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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대동맥 박리증

대동맥이 찢어지는 병…70%가 고혈압 환자, 응급치료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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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8호 편집팀⁄ 2009.03.10 13:43:30

가끔,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이 이유 없이 ‘담이 들었다’며 등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가슴이 조금 불편하기도 하지만 증상이 애매해서 병원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점점 심해지는 등과 가슴의 통증을 못 이겨 마지못해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이 있다. 이처럼 등과 가슴 부위의 불편감을 포함한 애매한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다가는 큰 변을 당할 수도 있다.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대동맥이 찢어지는 병이 있다. 이러한 병을 ‘대동맥 박리’라고 하는데 응급치료를 요구하는 질환이다. ■건강 자신하던 50대 회사원, 응급실에 실려와 하행대동맥 박리 치료 올해 50을 갓 넘긴 최모 씨는 무역회사 사원이다. 5년 전쯤 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평소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고, 가끔 뒷골이 뻣뻣하다가 쉬면 좋아지는 정도 외에는 큰 증상이 없어, 더 이상의 검사나 치료는 받지 않은 채로 지내고 있었다. 업무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터라 직장 상사와 고객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담배를 피우면서 해소하는 버릇이 있었다. 쏟아지는 과중한 업무로 운동은 거의 못 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처리해야 할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나, 저녁 식사시간을 놓쳐 햄버거나 피자 같은 걸로 저녁 끼니를 대신하는 경우가 잦고, 야근을 하면서 회사 소파에서 아무렇게나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바쁜 일과를 허겁지겁 해결하고, 지친 동료 사원들과 저녁에 반주로 소주를 두어 잔 걸쳤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등골이 뻐근한 느낌이 들었으나, 피곤해서 그러겠거니 하고 집에 들어와 쉬면 좋아지리라 생각하고 소파에 누웠으나, 점점 통증이 심해졌다. 저녁 7시경, 씻고 나면 나아질까 하여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던 중 등뒤에서부터 찢어지고 당기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 앞가슴까지 아파 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샤워를 하기 힘들 정도로 아파서 응급실에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인근의 2차병원에 내원하였다.

최 씨를 진찰한 의사는 흉복부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컴퓨터 단층 촬영을 하였으며, 불행히도 최 씨는 대동맥이 찢어지고 있다는 무서운 말을 듣고 7시 40분경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서는 흉부 및 복부 대동맥의 컴퓨터 촬영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상행대동맥은 찢어지지 않고 하행 대동맥의 기시부가 찢어져 있어 내과적 치료를 위해 심장내과에 입원하였다. 이후 최 씨의 주치의사는 수술을 하지 않고 경피적 시술로써 찢어진 대동맥 기시부에 스텐트-인조혈관(stent graft)이라는 금속철망 삽입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재차 컴퓨터 단층 촬영을 하여 더 이상 대동맥이 찢어진 부분에 피가 새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이후 최 씨는 특별한 부작용 없이 지금까지 외래에서 추적 관찰 중에 있다. 최 씨의 경우에 대동맥의 박리가 좀 더 위쪽에서 일어났다면 수술을 피할 수 없었을 확률이 높고, 어쩌면 그 전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고혈압 환자에게 많이 발생, 심한 흉통과 함께 등에도 격심한 통증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맥이 길이 방향으로 찢어져 심하면 급사할 수 있는 질환인 대동맥 박리는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에게 생긴다. 고혈압이 있으면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대동맥에 막대한 압력을 미치게 되며, 죽상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은 혈관의 탄력성이 줄어든 상태이므로 혈관이 압력을 흡수하지 못하게 되어 수도관에 길이 방향으로 균열이 가듯 박리가 일어나게 된다. 이때 환자들은 심한 흉통을 호소하게 되는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과 다른 점은 등에도 심한 통증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되어 대동맥의 탄력성이 줄어들게 되는데, 50~60대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고, 여자보다 남자쪽이 2배 더 흔하다. 흉통이 시작된 날부터 2주까지를 급성기로 간주하는데, 이유는 치료하지 않은 대동맥 박리의 경우 2주를 기준으로 치사율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대동맥 박리가 점점 심해지면 대동맥이 파열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는데, 이때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다. 수도관에 길이 방향으로 균열이 생기다가 마침내 완전히 파열되어 수돗물이 수도관 밖으로 새어 나오는 현상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대동맥 박리의 유발 요인 환자의 70%에서 동반되는 고혈압이 가장 관련이 많다. 다음으로, 유전적 질환인 말판증후군 환자에게 흔히 발생한다. 그 외에, 동맥염이나 낭성 중층 괴사(cystic medial necrosis)나 선천성 질환인 대동맥 축착증과 관련이 있으며, 임신 3기에 고혈압과 관련되어 발생하기도 한다. 근래에는 자동차 사고로 인하여 대동맥 파열이나 박리가 발생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진단 방법 앞에서 언급한 증상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학적 검사, 단순 흉부 X-선 검사로 의심을 하게 된다. 심장 초음파 검사와 컴퓨터 단층 촬영으로 대부분 진단이 된다. 과거에는 대동맥 조영술을 많이 사용하였으나, 대개는 응급을 요하는 경우여서 손쉽게 빨리 시행할 수 있는 컴퓨터 촬영과 경식도 심장 초음파 검사가 보편화되어 가는 추세이다.

경과 및 합병증 병원에 내원하기 전에 조기 사망하는 환자들이 있어 전체적인 생존율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상행대동맥을 침범한 경우에는 관상동맥의 침범이나 심낭의 파열로 약 92%가, 하행대동맥만 침범한 경우에는 25%가 1개월 이내에 사망하게 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심각한 합병증들이 발생할 수 있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출혈 등에 의한 급사 외에도, 저혈압성 쇼크에 의한 허혈성 뇌손상을 비롯하여 중요한 동맥들을 막아서 생기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침범한 혈관 분지에 따라서 심근경색, 신부전, 하반신 마비, 편측 마비, 대장이나 소장 등 장 괴사가 생길 수 있다. 치료 의심되는 환자가 생기면 즉시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동맥혈, 중심 정맥압, 소변량 등을 측정하면서 몇 가지 약으로 환자가 견딜 수 있는 한 진통제를 투약하고 혈압을 낮추어줌으로써 박리의 진행을 막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키면서 거의 동시에 여러 가지 검사들을 하여 치료방침을 정하게 된다. 혈압이 안정되고 더 이상 대동맥 박리가 진행되지 않으면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데, 이때 내과적 치료를 할 것인지 수술을 할 것인지 판단하게 되다. 만일 대동맥 박리가 계속 진행되어 대동맥 파열이 의심되면 지체 없이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 결정은 대동맥 박리의 위치에 따라 구분한다. 상행대동맥을 침범한 경우에는 내과적으로 90%의 사망률을 보이고, 외과적 치료로는 25%의 사망률을 보이기 때문에, 거의 예외 없이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하행대동맥에 국한된 경우에는 우선 내과적인 치료가 좀 더 안전하기 때문에 내과적인 치료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하행대동맥에 국한된 경우라도 사망의 위험이 있거나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에서는 15년 전부터 국내에서는 최초로 스텐트-인조혈관 시술이라는 첨단 치료법을 개발하여 하행흉부대동맥에 발생한 대동맥류나 박리가 있는 환자들에게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하여 좋은 결과를 세계에 보고하고 있다. 예방 평소에 예방이 매우 중요한데, 고혈압이나 말판증후군을 가진 환자는 특히 지속적인 치료와 관찰이 필요하다. 특징적인 흉부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병의 원인 및 경과를 환자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 외에도, 중요 동맥분지 차단에 의한 경우에는 애매한 증상을 보일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병원을 빨리 찾아 적절한 검사 및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로 홈 헬스케어를 개발하여 가정에서 수시로 혈압이나 혈당 등을 검사해서 이 건강정보를 헬스 매니저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시로 측정한 건강정보들이 병원의 주치의사에게 전송 관리되는 평생 개념의 개인건강관리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고혈압 및 당뇨병 등과 관련된 많은 합병증들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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