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권의 고수’ 엽문이 영화 속에서 되살아난다. 4월 16일 국내에서 개봉되는 영화 <엽문>(감독 엽위신)은 중국의 실존 무술인 엽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감동 실화이다. 엽문 역에는 각종 무술 대회 1위를 휩쓴 37단의 무술 유단자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액션 배우 견자단이 분했다. 엽문의 부인 장영성 역은 중국의 톱모델 웅대림이 맡아 화제가 됐다. 웅대림에게는 이번 영화가 연기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엽문>을 홍보하기 위해 4월 1일 남녀 주인공 견자단과 웅대림이 한국을 찾았다. 두 사람은 2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만났다. ■홍콩 영화제에서 12개 부문 노미네이트…<엽문2>도 벌써 촬영 중 <엽문>은 무술인의 일대기를 그린 만큼 화려한 액션 신이 볼거리이다. 견자단은 이소룡의 뒤를 잇는 무술실력을 겸비한 스타. 하지만 견자단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무술인 엽문으로 분하기 위해 엽문의 아들인 엽준을 찾아 무려 9개월 동안 영춘권을 연마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엽문과 비슷한 외모를 갖기 위해 10kg이나 감량하는 연기 열정을 보였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술 연기에 1년여의 시간을 보냈지만, 정작 관객의 관심이 액션 신에만 쏠릴까봐 노심초사하는 견자단. 그는 “무술보다는 엽문이라는 대가가 지닌 낙관적인 정신과 태도가 어떻게 힘든 시기를 극복해 가는데 도움이 됐는지, 그 과정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신나는 액션 영화가 아닌, 관객의 가슴에 감동을 주는 좋은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라는 매체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때문에 영화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엽문>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영화라고 자신한다. 앞으로도 나는 관객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견자단은 <연의황후> <도화선> <용호문> <영웅> 등의 영화 속에서 소영웅적인 캐릭터를 많이 맡아 왔다. 엽문 역시 중일전쟁 당시 일본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운 영웅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어 견자단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많이 겹쳐 보인다. 이에 대해 견자단은 “엽문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높은 무공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인격적인 부분에 배울 점이 많은 인물”이라며 자신이 맡아 온 영웅 캐릭터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엽문>은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개봉해 중국 무술영화 부활의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다. 개봉과 동시에 홍콩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함은 물론, 영춘권을 배우려는 사람들로 인해 ‘엽문 신드롬’까지 일으켰다니 그 인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4월 초에 개최되는, 홍콩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 <제28회 홍콩 금상장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 감독상·남우주연상·무술상·음악상 등 총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IMDB에서 현재 관객평점 8.1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반응에 힘입어 <엽문2>도 벌써 촬영에 들어갔다. <엽문2>는 해방 이후 홍콩으로 건너간 엽문이 이소룡에게 무술을 가르치며 의를 나누던 사제지간의 스토리를 그리고 있어 관객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견자단과 웅대림은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엽문 부부로 출연한다. <엽문2>에 거는 견자단의 각오는 대단하다. 견자단은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영춘권에 몰입해 일체감을 줄 생각이다”라며 “견자단이 아닌 엽문이 되어 연기하겠다. 많은 관심 바란다”고 밝혔다. ■[리뷰]화려한 무술에 놀라고, 일본군 격파할 때 흥분하고 영화의 배경은 ‘불산’. 중국 무술의 메카답게 무술인 천지인 곳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싸워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한 곳이기도 하다. 불산에서도 최고수는 단연 주인공 엽문이다. 따라서 엽문을 이긴 도장은 돈방석에 앉는 셈이다. 이 같은 욕심 때문에 엽문의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하지만 정작 엽문은 금전이나 세상일보다는 가정의 평화가 우선인 한 집안의 평범한 가장이다. 하지만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중국이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가자, 평정심인 엽문도 분노를 표출한다. 더욱이 무치림이 일본군에 의해 사망하자, 엽문의 인내는 극에 달한다. 일본군의 미우라 장군은 10명의 장정을 상대로 놀라운 무술실력을 보여준 엽문과 대련하길 바라지만, 엽문은 이를 단번에 거절한다. 더욱이 “일본군에게 중국 무술을 가르쳐라”라는 명령에 굴복하지 않고 미우라 장군을 단숨에 물리치며 중국인의 자존심을 지키며 감동을 자아낸다. 영화는 105분의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동안 엽문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담았다. 화목한 집안의 가장으로부터 중국인을 대변하는 영웅적인 인물로 변화하기까지가 설득력 있게 그려져 있다. 대련 장면이 많고, 엽문의 영춘권 외에도 특색 있는 무술이 자주 등장해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무표정의 엽문이 소매를 걷을 때의 흥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엽문이 소매를 걷는 일은 “좀전은 ‘맛뵈기’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이라는 의미. 10대 1로 싸우는 장면에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는 민족적으로 일제 식민지 시대를 경험했다는 공통점 때문일 수도 있다. 단순히 적을 격파해 얻는 쾌감으로는 부족하다. 일본군을 눈빛으로, 무술실력으로 제압하는 모습은 마치 ‘조선의 주먹’ 김두한이 일본인과 맞서 가볍게 때려눕힐 때의 희열에 가깝다. 하지만 엽문이 너무 강하게 그려진 점은 아쉽다. 누구와 맞서든 엽문이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에 긴장감은 덜하다. 1편의 마지막 상대인 미우라 장군도 엽문에게 너무 빨리 K.O되니 싱겁다. 결국 엽문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멀찌감치 무방비 상태에서 쏘는 총뿐인 것 같다. ■Who is 엽문? 엽문(葉問·1893~1972)은 중국 무술의 메카인 광동의 불산에서 태어났다. 7세의 어린 나이에 무술을 시작한 엽문은 16세가 되던 해 ‘영춘권’의 대가 ‘양벽’ 밑에서 수학하며 무술실력이 장족의 발전을 이룬다. 이후, 불산에 있는 다른 무인들과의 교류와 대련을 통해 그의 명성은 중국 전역으로 퍼져 나간다. 그러던 중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중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자, 엽문은 “일본군에게 중국 무술을 가르치라”는 일본군의 명령을 거부하고, 중국인들이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자기방어 수단이 뛰어난 호신무술 영춘권을 가르치며 일본에 맞서 중국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해방 후, 홍콩으로 건너간 엽문은 홍콩 전역에 영춘권의 붐을 주도했으며, 전통무술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특히, 당시 13세였던 이소룡(李振藩·1940~1973)을 제자로 받아들인다. 엽문은 이소룡이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자 ‘절권도’의 기본원칙과 그 사상의 중심이 된 인물이다. 그는 영춘권의 대가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무술인으로 중국인들에게 존경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