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서민주거 문제 등 현안과 관련해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밖에 없다.” 대도시의 팽창 방지와 도시 시설의 정비, 그리고 도시근교 농지 및 임야의 보존과 자연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1971년 도시계획법을 개정, 도입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제도)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허물어지고 있다. 그린벨트는 지난 1944년 영국의 런던 주변지역을 최소 폭 8㎞의 환상녹지로 설정하면서 최초로 등장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도입한 그린벨트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인구집중을 방지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온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다. 그린벨트 해제는 택지나 용지 마련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토 이용의 효율성과 녹지 확보 전략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청계천 복원, 서울시청 광장 조성 등 친환경에 앞장섰던 이명박 대통령이 왜 갑자기 환경파괴에 나서는지 의문스럽다. 단지 수도권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한 편협한 수단인지 아니면 불도저를 몰고 개발현장에서 일해 온 경험을 살려 경제 살리기를 그린벨트 허물기에서 찾았는지 이명박 정부는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기 동탄 제 2 신도시 조성 등 새 신도시가 추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 집값까지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단지 주택난 해소 차원에서 그린벨트까지 허물겠다는 정책은 소가 웃고 넘어갈 일이다. 특히, 지금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주택경기의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 경제에 쓰나미를 몰고 온 것을 우리는 목격했다. 미국발 위기가 태평양을 건너 곧 우리나라에 닥칠 현실에 와 있다. 담보로 잡힌 부동산을 팔아서도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온다는 것이다. 올 6월 말 현재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약 230조 원으로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는다. 이런 위기는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부동산 담보대출이 지난 2006년에 많이 이뤄져 3년의 원금상환 유예기간이 내년에 끝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를 살리고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그린벨트 벽 허물기에는 허구성이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건국 60주년을 맞아 ‘녹색성장’을 주장한 후 녹색생명의 젖줄인 그린벨트가 대대적으로 해제돼 일부에서는 ‘녹색성장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녹색성장은 껍데기뿐이며 또 다른 개발정책에 불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린벨트의 가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없이 필요하면 그린벨트부터 해제하는 것은 또 다른 개발주의 정책이며, 그린벨트 훼손에 대한 대책도 없고 공공 생태계 완충지로서 그린벨트의 의미나 가치 등에 대한 고려가 없는 단기적인 시각은 문제가 있다. 전국적으로 주택 보급이 100%를 넘었고 미분양 아파트가 사회문제로 불거지는 상황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그린벨트 해제지역을 늘리는 것은 핵심대책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이 공급 위주의 정책이기보다는 어떻게 수요를 관리할 것인지가 더 중요다고 본다. 보전해야 할 그린벨트를 개발하려고 하는 이명박 정부는 ‘불도저 정부’, ‘토건 정부’ 즉 ‘회색정부’임에서 벗어나 그린벨트의 도심 허파의 역할을 되살리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