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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으로 이어진 두 남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

이나영ㆍ오다기리 죠의 영화 <비몽(悲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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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6호 이우인⁄ 2008.09.30 15:15:22

꿈을 매개체로 두 남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비몽>은 한국의 이나영과 일본의 청춘 스타 오다기리 죠가 캐스팅되면서 화제가 됐다. 더욱이, 이 영화가 <숨>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수취인불명> 등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출품시키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관심을 받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어서 한층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몽>은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앞두고 있다. <비몽>은 꿈처럼 몽환적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의 큰 틀이 ‘꿈속의 과거·현재·미래’라고 정의했지만, 그의 설명조차 이해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김기덕 감독이 <비몽>에 대해 “대부분 의도한 바 없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비몽>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인인 오다기리 죠가 유창한 일본어로 대사를 한다는 점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오다기리 죠가 등장하고, 대사가 없는 몇 분 동안 관객은 “오다기리 죠가 한국어를 할까? 아니면 일본 사람으로 나와서 일본어를 하고, 그 격차를 다른 배우가 느끼는 걸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오다기리 죠는 한국인을 연기하면서 일본어를 구사하고, 상대 배우들도 그의 일본어를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처음에는 이질감을 느끼던 관객도 영화의 중반부터는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오다기리 죠에게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대사하게 한 이유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자막을 넣으니 일본어로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며, “언젠가는 각자의 언어로 대화하는 시대도 오지 않겠느냐”고 흐뭇해했다. 김기덕 감독은 전작 <숨>에서 대만 배우 장첸을 말 못하는 사형수로 설정하며 언어의 벽을 뛰어넘은 바 있다. 또 한 가지 <비몽>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가회동의 오래된 한옥과 두 사람의 직업이 너무나도 한국적인 것. 란과 진의 집은 모두 가회동에 있는 실제 의상 디자이너와 전각예술가의 집에서 촬영되어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이번 영화는 100% 한옥에서 찍자고 마음먹었다”고 의도를 밝혔다. 10월 9일 개봉. ■ 꿈으로 이어진 사람들 “당신의 꿈 때문에 모든 게 엉망이 됐어요.” 이나영…옛사랑을 잊고 싶어 하는 ‘란’ 역 영화 <아는 여자>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 이나영은 2006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통해 300만 관객을 눈물바다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비몽>의 란은 이나영 밖에 소화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나영과 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닮았다. “꿈에서라도 그녀를 만나고 싶어요” 오다기리 죠…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진’ 역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배우 오다기리 죠. 국내에는 영화 <밝은 미래> <메종 드 히미코> <유레루> 등으로 알려졌으며,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끊임없는 연기활동으로 매해 베니스와 칸, 베를린 영화제 등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오다기리 죠는 2008년에는 한국의 대표 감독 김기덕의 <비몽>으로 국내 팬에게 인사한다.

■ 슬픈 꿈(悲夢) 이야기 “그녀 잘못이 아닙니다. 제 꿈이 시켰어요” 진(오다기리 죠)은 꿈속에서 자신을 버린 옛사랑(박지아 분)을 미행하다 그만 교통사고를 낸다. 꿈에서 깬 진은 꿈속의 사고 현장으로 차를 몬다. 그리고 자신의 꿈대로 행동하는 여인 란(이나영 분)을 알게 된다. 잠을 자다 어이없게도 뺑소니 사고범으로 몰린 란은 “난 그 시간에 잤다구요”라고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경찰이 제시한 증거 사진에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자신과 닮은 여자가 있다. 그리고 “그녀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 꿈이 시켰어요”라며 자신의 죄를 뒤집어 쓰려 하는 진과 만난다. “당신 미쳤어요? 절대로 꿈꾸지 마세요” 의사(장미희 분)의 진단에 의해, 두 사람은 서로 꿈으로 연결된 묘한 인연임을 알게 된다. 의사는 한 사람이 행복하면 다른 한 사람은 불행하게 되고, 진과 란이 한 사람이니, 이 저주에서 풀려나는 길은 진과 란이 서로를 사랑하는 일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진의 꿈 때문에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는 옛 애인을 찾아가 사랑을 속삭인다는 사실에 화가 난 란은 진에게 앞으로 꿈을 꾸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미안해요. 앞으로 절대로 잠들지 않겠어요” 같은 시간에만 자지 않으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감시하며 잠들지 않기 위해 애를 쓰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자연스럽게 한집에서 잠을 청하게 된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란은 진의 꿈대로 옛 애인을 찾아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만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진은 “두 번 다신 잠들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 비몽사몽한 <비몽> 인터뷰 9월 23일 서울 용산구 용산CGV에서 <비몽>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기덕 감독을 비롯하여 이나영ㆍ박지아ㆍ김태현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다기리 죠는 중국에서 영화 <랑재기>를 촬영하느라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줬다. <비몽>은 어떤 영화인가? 제 차를 조감독이 운전했고, 저는 그 옆 좌석에서 자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를 낸 건 조감독인데, 잠을 자던 제가 사고 당사자란 기분이 들더군요. 그때의 기분을 시나리오로 옮기기 시작하여 완성한 작품이 <비몽>입니다. <비몽>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랑의 한계를 전달하는 영화입니다(김기덕). <비몽>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시나리오를 읽고 깜짝 놀랐어요. 평소 김기덕 감독님의 작품을 접한 적이 없는데, 이 작품은 매력적인데다, 다가가기 쉬웠어요. 감독님 작품만이 갖는 분위기도 좋았구요. 오다기리 죠는 원래 좋아하던 배우였고, 연기할 때 외국인인데도 경계의 벽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의사소통에도 무리가 없었어요(이나영). 베드 신이 많은데다, 오다기리 죠와는 국적도 다른데, 어떻게 연기했나?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베드 신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했습니다. 오다기리 죠는 사전에 노트북에 신 별로 정리하는 등 준비가 철저했어요. 덕분에, 외국인이지만 진행이 수월했어요(박지아). 오다기리 죠와 대사를 주고받을 때 어렵지 않았나? 아뇨. 각자의 언어로 한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어요. 일본어가 한국어와 어순도 같고 억양도 다르지 않아 어렵지 않았어요. 대사로 상대를 깊게 찌르는 디테일한 감정 신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어려운 신일 수록 오다기리 죠와 사전에 상의했고, 부족한 부분은 마음과 눈빛으로 교환했어요(이나영). 최근 한국영화가 해외 영화제에서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초청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영화계 전체가 침체돼 있는데, 한국영화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최근 2~3년 간 해외 국제 영화제가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은 듭니다. 어쩌면 2000년대 초반에 보여준 한국영화의 개성이 보편화됐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구요(김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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