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호 김대희⁄ 2009.03.20 09:33:26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실질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우울함이 가득하다. 따스한 새봄이 찾아왔지만 마음속의 봄은 아직 이른 듯하다. 경제불황으로 마음속엔 아직 한파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을 맞이할 준비가 안 돼 있어도 봄은 어김없이 오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희망과 밝은 웃음이 필요하다. 최근 이러한 근심과 걱정을 잠깐이나마 잊게 해줄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유쾌한 전시로 소격동 빛 갤러리가 기획한 ‘Hero Returns’전과 잔잔한 웃음을 주는 경운동 미술관 가는 길이 준비한 ‘지현곤 작은 그림전’으로 잠시나마 재미와 따뜻함을 느껴보자. 빛 갤러리 주용범 기획실장은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모두가 힘들어할 때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며 “사실 영웅도 만화 속에서나 세상을 구하는 초인으로 표현될 뿐 현실적으로는 인간처럼 고민하고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영웅의 인간적 고뇌를 전달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서로 돕고 힘을 내자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다. 주 실장은 “이번 전시작들도 영웅들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현실을 직시하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이 시대에 필요한 영웅상이므로 자신이 영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잠시나마 근심을 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재밌고 유쾌한 전시로 봐달라고 말했다.
■ 빛 갤러리, Hero Returns 展 어려운 시기에 난세를 구할 영웅이 필요하듯, 돌아온 만화 속의 영웅들. 하지만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은 우리 인간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날지 못하고 녹아내리는 슈퍼맨, 빌딩이 아닌 아이스크림 위의 스파이더맨,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한 비통맨, 배트맨·슈퍼맨·원더우먼 등이 하나 된 짬뽕맨의 에로틱한 모습, 아톰의 모습을 한 이 시대의 아버지, 십자가에 매달려 있거나 아기로 태어난 태권브이 등, 우리가 기억하고 상상해 왔던 만화 속 슈퍼 영웅들이 참으로 인간적인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카리스마 넘쳐야 할 영웅들이 인간처럼 욕망을 꿈꾸고 고뇌하는 모습이다. 김석·김명화·성태진·위영일·이철현·찰스장·한상윤·현태준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살짝 차가운 봄바람과 함께 흥미롭고 색다른 전시가 된다. 빛 갤러리 신정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지금껏 빛 갤러리에서 선보인 적이 없던 재밌고 유쾌한 전시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상업적 측면보다는 관객들이 재밌는 분위기 속에 즐기고 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침체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삶의 활기와 웃음을 찾아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기분을 전환시켜주기 위한 전시”라고 덧붙였다. 색다른 영웅들의 모습을 다룬 ‘Hero Returns 전’은 3월 21일까지다.
■미술관 가는 길, 지현곤 작은 그림 展 바쁜 일상 속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며, 따뜻함과 작은 감동을 주는 카툰 작품 전시가 있다. 무엇보다 작은 그림 전이라는 제목에 맞춰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느낌의 카툰작 품과 함께 붙여진 작품설명이 익살스럽기도 하지만, 사회문제를 꼬집어내고 있다. 여기서 작가의 신선한 센스가 느껴지며, 입가에 미소와 즐거움이 뒤따른다. 1급장애로 인해 40여 년 간 독학으로 이룩한 지현곤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한국인 처음으로 미국 뉴욕 갤러리 정식 오픈식에 단독으로 초대되어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미술관 가는 길에서는 해외에서 인정받은 지현곤 작가의 카툰 작품들의 감동을 국내에서 다시 한 번 느끼고자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원화·판화의 수익금 일부가 장애우 작가 지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어려운 시기에 장애로 인해 원활한 작품활동 등이 미약한 여러 장애우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지현곤 작가의 전시의도에 잔잔한 감동 또한 느낄 수 있다. 전시 작품은 원화 작품 15점과 판화 작품 32점 등이다. 경제, 현대문명, 전쟁과 평화, 노아의 방주, 삶과 죽음, 환경 등의 주제를 담고 있다. 자선전시회로 열리는 ‘지현곤 작은 그림전’은 3월 30일까지이다. 미술관 가는 길 이은정 큐레이터는 “국내에선 아직 생소할 수 있는 카툰을 소개함과 동시에 장애를 딛고 일어선 지현곤 작가의 의지와 작품을 알리고자 전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N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