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의 불길이 끝내 우리나라에까지 번져,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나라전체가 경제공황으로 휘몰릴 위기에 직면할 정도로까지 불길이 치솟을 조짐을 보였다. 이미 널리 알려져 온 대로,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악화가 불씨가 되어 발생한 미국 주요 금융기관 파산의 불길이 우리나라에까지 번져, 화염이 날로 거세게 튀어 나가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는 주가가 연초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났으며, 원·달러 환율도 연초 대비 50%나 크게 치솟을 정도였음이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국내 금융과 주식을 가히 공황위기까지 내몰아갔던 거센 불길은 10월 30일 새벽에 난데없이 한미 간 통화 스와프(달러와 원화 맞교환) 계약체결이라는 단비 같은 반가운 특보가 잇따르면서 여기저기에서 불길이 잡혀 서서히 불이 꺼지는 흔적들이 나타나기 시작, 온 국민이 모처럼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된 것이다. 당장 금융시장이 발빠른 움직임을 나타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로 폭등했는가 하면, 원·달러 환율도 환란(IMF)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115.75포인트(11.95%) 오른 1084.72로 마감됐고, 이날 환율은 달러당 177.00원 하락, 1997년 12월 26일(338.00원 하락) 이후 처음일 정도로 크게 하락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기록적인 반전에는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 외에도, 10월 경상수지 흑자가 10억 달러를 웃돌 것이란 전망에다, 정부가 내놓은 1000억 달러 규모의 은행 외화차입에 대한 국가 지급보증 동의안을 국회가 처리한 것도 호재로 가세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 및 폐지에다 양도세 등 각종 부동산세 감면 또는 폐지는 물론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 전면 유예까지 단행하는 등 경기 활성화를 위한 갖가지 호재의 단비들도 나름대로 한몫 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 일로 작금의 금융 불안을 헤쳐 나갈 리더십을 극명하고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사실은, 어쩌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모처럼 높이 평가받을 만한 업적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이번 일을 호기로, 지금껏 ‘신뢰의 위기’에 시달려 온 사실을 되짚어보면서 시장의 믿음을 확보하기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위기의 극복은 바로 신뢰 회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정부를 믿고 따르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은 시장 안정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오랜 가뭄 끝에 모처럼 단비가 내림으로써 신뢰와 안정의 초석을 마련하고 다질 수 있는 호기를 잡기는 했다. 그러나 이에 자만하거나 안주하지 말고 기필코 금융위기 탈출과 아울러 경기 활성화를 이룩하기 위해 지금부터 내실 있는 위기관리를 시작해야만 경제성장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미 내실 있는 위기관리에 대한 의지와 실천 방향 등에 대한 남다른 복안을 지니고 있음을 내비친 바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개최된 ‘세계 지도자 포럼’ 축사에서도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통해 금융시장 불안심리를 원천적으로 걷어낼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바로 이 대통령의 의지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말하자면, 금융시장 안정은 물론 경제 활성화 등이 미진하거나 여의치 못할 경우 계속 단비가 될 수 있는 후속 조치들을 선제적이고도 충분하며 확실하게 계속할 각오임을 암시한 셈이다. 아무튼, 이번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은 달러 유동성 부족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보호 장치를 마련한 역사적인 성과임을 아무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금후 정부의 후속조치나 내실 있는 관리 등은 국민적 관심이 되고 있음을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