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북한이 남한과의 군사통신선을 차단했을 때 개성공단 출입마저 자동으로 폐쇄된 적이 있었다. 하루가 지나 다시 북한이 개성공단 왕래를 재개하면서 이번 사건은 어설픈 위협성 해프닝으로 끝나버렸다. 왜 이런 일이 자꾸만 생기고, 우리에게는 어이없는 광경이 마치 일상사처럼 되어야만 할까. 남북한이 좋은 일로 좋은 소식을 전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비무장지대를 알고 있다. 적어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들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도 과연 그럴까? 6.25 전쟁을 누가 일으켰는지도 잘 모르는 세대들이 있다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까닭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경기도 파주에 있는 비무장지대의 관광을 가족단위로 한 번쯤 가보라고 권유하고픈 마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춘삼월 꽃놀이도 좋고, 낚시와 등산도 좋지만, 겨울 기지개를 활짝 펴면서 봄나들이 첫 코스로 임진각부터 시작해 제3땅굴·도라산역·도라전망대 등에 가보는 것도 뜻 깊은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더더군다나 가족단위로 부모가 아들 딸과 함께 가면서 60여 년 전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는 그러한 아픔이 재발되지 않기를 가르쳐주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지난 10년 동안 통일을 염원하는 많은 세력들이 있었지만, 이들이 북한이 6.25 동란(한국전쟁)에 이어 또다시 남한을 침투할 목적으로 파내려온 땅굴 견학부터 했더라면 좀 더 숙연해지고 신중한 처신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 필자가 휴일에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서 낮 12시에 출발하여 임진각 관광지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1시. 불과 1시간 만에 도착했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멀게 느껴지는 곳이었지만, 막상 올림픽대로-강변북로-자유로를 거치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주소: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1325-1). 그날 따라 따스한 날씨가 모처럼 나들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고 간지럽게 하였다. 임진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속으로 참 잘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을 가졌다. 삼삼오오 나들이객들은 가족들과 함께, 연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경기평화센터를 중심으로 유니세프 전시관도 보이고, 아웅산 테러 사건으로 순직한 사람들을 기리는 탑도 세워져 있었다. 임진각은 지난 1971년에 남북공동성명 발표 직후 개발된 통일관광지이며, 한국전쟁과 민족대립으로 인한 슬픔을 모아 둔 곳으로서 각종 유물과 전적 기념물들이 놓여 있다. 바로 보이는 ‘평화의 종’이 있는 누각을 끼고 돌아가면, 임진각에서 가장 유명한 ‘자유의 다리’가 보인다. 원래 경의선 철교는 상하행 2개의 다리가 있었으나 폭격으로 파괴되어 다리의 기둥만 남아 있던 것을, 전쟁 포로들을 통과시키기 위하여 서쪽 다리 기둥 위에 철교를 복구하고 그 남쪽 끝에 임시 다리를 설치했다. 당시에는 급조해 만드느라고 나무와 철로 대충 가설한 83m의 허름한 다리(일명 독개다리)지만, 북한에 잡혀 있던 1만2,773명의 전쟁포로들을 통과시켰다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1953년에 건설될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역사의 현장으로서 한국전쟁의 대표적인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의 다리 끝에는 더 이상 갈 수 없도록 철조망이 쳐져 있는데, 철조망에는 빼곡하게 노랗고 빨간 천 조각들이 걸려 있다. 망향의 한을 달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이 북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천 조각들인데, 그 아픔들이 언제쯤 해소될까? 또한, 철조망 너머에는 도라산역까지 연결되어 있는 경의선의 새로 만든 교각들이 맞닿아 있다. 자유의 다리 아래에는 한반도의 모형을 한 연못이 조성되어 있고, 임진각 한 모퉁이에는 망배단이 있다. 매년 명절 때면 실향민들이 이곳에 와서 고향을 향해 절을 하는 곳이다. ? 그리고 나서 관광안내소(031-953-4744)로 향했다. 조그맣게 지어진 관광안내소 앞에는 각종 행선지와 요금이 나열되어 있는데, 일반인은 1만1,700원 하는 ‘DMZ 관광시설 이용권’을 산 다음, 안내소 바로 옆에 주차해 있는 관광버스에 올라탄다. 버스 운전기사는 여성이었는데,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느냐고 물었더니, 안보관광지라서 그런지 그리 많지 않다고 대답하였다. DMZ 관광 전용차가 출발하면서 ‘기사 아줌마’는 신나게 설명을 한다. 첫 일성은 주의사항이었는데, 차내에서 바깥으로 사진을 찍지 말라고 안내하고, 무단으로 찍을 경우에는 카메라를 압수당할 수 있다는 경고방송까지 곁들였다. DMZ 초소에서 군인 아저씨가 버스에 올라와 한 사람씩 신분증을 대조해 가며 검문검색을 완료한 뒤, DMZ 안으로 들어가는 관광을 시작했다. 버스 안을 둘러보니 젊은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들 나이가 많았고, 중국 관광객이 많은 점도 특색이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제3땅굴이었다. 파주시 군내면 점원리에 위치한 이곳은 발견된 땅굴 중 가장 큰 규모이다. 1978년 10월 17일에 발견되었는데, 폭 2m, 총 길이 1,635m이며, 군사분계선을 지나 남방한계선까지 거리는 435m로서, 1시간당 완전무장한 3만 명의 병력 이동이 가능하다. 문산까지 12km이고, 서울까지는 52km 지점이다 필자는 DMZ 영상관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과 땅굴 기록영화(8분)를 접한 다음, 땅굴로 내려가기 위해 소지품을 보관함에 넣은 후 헬멧을 쓰고 모노레일에 앉았다. 모노레일을 타고 북한이 판 땅굴 입구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북한 측이 직접 판 땅굴 265m를 걸어서 들어가다 보면 차단막이 보인다. 차단벽(종점) 위쪽에는 가로 세로 30cm의 구멍이 뚫려 건너편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북한군은 키가 작은지, 동굴의 높이가 잘못되어 있는지, 고개를 숙이고 구부정하게 들어갔다 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머리의 헬멧이 자꾸만 부딪히다 보니 정신이 번쩍번쩍 든다.
북한 측에서 판 땅굴은 몇 개가 되는지 모르지만, 우리 측에 의해 발견된 것은 총 4개이다. 제 1땅굴은 서울에서 65km 지점에 있으며, 74년 11월 15일에 발견되었다. 제2땅굴은 75년 4월 19일(서울에서 100km), 서울과 거리가 가장 짧은 52km 지점의 제3땅굴은 78년 10월 17일, 서울에서 가장 멀리 118km 떨어진 제4땅굴(강원도 양구)은 90년 3월 3일에 발견되었다 ? 도라전망대에 도착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모습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남측의 최북단 전망대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필자가 본 것은 높은 빌딩들인데, 소위 ‘선전마을’이라고 한다. 2만5,000여 개의 김일성 동상도 일부 보인다고 하던데, 어디가 어딘지 동상을 찾아보지 못했다. 눈이 나쁜 건지, 망원경이 나쁜 건지! 그런데 왜 도라전망대일까? 운전기사 겸 안내자는 시원하게 설명을 했다. 원래 도라산(156m)은 경관이 아름다워 예부터 명산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후삼국 시대의 신라가 경순왕 10년(935년)에 패망한 후, 마지막 왕인 경순왕(부인은 태조 왕건의 딸인 낙랑공주)이 신라의 전성기 때를 그리워하며 거의 매일 찾아왔던 곳이라고 한다. ? 2002년 2월 20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도라산역을 방문했다. 도라산역은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민통선 남방한계철책 30m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 경의선의 남측 최북단 역이다(주소: 경기 파주시 장단면 노상리 555 번지 / ☏ 1544-7788). 도라산역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끊어진 경의선을 잇기로 합의하고, 그해 9월 문산-개성 구간 연결공사를 시작해 2002년 4월에 완공되었는데, 서울에서 55.8㎞, 개성에서 14.2㎞,평양에서 256㎞ 떨어져 있으며, 통일을 상징하는 염원이 깃든 곳이다. 역 주변은 정말 깨끗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봄나들이에도 제격이라고 생각했지만, 관광버스를 타고 운행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 편안한 시간을 만끽하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었다. 교통편을 보면, 자가용 이용시 행주대교-통일로, 올림픽대로-외곽순환-자유로 등 다양하다. 열차로는 서울역에서 임진각 또는 도라산까지 가는 경의선 열차(새마을호)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역에서 임진강역가지 운행하는 새마을호 열차편 1일 17회 운행 첫차 : 서울역(05시50분) -- 임진강역(07시12분) 막차 : 서울역(21시50분) -- 임진강역(23시13분) 운임 : 1400원(자유 좌석) 서울역에서 도라산역까지 운행하는 새마을호 열차편 1일 1회 운행 서울역(09시25분) -- 도라산역(11시11분) 운임 : 2000원(지정 좌석) ※ 임진강역에 10시 32분 도착 후 11시 05분에 임진강역 출발.(출입 수속)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까지 운행하는 새마을호 열차편 1일 3회 운행 첫차 : 임진강역(11시05분) -- 도라산역(11시10분) 막차 : 임진강역(12시40분) -- 도라산역(12시45분) 운임 : 1000원(지정 좌석) ※도라산역에 가기 위해서는 임진강역에서 민통선 출입 수속을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