 그런데 일본의 식당들도 평균 6,000~7,000원을 받는다. 일본의 경제수준과 비교할 때 일본이 훨씬 싼 편이다. 한국 물가가 일본보다 더 비싸다는 생각은 마트에 가면 더 가까이 와 닿는다. 일본제품 하면 튼실하고 디자인은 이쁘지만, ‘비싸다’는 선입견이 있다. 일본에도 할인매장이 많다. 규모는 우리나라의 작은 마트 수준이지만, 가격은 대형 할인매장과 비슷하다. 이들 중 새벽 5시까지 영업하는 ‘돈키호테’나 24시간 연중무휴인 ‘99엔 샵’ 등은 삶의 여유가 없는 일본인과 유학생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일본 드라마 혹은 만화를 보면 일본인들은 매일 저녁 캔 맥주를 먹는다. 냉장고 안을 아예 캔 맥주로 가득 채우는 경우도 있다. “잘사는 일본인들은 맥주도 캔으로 쌓아 놓고 먹는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일본의 캔 맥주 가격에 감탄한 뒤로는 이런 생각은 모조리 사라졌다. 우리나라 대형 할인매장에서 약 2,600원에 파는 아사히 맥주(330ml)가 거의 반값이다. 일본의 캔 맥주는 120엔에서 시작하여 종류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맥주뿐 아니라, 일본의 전통주인 정종과 수입양주 등 주류의 가격이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이 밖에도, 우유·과일·과자·음료수·화장품·약품·위생용품 등등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훨씬 싸고 좋은 제품이 많아, “일본의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3배”라는 말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 관광객의 주머니 열게 하는 탁월한 상술 아기자기한 제품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 일본. 애니메이션(만화영화)을 ‘재패니메이션’이라고 할 만큼 애니메이션의 독보적인 국가임은 부인할 수 없다. 애니메이션의 영향 때문인지 일본에는 온통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 상품 천지라, 관광객으로서 주머니에 들어 가는 손을 멈출 수 없었지만, 이내 ‘비싸겠지’라는 생각으로 손을 꺼내고 만다. 하지만, 상품의 가격은 생각 외로 너무 쌌다. 핸드폰 줄이 대개 350~400엔으로 약 3,500~4,000원(한화) 정도이다. 특히, 일본의 편의점에서 파는 525엔짜리 우산과 국내에서 가장 싸게 파는 길거리표 3,000원짜리 우산을 비교해보면, 디자인도 볼품없고 부러지기 잘 하는 한국의 우산에 비해 일본의 우산은 튼튼하고 디자인도 각양각색으로 예쁘다. 크기도 작고 가벼워 작은 보조가방에도 안성맞춤이다. ‘ARTBOX’나 ‘DCX’ ‘10X10’ 등 국내의 대표 디자인·팬시 용품 매장을 한 번쯤 가본 사람이라면 일본의 캐릭터 상품이 생각보다 싸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장 안에만 있으면 일본에 와 있는지 한국에 있는지 분간이 안 갈 정도이다. 일본에는 1년에 정기적인 대 바겐세일이 두 번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세일 기간이 한창이었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70%까지 전 매장이 세일을 합창한다. 옷·가방 등이 한국의 보세 옷가게 수준으로 저렴하고 디자인도 다양하고 우수하다. 싸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사다 보면 뒤늦게 과용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후회는 되지 않는다. 우선, 일본이라는 나라의 ‘네임 밸류’(Name Value)와, 가격에 비해 좋은 물건이라는 사실이 만족감을 준다. 이러한 세일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미리 안다면 쇼핑을 하기 위해 일본을 선택하는 일이 결코 어리석지 않게 느껴진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일본의 뛰어난 판매전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놀이기구를 타고 나오면 출구에서 방금 전에 자신이 탄 놀이기구와 관련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놀이기구의 감흥이 식기 전에 주머니를 열 수 있도록 말이다. 이는 고궁·신사 등 일본의 전통이 숨 쉬는 곳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사쿠사 절로 들어가는 입구 앞은 아예 기념품 상점 거리로 꾸며져 있다. 절에 들어가기 전에 사고, 나오면서 사고, 점주들에게는 일석이조이다. 메이지 신궁의 기념품 판매대도 똑같은 물품을 파는 곳이 곳곳에 배치돼 깜빡하거나 망설인 제품을 다시 사게 만드는 효과를 톡톡히 낸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출국 게이트의 풍경도 독특하다. 출국 게이트 앞의 매점에는 간단한 식료품은 물론 기념품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심지어 아사쿠사의 상점 거리에서 팔던 상품까지 판다.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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