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누구나 새로운 꿈을 꾸고 굳은 결의와 함께 소망을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지구상의 2009년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연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벌어지는 가자지구의 전투상황이 보도되고 있는데다,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북한이 1월 15일에 이어 17일에도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그것을 짓부수기 위한 전면대결 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북한의 돌발적인 발언이 한두 번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불바다’니 ‘전쟁’이니 하는 협박을 수시로 하다가 이번에는 ‘전면전’을 선포하는 등, 무슨 아이들 전쟁놀이도 아니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문득 50여 년 전의 한국전쟁을 떠올려본다. 그 당시에는 한 포기의 풀잎조차 살아남기 힘든 참상이었으리라는 전율과 함께, 오늘은 산이나 강이라는 테마보다는 도심 속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으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전쟁기념관(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 1가 8번지, 02-709-3139, 3114).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몹시 추웠지만, 마침 대한민국 건군 60주년 특별기획전시회(주관: 국방부, 3월 31일까지 개관)가 열려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전시장 중앙에는 건군 60주년 대표인물들로 구성한 16미터 높이의 입체 상징물과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국내 최초의 초음속 T-50 고등훈련기가 놓여 있었다. 배경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기 만점! 건군 60주년 발자취로 광복군-건군-6.25전쟁-전쟁 피해복구 및 재건-국방체제의 조직-국방체제의 발전 등 세계 속의 한국군을 주제별로 설명해 두었는데, 요즘 6.25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청소년과 젊은이가 많다고 하니 꼭 가보길 바란다. 3층으로 되어 있는 전쟁기념관은 호국추모실, 전쟁역사실(거북선 등), 6.25전쟁실, 해외파병실, 국군발전실, 대형·방산 장비실 등 6개 옥내 전시실과 옥외 대형장비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2층의 6.25전쟁실은 북한군의 남침 배경에서부터 전쟁의 경과, 정전협정 조인까지 모든 과정이 전시되어 있고, 3층에는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참전했던 21개국의 지원 현황이 나와 있다. 이러한 모습에서 호국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6.25전쟁 참전 우방에 보답한다는 입장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한국군의 해외파병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참전국 국민의 피와 땀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한국은 없었을 것이다. 미국 워싱턴에 갔을 때의 일이다. 링컨기념관 인근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은 내 마음에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비옷을 입은 병사들이 전진하는 기념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조각상 양쪽의 벽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2,500명의 얼굴들이 레이저로 새겨져 있는데, 거울처럼 반사되어 신기한 장면을 보게 된다. 전사자(Dead) - 미군: 54,246명, UN군: 628,823명 실종자(Missing) - 미군: 8,177명, UN군: 470,267명 포로(Captured) - 미군: 7,140명, UN군: 92,970명 부상(Wounded) -미군: 103,284명, UN군:1,064,453명 미국은 한국전쟁에 150만여 명이 참전하여, 5만4000여 명이 사망하고, 11만 명이 잡히거나 부상당했으며, 8,000여 명이 실종되었는데, 성조기 아래에는 “조국은 그들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조국의 부름에 응한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고 적혀 있다. 지금 미국인들은 그들이 피와 땀을 흘려 구해낸 대한민국에서 전해오는 반미구호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겠다는 뉴스를 접하였을 때 이래도 되는 것인지, 정말 낯 뜨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국의 전당인 전쟁기념관은 지방에서 오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서 내려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또, 4호선·6호선 ‘삼각지역’에서 내리면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다. 입장료는 어른이 3,000원, 청소년은 2,000원이다. 물론, 단체는 할인이 된다. 주차요금은 3시간까지 2,000원이다. 또 하나, 전쟁기념관에서는 예식도 가능하니 참조하기 바란다. ■ 각 전시실 소개 ‥호국추모실은 국가와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산화한 선열들의 위업과 정신을 추모하는 곳이다. 기념관 양측에는 1946년 창군 후부터 6·25전쟁 및 월남전쟁·대간첩작전에서 전사한 국군과 UN군·경찰 등 16만여 명의 이름을 비석에 새기고, 명부(名簿)를 비치해 놓았다. ‥전쟁역사실은 선사시대에서부터 삼국·고려·조선시대·대한제국·일제침략기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한 선열들의 항쟁과 호국의지를 전시하였다. ‥한국전쟁실은 1950년 6월 25일 소련과 중공의 지원을 받은 북한이 기습 남침한 사실과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전시하였다. ‥해외파병실은 세계평화를 위해 파병했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월남전·걸프전·소말리아·서부사하라·앙골라에 평화유지군으로 참전했던 군 부대의 활동을 중심으로 전시하였다. ‥국군발전실은 군사제도, 무기 및 장비, 교육훈련 등의 발전과정을 전시하였다. ‥대형장비실은 주로 6·25전쟁에 사용되었던 남북한의 항공기·전차·야포·차량 등 대형 전투장비들을 전시하고 있다. ‥옥외전시장에는 폭격기·수송기·미사일·함포·레이더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6·25전쟁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형제의 상과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치적이 기록되어 있는 광개토대왕릉비(廣開土大王陵碑)가 설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