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첫 방송을 시작하여 지난 10월 5일 104회로 종영한 인기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의 후속작인 SBS 특별기획 50부작 <가문의 영광>(정지우 극본·박영수 연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강지처클럽>이 외도를 하고도 뻔뻔한 남편들과 맞바람 피는 아내를 통해 ‘콩가루 집안’의 전형을 보여줬다면, <가문의 영광>은 5대가 함께 사는 뼈대 있는 종가를 중심으로, 점차 사라져 가는 가족의 소중함을 전달할 예정이다. 허웅 책임프로듀서는 10월 6일 서울 목동SBS에서 열린 <가문의 영광> 제작발표회에서 “<가문의 영광>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드라마이며, 종가로 대표되는 집단과 그에 속한 개인의 갈등뿐 아니라, 그리움에 대한 잔상, 인간에 대한 예의 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박영수 PD는 의상·음식·주거문화 등 우리 전통이 가진 훌륭한 점을 드라마 속에서 살린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박 PD는 “사소한 소품까지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드라마 역사상 처음으로 모험적인 시도를 했다”며, “2부의 전통 장례식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실제 종가인 (경남)하동 최참판 댁에서 8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무려 6일 간 촬영했다”고 귀띔했다. 드라마 <하늘이시여> <행복한 여자> 등에서 애절한 눈물 연기로 시청자의 가슴을 적신 윤정희가 단아하고 정숙한 종갓집 외손녀 ‘하단아’를 연기한다.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 대부분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점으로 미루어,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 또한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영화 <고死: 피의 중간고사>도 흥행에 성공했다. 윤정희의 상대역인 졸부집 아들 ‘이강석’은 박시후가 열연한다. 그 동안 완벽한 남자 이미지로 각인되어 온 박시후는 이번 작품에서는 나쁜 남자에 도전한다. 강석은 다른 사람에게는 냉정하지만, 졸부인 아버지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가족 특히 내성적인 여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근본은 따뜻한 남자이다. 10월 11일 첫 방송. ■ 극 초반부터 허점 투성이 하 씨 종가 <가문의 영광>은 멸문의 위기를 넘기고 수백 년의 전통을 이어온 하 씨 종가와 종손들의 이야기를 통해, 옛것의 소중함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렸다. 하지만, 혈통을 중시하고 가문의 명예를 위해 구성원이 희생되는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종가의 고리타분한 모습만 담은 건 아니다. <가문의 영광>은 극 초반부터 구성원들이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행동을 저지르게 하여, 시청자에게 존속 자체가 위태로운 종가를 전면에 세워 흥미를 유발한다. 우선, 하 씨 가문은 하 씨 자손이 한 명도 없는 말뿐인 종가다. 하 씨 종가의 가장 큰 어른 하만기 회장(신구 분)부터 씨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극 초반에 운명을 달리하는 아버지 하중웅 옹의 친자식이 아닌데다, 어머니가 겁탈당해 태어나 씨의 출처조차 불분명하다. 또한, 자신을 낳은 어머니는 가문을 더럽혔다는 수치심에 자결한다. 이런 출생의 비밀을 알고도, 하 회장은 자신을 친자식 이상으로 키워준 하중웅 옹과 가문을 위해 일생을 바친다. 하 회장을 제외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 종가의 위기는 계속된다. 30대에 혼자가 된 하 회장의 아들 하석호(서인석 분)는 그룹 홍보실장인 이영인(나영희 분)과 혼전 관계로 아이를 갖고 프러포즈하지만, 그녀는 “이 나이에 무슨 결혼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아버지보다 가문을 생각하는 마음이 강한 큰아들 하수영(전노민 분)은 아내조차 단속하지 못하는 무능을 보여준다. 더욱이 그는 아내의 불륜을 알고도 종가를 위해 오히려 무릎을 꿇는 등 남편들의 자존심을 꺾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영은 이혼당한다. 이후 그는 고아 출신이면서 띠동갑인 오진아(신다은 분)와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쌍둥이 동생 하태영(김성민 분)은 처자식까지 있는 소문난 한량이다. “나는 외도해도 되지만, 다른 사람의 외도는 못 봐준다”는 말도 안 되는 사고를 가졌다. 하 씨 종가에 가장 어울리는 품위의 소유자 막내 동생 하단아 역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어린 나이에 결혼했으나, 살아보지도 못하고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과부다. 드라마 <가문의 영광> 제작발표회 Q&A 대가족 드라마인 만큼, 10월 6일 오후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가문의 영광> 제작발표회를 찾은 배우들 또한 풍성했다. 하 씨 종가의 젊은 세대인 전노민ㆍ김성민ㆍ윤정희, 졸부집 남매 박시후ㆍ전혜진, 그리고 이들과 필연적인 관계를 나누며 동화될 예정인 마야ㆍ신다은 등 많은 배우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전노민은 “주말 연속극을 시작할 때면 초반 분위기에 따라 드라마의 판도가 갈리는데, <가문의 영광>은 처음부터 가족적인 분위기여서 왠지 느낌이 좋다”고 자신했다. <조강지처클럽>의 인기가 높았던 만큼 후발주자로 나서는 부담감이 있을텐데…. 부담감은 있지만, 집착하면 할수록 실망도 크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촬영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윤정희). 실제로 10살 이상 어린 여배우와 사랑 연기를 하는데, 소감은? 나이 차 때문에 자칫 불륜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지만, 예쁜 사랑 이야기로 그려질 예정이니, 선입견 갖지 말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은 씨에게 아저씨가 아니고 오빠라는 사실도 강조하고 싶네요(전노민). 첫 방송 예상 시청률은? <조강지처클럽>이 40%를 넘었으니, 우린 가볍게 35% 정도요. 하하(김성민). 대가족을 경험해 봤나? 4대가 함께 사는 친구의 집을 본 적은 있어요. 그 당시 이렇게 많이 모여 살아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죠. 실제 경험해 보진 못했지만, 가끔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요(전노민). 저는 아버지가 이북에서 혼자 내려온 분이라, 친가가 없어요. 자라면서 단 한 번도 고모라고 불러 본 적이 없는데, 드라마에서는 자주 부르고 있죠(김성민). 수많은 작품 제의를 물리치고 <가문의 영광>을 택했다 했는데, 어째서인가? 훌륭한 연출가와 작가 때문이죠(웃음). 너무 모범답안인가요? 네, 실은 SBS 드라마 <매직>에 출연할 당시, 강동원 씨가 너무 잘생겨서 제가 정말 완벽하게 가려졌어요. 그때, ‘아! 앞으로 강동원 씨나 김효진 씨처럼 잘나가는 친구들과 하면 안되겠구나’하고 깨달았죠. 어이쿠, 그렇다고 <가문의 영광> 배우들이 못 나간다는 말은 아니구요. 뭐라 해도 수습이 안되네, 으하하(마야). 전노민 오빠(?)와의 멜로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그 동안 비슷한 또래랑만 연기해서 솔직히 걱정은 됐어요. 근데,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선배인 만큼 기댈 수 있어 좋고, 선배가 생각보다 유쾌한 사람이어서 느낌이 굉장히 좋아요(신다은). 그 동안 완벽한 남자 이미지를 굳혀 왔는데, 이번엔 소위 날라리 역이다. 어떤가? 버릇은 없지만, 나름 매력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작가 선생님이 강석에 대해 ‘나쁜 남자’라고 설명한 적이 있는데, 바로 ‘나쁜 남자? 저네요?’라고 대답했지 뭐예요. 하하. 강석이 되기 위해, 유연해지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고, 술을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에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박시후). 아역배우 성장통 겪지 않았나? 어렸을 때 제가 하고 싶다고 졸라서 연기를 시작했다고 엄마가 그러셨는데, 솔직히 저는 이 일을 계속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학교생활을 하면서 방학 때 잠깐 하는 형식으로 연기생활을 했기 때문에, 또래 친구랑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리고 워낙 스트레스를 안 받는 성격이라 성장통을 느낄 새가 없었죠(전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