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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침체가 골프 풍속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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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9호 김맹녕⁄ 2008.10.21 14:47:19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골프장까지 파급효과가 미쳐 여러 가지 관습적으로 내려오던 전통이 바뀌고 있다. 경기침제의 여파로 최근 골퍼들의 관행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골프장까지 회사나 자가용 기사를 이용하면 하루 수고비로 5만 원을 주어야 했으나, 이것도 아까워 남의 차에 동승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운전기사 대신 손수 운전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근검 절약을 위해서는 골프장까지 가는 차량도 한 대로 하여 4명이서 타고 온다. 주차비가 싼 시영 주차장에 각자 차를 세워 놓고, 여기서 한 대의 차량으로 옮겨 타는 것이다. 이른 아침 한강 고수부지나 탄천, 올림픽공원 등의 공영 주차장에 가보면 골프채를 들고 큰 차량으로 이동하는 장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기름값과 톨게이트 비용은 4등분하여 각자 차주에게 지불한다. 지금까지 혼자나 둘이 가던 관행이 기름값 인상으로 한 대로 가게 된 것이다. 더불어, 남의 차를 타기 위해서는 보스턴 가방도 작게 해야 뒷트렁크에 들어가기 쉬워, 옷가지도 속내의도 간단하게 짐을 꾸리고, 바람막이나 비옷 같은 것은 캐디백에 넣는다. 또, 골프장 입구에 대기하고 있는 발레파킹을 피하고 손수 차를 대고 옴으로써 단돈 5000원에서 1만 원을 절약한다.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에서 즐겨 먹던 해장국이나 점심도 골프장 입구의 대중음심점을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골프장과 비교하면 거의 30%가 저렴하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골프장에서 가끔 구입하던 골프공이나 장갑·모자도 미리 시중에서 구입해 간다. 그늘집·식당에서 마시는 음료나 커피는 가급적 삼가고 생수를 마신다. 캐디에게 과자나 빵·음료를 사주던 풍속도 사라지고, 캐디비도 기분이 좋으면 추가로 1~2만 원 더 주었으나 이도 경제사정이 악화되다 보니 모두 삼가고 있다. 전동 카트 대신 직접 손으로 끄는 카트가 증가하다 보니, 골프장도 슬로우 플레이로 고통을 당하고, 캐디가 일을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린피나 식음료비를 4등분하여 각자 더치페이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지금까지는 형편이 좋은 친구나 선배가 눈치껏 내주고 형편이 어려운 골퍼는 얼버무리기가 일쑤였으나,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 있는 사람들도 지갑을 잠그기 시작하였다. 골프가 끝난 후 저녁식사도 클럽하우스를 빠져나와 저렴한 한식집에서 빈대떡에 묵이나 만두를 선호하고, 소주를 곁들여 칼국수나 된장찌개로 저녁이나 점심을 먹은 후 각자 헤어진다. 골프 모임도 주말을 피하고 주중에 가기를 선호하며, 저렴한 퍼블릭 코스가 인기가 있다. 동창회나 친목회 골프 모임도 성원이 되지를 않아 총무가 애를 태운다.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남의 눈치도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팽배하여 한번 라운드에 30만 원 쓰는 골프비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에 근무하는 임원도 기업 카드로 골프장에 가서 큰돈을 쓰는데 아래위로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보니, 골프 가는 횟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해외 골프 투어도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부담스럽다. 서울 외곽의 골프장은 그런대로 영업이 잘 되나, 멀리 떨어진 골프장은 내장객 감소로 주중에는 고통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골프광들은 골프장에 가고 싶으나 한 조에 4명 채우기가 어려워 여러 군데 전화를 걸어 가자고 애걸복걸하다가 마지막에는 일부 그린피를 부담해 가면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것이다. 일부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샐러리맨들은 아예 골프채를 깊숙이 창고에 집어넣고 경기가 좋아질 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치기로 아내와 약속을 하였다고 한다. 시간과 돈과 회원권에 친구가 있어야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이 골프가 예전대로 성황을 이루고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다시 태어날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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