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 음악인 국악은 긴 세월 동안 발전을 거듭해 오면서 현대적인 감각까지 포함하는 기술을 시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아직도 국악 하면 ‘사물놀이’ ‘판소리’ 등 한정적인 분야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국악은 ‘고리타분하다’ ‘노인들이나 접하는 공연’이라고 생각해 곁을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국악도 젊은 세대에 다가가기 위한 다채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10월 23일과 24일 양일 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개최된 국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나비야 청산가자>는 나이 지긋한 관객은 물론, 젊은 관객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단번에 사로잡았다. 국립국악원이 주최하고 국악방송이 후원하는 이날 정기공연은 창단 이래 약 20년의 세월 동안 궁중무용과 민속무용·창작무용을 아우르며 깊이 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준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그들의 예술적 자산들을 총동원해 선보이는 2008년의 첫 정기공연이다. 언제나 진지한 고민과 사색으로 알려진 이진호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이 이끄는 <나비야 청산가자>는 근원적인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고 풍요롭고 우아한 생명의 시간들이 존재하는 청산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간의 변화 속에서 우리 춤의 원형을 차례로 다루며 그 다양성을 만날 수 있는 창작품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멈춰진 시간 속의 젊은이와 흐르는 시간 속의 늙은 여인 그리고 늙은 여인을 둘러싼 시간의 사제들이다. 대칭구도 속에서 이루어질 구성 중, 늙은 여인을 둘러싼 사제들의 창사(唱詞: 정재 때에 부르는 가사)는 국립국악원 무용단만이 보일 수 있는 매력으로 전해진다. 프롤로그와 5장으로 구성된 공연을 이해하는 열쇠는 ‘절대·분출·교차·시간·여행·청산·침잠’이다. 이와 함께, 흐르는 듯한 ‘선’(線)과 매순간 변화하는 ‘물’이 주요 모티브가 되어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무용수들의 몸짓, 배경이 되는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을 의도한 무대, 움직임을 부각하는 조명은 모두 하나의 모티브와 함께 어우러져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고 짜이면서 전체를 이룬다. 이 밖에도 국악과 재즈를 넘나드는 영역을 지닌 작곡가 황호준의 음악은 전통음악에 근거한 새로운 창작무용음악을 선보였다. ■ 공연내용 및 리뷰·관객반응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몽환적 구성과 화려한 볼거리로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느낌의 의상과 무대 등 극찬 이어졌다. <나비야 청산가자>가 공연된 국립국악원 예악당(23일 공연 기준)의 800여 석 규모의 공연장은 숨이 꽉 막힐 정도로 많은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계층도 중년·노년을 비롯해 청소년·대학생·직장인, 가족단위로 관람 온 외국인까지 다양했다. <나비야 청산가자>의 진행을 맡은 국립국악원의 한 관계자는 “첫날 공연에만 무려 700여 명의 관객이 찾았다. 이날 직접 표를 구매해 공연을 관람한 관객도 400명이 넘는 60~70%나 됐다”며 성공적인 공연을 자축했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저마다 감동으로 가득찬 표정을 지었다. 20대 초반의 한 남성 관객은 “정말 만 원짜리 공연인가 할 정도로 연출·의상·무대·조명·무용 등 완벽한 공연이었다”고 평했다. 50대 중반의 한 여성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편의 시를 보는 기분이었다”며, “특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무대를 열고 여닫는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극찬했다. 국악 공연은 처음이라고 밝힌 한 여성(29·직장인)은 “초대권이 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보러 왔는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멋진 공연이었다”며, “특히, 여성 무용가들이 입은 의상에 눈이 갔다. 다음번엔 입장권을 사서라도 꼭 보러 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나비야 청산가자> 대본ㆍ연출 맡은 김민정 씨 전화 인터뷰 첫날 공연을 마친 소감과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객석을 꽉 채운 관객을 보면서 기쁨으로 부풀어 오르기도, 한편으론 아쉽기도 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공연에 오르기까지 준비기간은 어느 정도 됩니까? 6월부터 준비했으니깐, 4~5개월 정도인 것 같습니다. 여름과 가을 이 두 계절을 꼬박 공연준비에 보냈군요. 전체적인 공연의 컨셉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공연의 가장 중요한 컨셉은 물과 시간입니다. 즉, 물과 시간을 가지고 청산을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할까요? 의상이 독특하면서도 아름답더군요. 의상감독에게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습니까? 모든 공연은 스태프와의 교감입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많은 회의를 거쳤구요. 회의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이번 공연은 특히 추상적 개념이 많은 공연이라 안무ㆍ춤ㆍ의상ㆍ조명ㆍ이야기 등 구체적인 모습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결과적으로 우리가 풀어낸 이야기들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1, 2, 3장은 문명세계 속에서 괴로워하는 젊은이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즐기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고, 4장은 현대인에게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청산 안에서 흐르는 시간을 유유자적하게 즐기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맞게 생각한 건가요? 우리가 의도한 바와 정확히 맞아 떨어집니다. 하지만, 모든 관객의 시선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밖에 어떤 대답이 나올지도 기대되는군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항아리와 둥근 기둥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우리는 둥근 기둥을 시간의 느낌을 담은 ‘선’이라고 부릅니다. 항아리는 그 선을 담는 공간이구요. 국내 젊은이들의 문화생활이 영화 혹은 뮤지컬·연극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국악은 고리타분하고 나이든 공연이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직 30대인데요. 저는 우리 것인 국악을 보면서 나이든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 춤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의 것은 아름답고 우아하고, 또한 흥겹고 대중적인 것도 있습니다. 우리 문화와 춤, 음악이 충분히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감정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