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듣다 보면 북한의 협박성 발언이 점점 도를 지나쳐 가는 것 같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3월 5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3월 9일부터 20일까지 실시되는 한미 ‘키 리졸브 합동군사연습’을 이유로 “군사연습 기간에 우리 측 영공과 그 주변, 특히 우리의 동해상 영공 주변을 통과하는 남조선 민용 항공기들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북한의 협박성 강경 발언에다 3월 위기설까지 겹쳐 한반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필자는 지난 92년 9월 8일 개관한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았다. 민족의 통일 염원을 안고 우뚝 서 있는 통일전망대(031-945-3171)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659번지 오두산 위에 위치해 있는데, 남쪽의 한강과 북쪽 임진강이 만나는 곳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북한을 직접 관망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도시민들이 바람도 쐴 겸 나들이할 수 있는 곳이다. 요즘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서울 홍대 앞 클럽은 알지만 한국전쟁을 잘 모르는 점을 감안해, 교육 차원에서도 오두산 통일전망대 관광을 해볼 것을 권유한다. ■조만식 선생의 유언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승용차로 서울에서는 천천히 돌다리를 두들겨 가도 2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코스이다. 임진각 방향으로 쭉 뻗어 있는 도로는 드라이브를 하는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게다가 깨끗한 도로 위로 임진각·문산·통일전망대·통일동산 등 각종 표지판이 일직선상으로 놓여 찾아보기가 쉽다 눈에 상큼하게 보이는 통일전망대 안내표지는 엄청 크다. 일단 녹색 바탕에 ‘어서 오세요’ 라고 쓰인 글씨도 함께 보여 좋았다. 전망대로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사야 한다. 성인은 1인당 2,500원을 내야 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입장권을 내고 들어서면 고당 조만식 선생의 동상이 보인다. 조만식 선생을 보고 있노라면 경건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야 김구 선생만을 얘기하지만, 사실상 이승만·김구와 함께 3대 민족주의자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죽하면 조선의 간디라는 호칭이 붙었을까. 선생이 했던 말 중에 유명한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가족들에게 유언하기를, 내가 죽으면 비석에 아무 글도 쓰지 말고 눈을 두 개 새겨 두라고 일러 두었습니다. 왜냐하면, 눈 하나로는 일제가 망하는 꼴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며, 또 다른 눈으로는 우리 대한이 완전 독립하는 모습을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눈 하나만 그려놓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일본이 패망한 꼴을 보았으니, 이제는 우리나라가 완전 자주독립하는 날만 보면 족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조선의 간디라고 불리우는 조만식 선생(1883~1950)은 평남 강서(江西) 출신으로, 메이지 대학을 졸업한 후 3.1운동으로 1년 간 복역하였다. 조선물산장려회를 만들고 신간회 결성, 조선일보 사장 등을 거친 뒤, 광복 이후 조선민주당을 창당, 반공노선을 내세우고 반탁운동을 전개하다 6·25전쟁 때 평양형무소에서 공산당에 의하여 살해된 분이다. 그런 선생이 통일전망대 위에서 북한을 지켜보며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보는 북녘땅 손에 잡힐 듯 오두산 통일전망대 안으로 들어가보자. 1층에는 북한미술전시장과 북한전시실이 있는데, 북한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두었고, 북한의 교실과 각종 교과서, 생활용품, 의약품, 다양한 술병들이 전시되어 있다. 2층에는 북한영상실과 통일전시실이 있으며, 3층과 4층은 북한 지역을 전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북한의 교실을 재현한 방에는 칠판 위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이 걸려 있는데, 한 관광객이 “동무들, 친애하는 김정일 동지의 훈시를 외워보시라요” 하면서 가르치는 흉내를 내고 있었다. 벽 양쪽에는 북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는데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수학·생물·회계학·영어책도 있다. 그리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원수님 혁명력사, 도화공작, 김일성 주의 기본, 미일 제국주의의 조선침략사, 영원한 태양의 미소’ 등도 보이는데 이런 것을 공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름대로 정부에서 보존상태가 좋은 책자들을 수집한다고 애를 쓴 흔적이 엿보인다. 술 종류는 정말 많았다. 모두 민속주라고 통칭해도 좋을 것 같다. 백화술·십전대보술·영평술·오미자술·불로술·백두산·들쭉장뇌삼술·대동강맥주·위스끼(북한식 명칭) 등등. 소주의 종류도 다양하다. 대동강소주·평양소주·거성소주 등등. 이것을 다 맛보려면 한참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해도 취하는 걸~. 전망대로 나가 보니 강 건너 멀리 북한 땅이 보인다. 오늘도 북한은 대한민국을 향해 협박을 일삼고 전쟁 도발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인공위성을 가장한 미사일도 조만간 발사하겠다고 준비하고 있어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몰아 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발 경제위기로 우리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인데, 지난 10년 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남한을 더 압박한다. 이율배반이다. 어떤 다른 민족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꼭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하나? 허구헌날 싸웠던 고구려·백제·신라는 서로 같은 민족이라고 치자. 그런데 정말 같은 민족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아직도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이 지속되지 않는가? 그 갈등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영원히 남을 것 같아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