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호 김대희⁄ 2009.04.07 11:25:54
20세기 라틴 아메리카의 미술은 미국이나 유럽의 평론가들에 의해 과소평가돼 왔다. 국내 또한 서유럽 미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미술 편식이 강하다. 사실 이 같은 문제 중 하나는 중남미 국가들의 미술을 감상할 기회가 많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사간동 갤러리 베아르떼와 갤러리 반디는 라틴 현대미술과 스페인 미술을 소개하며 국내 저변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라틴 아메리카 미술은 꽃의 봉오리가 터지기만을 기다리듯, 숨을 죽이고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기를 바라고 있다. 두 갤러리의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유럽과 미국 현대미술에 지나치게 편향됐던 우리의 시각을 좀 더 넓은 세계로 넓힐 수 있는 색다르고 의미 있는 전시가 될 전망이다. 갤러리 베아르떼 박종철 수석큐레이터는 “국내의 미술계가 그 동안 유럽 미술에만 관심을 갖고 치중했던 건 사실”이라며 “베아르떼는 이채로운 라틴 현대미술의 진정한 원화를 전시함으로써 대중들의 미술 시각을 넓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갤러리 베아르떼, 라틴 현대미술展 = 라틴 현대미술 전문화랑인 갤러리 베아르떼가 2009년의 야심찬 기획전으로 라틴 현대미술전을 열고 있다. 2월 16일부터 열린 1부와 2부에 이어 3번째인 ‘Part III LATIN CONTEMPORARY ART(Young Artists)’전이 현재 진행 중이다. 베네수엘라의 대표적인 젊은 작가로서 30인의 현대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던 조니델 멘도사(Jonidel Mendoza)는 입방체에 투명 천을 씌우고 그 안과 밖에 철물을 이용한 드로잉을 전개함으로써 평면에 물질을 부가하는 독특한 장르를 정립했으며, 타 작가와 달리 비교적 동양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같은 국적의 마리아 엘레나 (Maria Elena Alvarez)는 온화한 난색조의 화면에 바느질(Sewing)을 첨가함으로써 여성성의 정체성을 표상화한다. 이 외에, 마리오 미겔 곤잘레즈 페르난데스(Mario Miguel Gonzalez Fernandez), 브라드밀라 다 코스타(Vladmir Da’Costa) 등의 열정과 이지적인 조형성이 대비됨으로써 라틴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진정한 원화를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다. 4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갤러리 베아르떼는 라틴 아메리카(LATIN AMERICA:중남미 제국)의 현대미술을 국내에 보급·전파하고, 한·라틴 간 미술문화교류를 목표로 2004년에 개관된 국내 유일의 라틴 현대미술 전문화랑이다. 지금까지의 주요 전시로는 외교관들의 소장품전(2006년 3월 세종문화회관미술관), 삼척 세계소방방재장비 엑스포의 라틴 아메리카 현대미술전(2008년 10월 삼척 문화예술회관)을 들 수 있으며, 외교관들의 소장품 전에서는 스페인·베네수엘라·멕시코 등 11개국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뤄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또, 삼척 세계소방방재장비 엑스포의 라틴 현대미술전은 코스타리카·칠레·도미니카 공화국 등 5개국이 참가해 성공적인 기획전으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라틴 13개국, 130여 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을 초대해 라틴 현대 미술전을 개최함으로써 라틴 아메리카 현대미술의 전문화랑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갤러리 반디, Spring Shower 展 = 새봄을 맞아 보다 다양한 라틴 미술과 스페인 작가를 소개함과 동시에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Spring Shower(예술이여, 세상을 향해 솟아나라! 흠뻑 적셔라!)전이 갤러리 반디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아방가르드의 대표 작가이며 미국과 일본에서 활동했던 70대 원로작가 김구림, 프랑스에서 작업 활동을 펼친 50대 중견작가 유선태, 미대를 졸업한 후 게임업계에서 종사한 경험을 가진 30대 신진작가 송형노, 북미와 남미 사이를 가로지르는 파나마 출신 여류작가 도리스 다릴라가 참여했다. 4월 한 달 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이처럼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작품 활동을 해 온 4명의 작가가 함께 한다. 이들 작가들의 어우러짐은 겨우내 굳은 땅에 생기를 뿌리듯 내리는 봄비처럼 올 봄 우리의 삶에 희망찬 기운을 북돋아보려 예술의 봄비를 내린다. 한편, 이번 전시 기간 동안 상설전시 공간에는 스페인 작가 이레네 로페스 데 카스트로(Irene Lopez de Castro)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나라 작가의 작품을 한눈에 보고 느낄 수 있다. 4월 1일부터 30일까지.
-2007년 개관한 갤러리 반디는 한국에서 생소한 라틴·스페인 미술을 소개하고, 한국과 스페인 언어권 사이의 미술교류 증진을 지향하고 있다. 라틴-스페인 전문 갤러리로서의 대내외 입지를 구축하고자 다양한 갤러리 전시 및 외부 기획에 힘쓰고 있다. 특히, 2007년 대구 MBC 판화로 만나는 스페인 거장 5인전(경북대 미술관), 2008년 세계 미술 거장전(세종문화회관) 등을 기획했다. 또한, 한국 및 라틴·스페인의 젊은 작가 발굴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미술을 통해 스페인 언어권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과 스페인 언어권이 가까워지는 통로가 되고자 노력 중이다. 매년 여름 라틴 미술 기획전을 이어가는 동시에, 갤러리 반디 안진옥 대표는 올 봄부터 신세계·현대 백화점 문화강좌를 통해 라틴 미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강좌를 통해 라틴 미술의 개괄 및 올 여름 덕수궁 미술관에서 만날 라틴 미술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Fernanado Botero)를 미리 알아보는 시간이 된다.