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9월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갖고 9월 24일 첫 방송을 대중에 알렸다. 이날 회장 안은 내외신 기자를 비롯 박신양의 일본 팬들까지 대거 참석해발 디딜 틈도 없었다. 이렇듯 <바람의 화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첫째, 이제껏 시도한 적이 없는 본격 미술 드라마라는 점, 둘째, 지난해 5~6월 35%의 평균시청률로 방송 3사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한 인기 드라마 <쩐의 전쟁>의 연출자와 주연배우가 손을 잡았다는 점, 셋째,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브라운관에 복귀한다는 점, 넷째, 타 방송 드라마 2편과의 대결을 본격화하는 작품이라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네 번째 이유가 이날의 최대 관심사였다. 물론, SBS 측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SBS 드라마국 허웅 책임 프로듀서(CP)는 “지상파 방송 3사가 내놓은 수목극이 제작규모·출연진·연출·스태프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2주 늦게 마지막 주자로 나서는 무거운 심경을 드러냈다. 이는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극중 ‘신윤복’ 역으로 남장여자 연기에 도전한 문근영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배우와 스태프의 고생을 생각하면 우리 드라마가 잘돼야 하지만, 경쟁 드라마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 역시 우리처럼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잘되길 바랄 뿐”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바람의 나라> 송일국(무휼 역)과 박건형(도진 역)은 <바람의 화원> 배수빈(정조 역)·문근영(신윤복 역)과 한 작품에서 함께 공연한 동지였다. 과거의 동지가 현재의 적수가 된 셈이다. 장태유 감독 역시 “시청률이 부담돼 일부러 신경 안 쓰려고 한다”고 괴로운 심경을 전하면서도 “스킨십 수위는 시청률에 따라 높아질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그는 “<바람의 화원>과 <바람의 나라>는 제목부터 비슷해 비교의 대상이 된다”며, “상대편에서 제목을 바꿔주기를 기대했건만, 어쩔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박신양은 특유의 능청으로 이 위기를 모면했다. 예상 시청률을 묻는 질문에 박신양은 “시청률 100%. 으하하”라고 대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시청률에 달관한 사람처럼 박신양은 의연해 보였다. 첫 사극에 임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연기생활 20년 동안 작품을 대하는 마음은 늘 똑같다”는 말로 넘어갔고, ‘국민 여동생’을 상대로 애정관계를 연기하는 입장에 관해서도 의아한 표정으로 “제가 이럴 땐 뭐라고 대답해야죠?”라고 반문했다. 싫든 좋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9월 10일 동시에 스타트를 끊은 MBC <베토벤 바이러스>와 KBS <바람의 나라>에 이어 SBS의 <바람의 화원>까지,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일까에 시청률 조사기관과 언론사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람의 화원>이 방영되기에 앞서, 드라마 3파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전력(戰歷)을 살펴봤다.
■ 남자 주인공들 모두 연말 연기대상 받은 실력파 <바람의 나라>의 송일국·<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바람의 화원>의 박신양, 이 세 사람은 모두 연말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 송일국은 국민 드라마 <주몽>에서 주몽으로 분해 2006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의 자리에 올랐다. 1998년 MBC 27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지 10년도 채 안 돼 오른 자리여서 눈길을 끈다. 그의 성공에는 ‘김두한의 외손자’라는 배경도 한몫했다는 견해도 있지만, <주몽>에 앞서 KBS 사극 <해신>에서 보여준 송일국의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김명민은 오랜 무명생활 끝에 빛을 본 케이스.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명민은 몇 년 간 이렇다 할 대표작 하나 없이 연기생활을 청산하고 외국으로 이민 갈 계획을 짜던 중, 2004년 초에 노희경 작가의 <꽃보다 아름다워>에 출연하면서 180도 다른 인생을 경험하고 있다. 같은 해 9월 KBS1 주말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역으로 전격 캐스팅된 김명민은 이 작품으로 2005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김명민의 연기가 한층 빛을 발한 작품은 MBC 주말 드라마 <하얀 거탑>. 종합병원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를 생생하게 담은 이 드라마에서 김명민은 야심가 장준혁으로 분해, 원작인 일본판 장준혁을 제압했다. 2007년 MBC 연기대상에서는 <태왕사신기>의 ‘욘사마’ 배용준에 밀려 남자 최우수상에 그쳤으나, 그의 연기는 의심할 여지없이 대상감이었다. 세 사람 가운데 가장 나이도 많고 경력도 화려한 박신양은 1997년에 개봉한 영화 <편지>와 이듬해 개봉한 <약속>을 통해 ‘제2의 한석규’로 불리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유명한 ‘박신양 결혼사건’으로 한동안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한 박신양을 단번에 최고의 스타로 만든 작품은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었다. <파리의 연인>에서 재벌 그룹의 후계자 한기주 역으로 분한 박신양의 어투와 행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따라 하기 경쟁이 붙을 정도로 큰 인기였다. 이후 지난해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달성한 인기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박신양은 주인공 금나라로 분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팔색조의 연기를 뽐냈다. 그는 두 작품을 통해 2004 SBS 연기대상과 2007 SBS 연기대상에서 연달아 대상을 차지했다. ■ 제작규모ㆍ연출자ㆍ작가ㆍ출연진도 막상막하 세 주인공만큼이나, 드라마 제작비를 비롯하여 연출자와 작가의 이력, 화려한 출연진도 3파전에 불을 지피는 요인이다. 세 드라마 중 가장 제작비가 적을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제 200억 원이나 제작비를 투입한 <베토벤 바이러스>는 <모래시계> <백야 3.98> <아름다운 날들> <유리구두> <대망> <해신> <풀하우스> <하얀 거탑> <이산> <태왕사신기> 등 수많은 한류 드라마를 탄생시킨 ‘김종학 프로덕션’의 2008년도 야심작이다. 젊은 감각이 살아 있는 <태릉선수촌> <오버 더 레인보우>의 홍진아·홍자람 콤비가 집필을 맡았으며, <다모> <패션 70's>의 이재규 PD가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태왕사신기>의 헤로인 이지아와, 미소년에서 성인 연기자로 변신한 장근석, ‘야동순재’로 남녀노소 다양한 팬층을 확보한 중견 배우 이순재 등이 출연한다. 수백억 원을 쏟아 부은 드라마 <바람의 나라>는 9월 10일 첫 방송에 앞서 스페셜 방송까지 내보내며 <베토벤 바이러스>를 견제했다.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는 <올인> <때려> <불새> <주몽> <거침없이 하이킥> <일지매> 등을 제작했으며, 2004년 <해신>을 통해 사극 흥행불패 신화를 기록한 강일수 PD가 연출을 맡고, KBS <해신>의 정진옥·<한성별곡-정>의 박진우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영화배우 정진영, 뮤지컬 배우 출신의 박건형, 레이싱 걸 출신 ‘섹시 스타’ 오윤아, ‘미칠이’ 최정원 등 제작규모만큼이나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아직 방영 전인 <바람의 화원>은 ‘드라마하우스’의 창립 작이다. 구체적인 제작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장태유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내 전작들 제작비 다 합쳐도 이 드라마에 못 미친다”고 언급하여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불량주부> <101번째 프러포즈> <쩐의 전쟁>의 장태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과 함께 <주몽>의 배수빈, <한성별곡>의 류승룡 등이 출연한다. ■ 마지막에 웃는 자 누구일까 <베토벤 바이러스>는 현대극이어서 사극인 다른 두 작품과 구별된다. 국내 최초로 클래식을 주요 소재로 한 작품으로, 독서의 계절 가을에 방영을 시작한 점도 탁월하다. 또한, 주인공 강마에(김명민)·강건우(장근석)·두루미(이지아)를 비롯하여 단원으로 등장하는 김갑용(이순재)·배용기(박철민) 등 조연의 성격과 행동도 뚜렷해, 인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순재’ ‘식신준하’ ‘꽈당민정’과 같이 등장인물의 인기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명 ‘마에스트로 강’으로 불리는 강마에 역의 김명민이 보여주는 개성 있는 표정과 말투는 방송 시작과 동시에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이 큰 대작이다. <바람의 나라>는 김진의 동명만화를 드라마화한 작품. 만화는 100만 부 이상 팔렸으며, ‘2008 대한민국 만화·애니메이션 캐릭터 대상’에서 대통령상 수상 작품으로 선정돼, 인지도 면에서 다른 두 작품의 우위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45일 간의 중국 로케이션 등 해외를 넘나드는 장대한 스케일과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이야기, ‘얼짱 몸짱’ 스타 오윤아·최정원·임정은의 출연으로, 남성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바람의 나라>는 9월 3일 일본 최대 유통사인 포니캐년과 선판매계약 조인식을 가졌다. KBS 프로그램이 해외 수출을 시작한 이래 최고의 가격으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주몽>의 대소왕자보다 악역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부여국 대소왕 역의 한진희와 주몽 아들 유리왕 역의 정진영, 주몽과 주몽의 손자 무휼까지 아우르는 송일국의 섬세한 연기 변화 등, <바람의 나라>는 <주몽>의 연장선상에 있어 역사 인물과 배우의 연기 비교도 흥미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끝으로, <바람의 나라>와 같은 사극이긴 하나, 시대와 분위기가 전혀 다른 <바람의 화원>은 이정명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신윤복이 여자가 아니었을까?”라는 발칙한 상상을 바탕으로 쓰여진 원작에 맞춰, 신윤복 역의 문근영이 남장여자로 출연한다는 소식에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다. 문근영은 신윤복으로 분하기 위해 남성의 걸음걸이·행동·말투 등을 연습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문근영이 아역 스타에서 성인 연기자로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첫 작품이어서 기대가 크다. 조카뻘인 ‘국민 여동생’과 사랑을 나누는 김홍도 역의 박신양의 연기변신 또한 기대되는 작품이다. 한편, 첫 방송에서 근소한 차이로 <베토벤 바이러스>에 밀린 <바람의 나라>는 9월 11일 방송된 2부에서 무휼이 첫 등장하자 시청률까지 상승세를 타면서 <베토벤 바이러스>를 누르고 수목극 정상 자리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