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 적절하지 못한 상황에서 골프를 치다가 문제가 되어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기사는 여러 번 보아 왔으나, 신성한 군 내부에서 골프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케이스는 처음이다. 군의관들이 평일에 군 형법상 근무지를 이탈하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적발되어 군 수사기관에 20명이 구속되고 수십여 명이 추가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하여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골프는 정신건강과 육체적 운동을 겸하고 있어 정신노동을 하는 샐러리맨이나 의사·변호사 등 특수전문직 사람들에게는 적합한 운동이어서 이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스포츠이다. 이런 특수직업의 전문인들은 늘 스트레스와 사람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자연을 상대로 하는 골프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다. 골프는 두 가지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최고의 건강 스포츠인 반면, 반대의 또 하나는 인간을 파멸시키는 악마의 게임이다. 골프의 최대단점은 너무 재미있다는데 있다. 너무 재미있어 한 번 빠지면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고 아무리 영특한 사람도 사리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유령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골프에 빠져 물불을 가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너무 많아 그 동안 쌓아 놓은 공든 탑과 인생진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생이 황폐하게 된 경우를 여러 번 목격하고 보아 왔다. 정부의 국무총리 및 고급관료, 국영기업체 대표,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대기업의 대표와 임원, 수술 시간에 맞추지 못한 의사, 재판시간을 골프로 인해 늦은 변호사 등 이들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언론의 호된 비판 속에 옷을 벗든지, 징계를 받든지, 좌천되든지 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정적이고 중요할 때의 판단이다. 그러나 골프는 판단을 오도하는 묘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구속되어 있는 문제가 된 군의관들과 조사를 받고 있는 고급 장교들은 사리판단을 못할 사람들이 아니다. “골프는 사람을 바꾼다. 정직한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애타주의를 사기꾼으로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바보로 만든다.” 스코틀랜드의 골프 명언이다. 또한 미국의 유명희극 배우인 보브호프는 그의 자서 글에서 “골프란 기묘한 게임이다. 건강에 좋은 것은 사실인데 동시에 사람에게서 침착성을 빼앗아가 파멸시킨다”고 했다. 이 두 가지 골프 명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골프광이 된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게 된다. 지하철역에서 비오는 날 우산을 가지고 연습 스윙하는 비기너, 생선 꼬리를 잡고주방에서 스윙 동작을 하는 요리장, 공원에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어프로치하는 아저씨, 방안에서 퍼트 연습을 하는 아줌마, 골프 얘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샐러리맨 등등. 이런 골프광들은 골프로 인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은 바 항상 조심하라고 주위에서도 충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골프가 얼마나 치고 싶었으면 군 장교가 근무지를 이탈하여 골프장으로 갔을까” 하는 대목에 같은 골퍼로서 동정이 가지만, 언제나 관리자는 인내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강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유혹을 뿌리치고 자기의 생각과 방법대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많은 관계로 골프 하면 무조건 비판하고 나쁘다는 인식으로 몰고 가려는 속성을 늘 인식하고 여기에 맞추어서 행동해야 한다. 골프라는 부정적인 상황에 걸려들면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나아가 법정구속이나 직장·가정까지 잃게되는 경우가 발생하여 심한 고통을 받으니 항상 조심하라는 것을 누차 강조하고 싶다. 우리 골퍼들은 이번 군의관들이 골프로 인한 이탈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러한 불행한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공만 열심히 치고 스코어 줄이는데 집중하지 말고, 골프의 속성에 대해 강의나 선배들의 충언을 들었다면 이번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아쉬움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