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Marineboy) 하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누굴까? 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이 아닌 다른 사람이 먼저 떠오른다면 대한민국 국민인지 스스로를 의심해 봐야 한다. 하지만, 영화 <마린보이>를 봤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린보이’가 박태환인지 김강우인지 헷갈리게 될 것이다. 김강우가 영화 <마린보이>에서 ‘마린보이’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중 마린보이는 우리가 아는, 바다를 자유자재로 헤엄치는 그 마린보이가 아니다.영화 속의 일본 야쿠자 ‘스즈키’(하쿠류 분)의 말을 빌리면, 마린보이는 몸속에 비닐로 싼 마약을 넣고,대한해협, 홍콩 앞바다, 필리핀 등을 넘나드는 마약 운반 요원(?)을 가리킨다. 영화 <마린보이>는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마약 밀매 조직의 범죄 현장을 담은 범죄 액션 스릴러이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출신의 재원 윤종석 감독의 ‘입봉작’이다. 1998년의 <잠복근무 29일째>와 <복수의 엘레지>가 윤 감독의 단출한 필모그래피이다. 윤 감독은 지난해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추격자>의 나홍진,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미쓰홍당무>의 이경미에 이어 충무로의 기대를 받는 신인 감독이다. <마린보이>에서는 2007년 <식객>에서 요리사로 변신한 김강우가 수영선수 출신 ‘마린보이’로 분한다. 특히, 그의 미끈한 상반신이 노출된 포스터는 공개되자마자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수영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김강우는 ‘마린보이’로 거듭나기 위해 촬영 전부터 강도 높은 수영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바다를 시원하게 가르는 김강우의 수영 실력은 ‘마린보이’ 박태환과 견줄 만하다. 뿐만 아니라 연기파 배우 조재현, 미스코리아 출신 영화배우 박시연, 개성 넘치는 배우 이원종,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배우 오광록 등이 영화 <마린보이>에 출연해 극의 긴장과 재미를 더한다. 2009년 2월 5일 개봉. ■ 영화 <마린보이> Cool한 이야기 도박 실패 청년 ‘천수’ 바다로 가다 세계 최고의 다이빙 명소인 팔라우 섬으로 떠날 계획을 세운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 천수(이강우 분)는 낮에는 수영강사로, 밤에는 도박판에 뛰어들어 돈을 모은다. 하지만, 도박으로 억대의 빚을 지게 된 천수는 사채업자로부터 목숨까지 위협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천수는 마약 사업의 대부 강 사장(조재현 분)을 만나 빚을 탕감해주는 대신 신종 마약을 몸 안에 숨겨 바다 속을 헤엄쳐 운반해줄 ‘마린보이’가 되어 달라는 위험한 제안을 받는다. 치명적인 매력女 ‘유리’와의 운명적 만남 해외 도주를 시도하던 천수는 공항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불법도박 혐의로 김 반장(이원종 분)에게 체포되지만, 김 반장은 천수에게 강 사장을 체포하기 위한 미끼인 마린보이 제안을 수락할 것을 강요한다. 벼랑 끝에 몰린 천수는 결국 강 사장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강 사장에게는 친딸과 같은 아름답지만 위험한 매력을 가진 여인 유리(박시연 분)를 만나 순식간에 그녀에게 빠져든다. ‘마린보이’천수, 음모의 소용돌이에 빠지다 천수는 하루하루 바다 속 입수를 반복하며 마린보이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유리는 그런 천수를 지켜보면서 또 다른 계획을 준비한다. 자신의 목숨과 유리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노리며 훈련에 박차를 가하던 천수는 마침내 마린보이가 되어 일본에서 부산으로 험난한 바다에 몸을 던진다. ■ 영화 <마린보이>, 이 장면 주목! #1. 조재현의 소시지 액션 <마린보이>는 다른 범죄 액션 영화처럼 격렬한 액션 신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소시지 액션’은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난 후에도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는 장면이다. 극 초반부, 강 사장(조재현 분)은 자신이 딸처럼 보살펴 온 유리(박시연 분)가 혼자 사는 집에 들른다. 그곳에서 그가 만난 사람은 유리의 새 남자. 그리고 강 사장은 언제나 그렇듯 유리에게 문전박대를 당한다. 어느 날, 강 사장의 심복부하가 유리의 남자와 천수(김강우 분)를 잡아 온다. 유리의 남자를 본 강 사장은 그를 풀어주며 “앞으로 유리 앞에 얼씬하지 말라”고 조심스럽게 충고한다. 하지만, 풀어주자마자 그가 유리에 대해 막말을 내뱉자, 강 사장은 조용히 냉동고에서 냉동된 소시지를 들고 와 그를 사정없이 패 죽인다. 이 장면은 우직할 것만 같은 강 사장의 사악한 일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2. 김강우·박시연의 베드 신 팜므파탈 유리(박시연 분)와 인생역전을 노리던 단순한 남자 천수(김강우 분)의 첫 만남은 강 사장의 사무실에서 이뤄진다. 강 사장에게 신용카드를 받으러 온 유리를 보고 천수는 마음이 흔들린다. 유리는 한눈에 남성을 자극하는 매력을 가진 여인이다.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유리는 천수가 ‘마린보이’라는 사실에 천수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베드 신 역시 마리의 유혹으로 이뤄진 장면. 이 작품을 위해 ‘王자 근육’까지 새긴 김강우와, 김혜수도 울고 갈 글래머 배우 박시연의 베드 신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3. 바닷가 절벽 추격 신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결말로 치닫는 정점이다. 천수가 목숨을 걸고 일본에서 가져온 신종 마약을 뺏기 위하여 네 사람(천수·강 사장·유리·김 반장)의 사투가 벌어지는 바닷가 절벽 추격 신은 숨 막힐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 일렁이는 보기만 해도 아찔한 물살은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이 신에서 무려 2억 원을 호가하는 외제차를 넝마로 만들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