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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노블레스 오블리주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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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0호 김원섭⁄ 2008.10.29 09:09:26

다산 정약용이 황상을 첫 제자로 맞아 ‘애학편’을 가르칠 때다. 다산이 “하나의 이치로 모든 일을 꿰뚫라”고 말하자, 황상은 “저는 머리가 우둔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에 다산은 “첫째, 둘째, 셋째도 부지런하면 된다” 했고, 또 “부지런함이란 ‘병심확(秉心確)’즉, 마음가짐이 굳건함이다”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해방 후 두 번째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그래서 ‘금 모으기’ 다음에 ‘행운의 2달러 모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를 살렸을 때, 그 후방효과는 다른 사람의 몫으로 돌아간다. 특히, 국민의 혈세라는 ‘공적 자금’을 쏟아 부어 은행들을 살려놨더니, 그 몫을 차지한 분들은 스톡옵션이라는 특권을 갖고 한 해 수백억 원을 챙기기도 한다. 은행들이 어려워도 받을 임금을 다 받고, 어려워지면 정부에 손을 내밀고 있다. 오죽하면 금융위기 속에 참다 못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은행 임직원의 연봉부터 모범을 보이라고 했을까? 이에 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은행권이 얻을 것만 얻고 자기희생은 하지 않으려 하는데,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렇다. 은행들의 임직원들은 단지 자기 자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많이 받고 많이 쓰자는 식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망각한 상행위를 해 왔다. 그 동안 은행들은 단기적인 수익에 집착해 예금 유치를 등한시하고 몸집 불리기 경쟁에 치중해 와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04년 이후 증권시장이 활황을 보이자, 은행들은 본업인 대출처럼 까다로운 관리를 하지 않아도 쉽게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는 펀드와 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 해외 신용평가사들의 잇따른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부동산 대출에 열을 올려 급증한 부동산담보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은행들이 모두 망하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겠느냐는 안일한 생각까지 갖고 있어 큰 문제다. 여기에, IMF에서 탈출하자마자 은행들은 마치 노동자의 귀족처럼 주 5일제 근무를 선수 치고 나왔다. 그러나 아직 주 5일제 근무체제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출발해 소비자들만 봉이 되었다. 휴일에 현금인출기가 고장이 나고, 토요일에 결제해야 하는 기업들은 은행의 폐쇄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소비자의 고통에 콧방귀를 뀌면서 오히려 수수료를 올려 한 해 수백억 원의 수수료 이익을 챙김으로써 ‘공공의 적’으로까지 불리게 됐다. 이처럼 소비자를 무시하고 국민의 혈세를 빨 먹는 ‘흡혈귀 막가파식’ 경영의 뒷면에는 정부가 결국 구해줄 것이라는 모랄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사려 있다. 은행들이 금융시장에 돈이 돌게 하기는 커녕, 오히려 돈을 빨아들여 금융시장을 어렵게 만드는 ‘블랙홀’역할을 해 왔다. 이제부터라도 은행장들은 이번 위기를 거울 삼아 자신의 영달이나 자리 보전, 고액연봉의 욕심을 버리고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하라”는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따온 경제(經濟)를 깊이 새겨 위기에서 탈출하기 바랄 뿐이다. “지도자인 당신이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국민은 상을 주어도 도둑질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공자님 말씀처럼, 이제 은행의 임원들이 국민에게 무엇인가 보여줄 기회가 왔다고 본다. 국민들도 더 이상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붓기를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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