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비아다방 가봤어요? 안 가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사루비아다방을 이름으로만 판단해 일반적으로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공간인 양 착각하고 방문한다면 큰 오산이다. 하지만 무언가 색다른 볼거리를 원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사루비아다방은 올해로 10년을 맞는 갤러리다. 그것도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갤러리가 아닌, 실험정신에 바탕을 둔 예술가들의 공간이다. 이는 곧 전시방식이 다른 항상 움직이는 공간을 의미한다. 사루비아다방은 작가와 대중을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작가를 위한 공간, 작가 중심적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일반적인 갤러리는 전시장에 사무실이 함께 있지만, 사루비아다방은 완전 독립돼 있는 것으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사루비아다방 이관훈 큐레이터는 이에 대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캔버스처럼 작가들이 공간에 텍스처를 쓴다”며 “매 전시마다 프로젝트의 기획과 진행에 뚜렷한 목적이 있어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세계를 보인다”고 말했다. 종로 관훈동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에서 기존에 쉽게 볼 수 없던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별 생각을 않고 문을 열고 들어선다면 순간 멈칫하며 ‘여기가 갤러리야? 잘못 들어왔나?’하는 의문과 함께 별천지에 온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기자도 문을 열고 들어감과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유도 있다. 의심은 계단을 내려가면서 더욱 깊어진다. 막상 계단을 내려와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려한 공간에 갤러리라는 개념은 잊어버린다. 그림은커녕 조각품 한 점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건 낯익지만 색다른 의상·가방·액세서리·인형 등의 상품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것들이 모두 작가가 직접 만든 작품들이다. 바로 사루비아다방과 아티스트 브랜드 ‘SMILEPLANET’(웃음행성 : 아티스트 윤정원, 공간 디자인 유영호)이 만든 새로운 레이블인 ‘사루비아 컬렉션(Sarubia Collection)’으로, 생산품의 적극적인 유통을 제안하고 있다.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에서 3월 4일부터 4월 3일까지 운영되는 ‘Sarubia Collection by SMILEPLANET’라는 숍의 라인업은 의상·가방·신발·조명·테이블·액세서리 등으로 구성된다. 모습은 일반 숍과 같지만, 이곳의 거의 모든 생산품들은 쓸모가 없어 버려진 것들이나 미완의 재료들(플라스틱 재료·가죽·레고·각종 장난감·액세서리·가방·모자 등등)을 재활용해 콜라주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생산품인 127개의 바비인형 오브제는 입체 드로잉 형식으로 다양한 의상들의 디자인을 보여주는데, 한 벽에 네 줄로 나란히 배치시켜 마치 패션쇼의 피날레를 보는 듯하다. 이러한 생산물들은 ‘new product’의 개념으로서 미술이거나 미술이 아닐 수도 있으며 무형의 아이디어일 수도 있는 디자인 제품과 예술작품 사이의 것들을 제시한다.
이관훈 큐레이터는 “특별히 이번 전시는 생산품을 유통시킴으로써 판매도 한다”며 “상업성으로 기획된 건 아니지만, 실험적 공간인 사루비아다방에서 상업성도 실험해보고자 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의 작가 윤정원은 드로잉(입체·평면)·회화·오브제아트·조각·설치 등 미술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다. 체질적으로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의 작가는 남대문·동대문 주변 일대를 자주 그리고 오래 머무는데, 수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상상한 ‘눈 드로잉’을 통해 그리고 만들어 왔다. 흥미롭게도 작가는 플라스틱·유리구슬 등 재료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별로 상상하며 이곳을 우주의 세계로 간주한다. 이런 상상의 세계가 ‘Smileplanet’(웃음행성)이다. ‘Smileplanet’은 작가가 품었던 꿈을 실현하는 가상공간이며 안식처이고, 자신을 치유하는 곳이자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교감의 장소로, 상상 속의 우주여행을 하기 위한 우주선이다. 이곳에서는 무엇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것과도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공간의 특성에 따라 이동 가능한 유연하고 유동적인 형태를 띤다. 이런 특성으로 사루비아와 함께 Sarubia Collection by SMILEPLANET숍을 여는 일이 가능했다. 1999년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사루비아 다방을 인수해 설립된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은 예술의 다양한 분야, 즉 미술을 중심으로 건축·음악·무용·필름 등을 포괄하는 실험적인 예술을 지원하는 비영리 갤러리다. 나이와 경력·작업경향에 구분을 두지 않고 독창적 사고와 실험 정신에 바탕을 둔 예술가를 선정해 기획한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Project space라는 의미로 모든 전시에 프로젝트 개념을 강조하고 프로젝트 개념의 확장을 지향하며, 새로운 개념과 담론·경향을 제시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전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에 한해 이뤄진다. 1년에 5번 정도 전시를 하는데, 공모전에 선정된 작가들의 전시 3~4건과 큐레이터 기획전 1건으로 진행된다. 특히, 사루비아다방의 공모전은 일반적인 공모전과는 다른, 작가를 지원하는 색다른 공모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