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출신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한국을 찾았다. 13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Ⅳ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을 위해서다. 이번 공연은 1991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첫 내한공연과 1995년 <광복 50주년 기념 콘서트>, 2001년 ‘2002 한일월드컵’을 기념해 열린 <3테너 콘서트>에 이어 한국에서 선보이는 4번째 공연이다. 공연에 앞서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 기념 기자간담회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세계적인 명성만큼 수많은 취재진이 그를 보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찾았다. 이날은 플라시도 도밍고를 비롯하여 영국의 메조 소프라노 캐서린 젠킨스, 한국 출신 소프라노 이지영도 함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도밍고는 “한국 음악 팬들의 애정을 항상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공연을 펼칠 수 있어 행복하다”며 공연을 앞둔 소감을 전하는가 하면, 함께 동행한 두 젊은 여성에게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도중 도밍고는 직접 두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도밍고는 현재 성악가·지휘자·음악행정가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고 있다. 특히, 이날 도밍고는 “젊은 아티스트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클래식을 살려야 한다” 등 음악행정가다운 모습을 보였다. 왕립음악원 출신의 재원 캐서린 젠킨스는 2004년에 데뷔, 유럽에서는 ‘제2의 사라 브라이트만’이라 불리며 큰 성공을 거둔 슈퍼스타이다. 도밍고의 콘서트에 처음 서는 이지영은 한국 출신 소프라노. 그녀는 현재 플라시도 도밍고가 감독으로 있는 미국의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단>에서 ‘영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지영을 ‘당당한 풍채’ ‘깊고 풍부한 성량과 보석 같은 목소리’ 라고 극찬한 바 있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 도밍고는 1991년과 1995년 공연에서도 공연한 지휘자 유진 콘과 함께 한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는 1995년 공연 이후 두 번째 협연이다. ■ 살아있는 전설 플라시도 도밍고 1941년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플라시도 도밍고는 스페인의 민속 오페라 ‘사르수엘라’ 가수였던 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8세에 피아노와 지휘를 공부하기 위해 멕시코시티 음악학교에 입학한 도밍고는 성악가의 자질을 발견, 성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전 세계 공연을 돌며 살아 있는 전설이 된 플라시도 도밍고는 현재까지 음악 역사상 최다인 126개의 오페라 배역을 소화했다. 그는 전 세계에 있는 주요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서 공연했고, 101편의 오페라 작품을 앨범으로 발표했다. 9번의 그래미상을 수상한 도밍고는 신설된 부분인 라틴 그래미상도 3번이나 수상했다. 공연 영상을 50개 이상 영상물로 제작한 도밍고는 <라 트라비아타>와 <오텔로> <카르멘> 등 3개의 작품을 극장판으로 제작했다. 고전적인 무대 세트를 배경으로 로마에서 공연한 <토스카>는 전 세계에 걸쳐 117개국에서 1억 명 이상이 시청했다. 현재까지 그는 메트로폴리탄에서 21번의 시즌 오프닝 공연을 하며 17번의 시즌 오프닝 기록을 가지고 있던 카루소의 기록을 1999년에 이미 넘어섰다. 2007년 클래식 부분 최다판매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앨범 <스리 테너 인 콘서트>(1990)의 흥행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도밍고가 비엔나에서 공연한 <오텔로>의 무려 101번의 커튼콜 기록은 기네스북에 올랐다. 호세 카레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2007년 사망)와 함께 ‘3테너’라고 불리는 플라시도 도밍고는 지난해 4월 영국의 BBC Music Magazine이 16명의 유명한 오페라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너’에 뽑히기도 했다. ■ [리뷰]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6번의 커튼콜ㆍ기립박수ㆍ환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Ⅳ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이 13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8년여 만에 열리는 플라시도 도밍고의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오프닝은 지휘자 유진 콘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작됐다. 그들의 연주가 끝나자 공연장은 어느새 지각 관객까지 더해져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찼다. 드디어 플라시도 도밍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마스네가 작곡한 오페라 <르시드> 중 <오, 절대자여, 심판관이여, 아버지여>를 첫 곡으로 택했다. 일흔에 가까운 노장이라고는 믿기 힘든 풍부한 성량이었다. 관객은 감격의 탄성을 질렀다. 이날 공연은 <아를르의 연인> <르시드> <발퀴레> <카르멘> <항구의 선술집 여주인> 등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남태평양> <나의 귀여운 여인> 뮤지컬 넘버 등이 적절히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췄다. 메조 소프라노의 캐서린 젠킨스는 <카르멘-집시의 노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오늘 밤> <카르멘-하바네라> <나의 귀여운 여인-나는 밤새라도 춤 출 수 있어요> <오즈의 마법사-무지개 너머> 등을 불렀다. 등장할 때마다 그녀는 때로는 귀엽고 발랄한 의상으로, 때로는 섹시하고 관능적인 의상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발랄하고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무겁고 기품 있는 캐서린의 목소리에 관객 모두 진지한 모습으로 그녀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빨간 드레스의 이지영은 이날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와 마스카니의 <프리츠의 사랑> 중 <체리 듀엣>을 불렀다. 국내 무대에 처음 오르는 소프라노 이지영의 노래에 모두들 감탄했다. 특히,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가 압권인 무대였다. 무대 위 플라시도 도밍고의 연기와 매너 또한 빛을 발했다. 십수 차례 캐서린과 이지영을 무대 위로 에스코트했으며, 손녀뻘인 이들과 듀엣 곡을 부를 때의 도밍고의 능청스런 청년 연기는 웃음을 자아냈다. 또, 캐서린 젠키스와 <유쾌한 미망인-왈츠 듀엣>을 부르며 추어 보인 왈츠는 흥겨워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이날의 압권은 <마라빌라-사랑, 내 삶의 모든 것> 무대였다. 귀를 가득 메우는 그의 풍부한 성량과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아름다운 음색에 관객이 기립해 박수를 쳤다. 객석 곳곳에서 ‘브라보!’라는 감탄사가 연발해 나오기도 했다. 스페인의 ‘사르수엘라’ 작곡가 소로사발이 작곡한 <항구의 선술집 여주인-그럴 리가 없어요>로 무대의 끝을 장식한 플라시도 도밍고는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아 큰절을 했다. 공연이 끝난 후, 객석에서는 ‘앙코르’가 터져 나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도밍고가 나와주기를 기대했다. 이날 커튼콜은 모두 6회였다. 특히, 도밍고가 국내에 잘 알려진 <베사메무쵸>를 부르기 시작하자, 모두가 환호를 하며 따라 불렀다. 이날 도밍고와 캐서린 그리고 이지영은 국내 가곡인 <그리운 금강산>을 불러 한국 관객에게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